[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건설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사를 방해하는 건설 노조 시위로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법안도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돌관공사가 불가피한 상황까지 내몰려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도 쉽지 않다. 지난 3월말로 주52시간 근무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이 끝나 향후 근로시간과 관련해 고소·고발이 증가할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등 일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양대 노조원들의 시위로 공사가 일시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건설 노조원들이 서로 자기 노조원을 더 많이 고용해 달라며 공사현장을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에도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 간부가 디에이치자이개포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에이치자이개포는 건설 노조 시위로 한 달 넘게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문제는 노조의 공사 방해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건설사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다. 건설사는 공사를 못한 시간만큼 공사 진행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인력과 장비를 짧은 시간 안에 대거 투입해야 한다. 특히 준공시점이 임박해오면 현장을 24시간 돌려야 하는 돌관공사가 불가피하다. 공사 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조합과 일반 분양자에게 지체상금을 지불하는 등 비용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에 공사를 끝내는 것은 건설사의 지상 과제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킨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언이다. 주 52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3교대 근무 등을 통해 인력을 교체해야 하는데 공사현장은 특수성이 높아 교대 근무를 하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새롭게 투입된 인력이 다른 사람이 하던 일을 빠르게 이해하고, 곧 바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건설사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인력을 그대로 돌리면서 주 52시간을 넘게 일을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현재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 시간 확대 법안 통과가 업계로서는 절실하다. 단위시간 확대로 그나마 건설사들이 인력을 운영하는데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국회는 탄력근로제 단위 시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관리 업무를 주로 맡고 있는 원청 업체는 그나마 인력을 돌릴 수 있지만, 직접 시공에 참여해 일용직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하청업체들은 거의 준비가 미흡한 상태”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 노조원들이 한 건설현장에서 고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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