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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볼리비아 피살 한인' 유족, 현지 '피의자·공범' 고소
피해자 '사인소추'로도 소 제기 가능…고소장에 공범 용의자 실명도 적시
2019-06-07 06:00:00 2019-06-07 06: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지난해 1월 볼리비아 여행 중 피살된 한인 여성의 유족이 구속 피의자를 상대로 지난 4(현지시각) 현지 검찰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내무부 고발로 경찰이 1년여 만에 피의자를 체포해 구속한 데 이어 유족들이 정식 소송 당사자로서 향후 기소와 재판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특히 고소장에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과 공범까지 적시하고 있어 공범 수사와 검거에도 진전이 있을 지 주목된다.
 
6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11(현지시각)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을 홀로 여행하다 섬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40대 여성 A씨의 아버지 B씨는 개인적으로 선임한 현지 변호인을 통해 지난 4일 볼리비아 코파카바나지검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경찰과 검찰이 주범으로 지목해 체포·구속한 30대 남성 로헤르 초케 멘도사(Roger Choque Mendoza) 외에도 공범 및 범행 은닉에 가담한 자들을 모두 대상으로 적시했다.
 
섬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3~5명의 공범 내지 은닉범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여성 주민은 지난해 A씨의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1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로헤르 초케와 C, D, E 3명의 남성이 A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점 주변을 돌아다녔다고 증언했다. 한 남성 증인은 남성 F가 로헤르 초케와 남성 G에게 외국 지폐를 건네는 걸 봤고, 그들이 지폐를 2주 이상 지니고 다녔다고 전했다. 다른 남성 증인은 로헤르 초케가 한인 여성 살해 주범이며, DE 등이 공범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공범들에 대해서도 로헤르 초케와 함께 DNA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역시 증언을 기초로 여러 명이 용의선상에 오른 상황에서 리더 격인 부족장 로헤르 초케를 주범으로 지목해 구속한 만큼 당장 초케에 대해서만 DNA 검사를 하는 것보다는 추가 수사를 통해 공범들을 특정한 뒤 함께 DNA 검사를 하는 게 범행에 가담한 자들을 모두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기소 시점은 공범들을 최대한 특정한 뒤 이들에 대한 DNA 검사 결과가 나온 직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월 볼리비아 태양의 섬에서 발생한 한인 관광객 피살 주범으로 지목된 로헤르 초케 멘도사(Roger Choque Mendoza)가 지난 4월30일(현지시각) 체포 후 이송돼 기자들 앞에 선 모습. 사진/볼리비아 내무부 홈페이지
 
유족 측이 제출한 고소장은 검찰의 향후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사인소추의 의미도 갖는다. 볼리비아 형사소송법 342조에 따르면, 검찰에 의한 국가소추 외에도 피해자 변호인을 통한 사인소추에 의해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검찰과 피해자 변호인의 주장이 엇갈릴 경우 법원에서 직접 소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이번 고소장은 코파카바나 지방법원에도 함께 제출됐다.
 
볼리비아 인근 칠레와 에콰도르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중남미에서 활동하는 하상욱 변호사는 유족들의 형사 고소 의미에 대해 피해자 가족이 형사소송 절차상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로 인정받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즉 판사 및 검사에게 어떤 요구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하 변호사는 한국처럼 기소독점주의 국가에서 검사는 기소 혹은 불기소 결정을 혼자 할 수 있고 판사는 그걸 보통 수용하는 편이지만, 사인소추가 있을 경우 검찰을 견제하며 피해자의 입장을 최대한 피력하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A씨는 지난해 19일 오전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 내 호스텔 체크인 기록을 끝으로 11일 오후 시신으로 발견됐다A씨의 직접적 사인은 목 부위 치명적 창상에 의한 저혈성 쇼크로, 부검 당시 시신에서 채취한 시료가 범인을 잡을 결정적 단서다.
 
경찰은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태양의 섬 내 다른 부족과 무력 분쟁 중이던 차야(Challa))족 부족장 로헤르 초케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내무부 고발로 정식 수사 끝에 검찰이 지난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된 끝에 초케는 결국 사건 발생 13개월여 만인 지난 430(현지시각) 경찰에 체포돼 53일 구속됐다.
 
현재 다수 부족원이 부족장 체포·구속에 반발해 영장을 발부한 판사와 수사 담당 검사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 좋은 사설 교정시설에 수감된 초케 역시 고액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해 구속적부심과 보석 신청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구속수사는 통상 6개월로 연장이 가능하지만, 18개월 내 기소되지 않거나 36개월 내 선고가 나지 않으면 석방된다.
 
외교부는 지난 달 8일 용의자 체포·구속 사실을 알리고, 볼리비아 태양의 섬 지역 대상 여행경보를 기존 황색경보(여행경보 2단계, 여행자제)에서 적색경보(여행경보 3단계, 철수권고)로 상향 조정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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