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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엑스맨: 다크 피닉스’, 이제 믿을 건 마블 뿐이다
19년 총 10편 시리즈 마무리, ‘진 그레이’ 개인 서사 집중
시리즈 주요 목적 ‘전체’ 아닌 ‘개인’ 집중…‘최악의 마무리’
2019-06-09 00:00:00 2019-06-09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엑스맨 세계관을 구축해 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손을 땐 영화이다. 엑스맨의 상징과도 같은 울버린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첫 번째이자 마지막 영화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엑스맨: 다크 피닉스존재감은 위태로워 보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엑스맨 판권을 소유한 이십세기폭스가 월트 디즈니로 흡수된단 점이다. 마블스튜디오를 소유한 월트 디즈니가 엑스맨 세계관을 다시 한 번 살려낼지에 대해선 추후 논의가 될 예정이다. 물론 가능성은 완벽하게 열려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통해 원년 멤버들의 퇴장이 결정됐다. 원작 속에서도 엑스맨 멤버들의 어벤져스합류는 이뤄진 바 있다. 사실 이렇게라도 엑스맨 시리즈 세계관 부활을 기대해 본다. 결과적으로 19년 역사 엑스맨시리즈를 엑스맨: 다크 피닉스로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장대한 서사 마무리가 이런 방식이라면 분명히 제작진은 19년의 시간을 함께 해 온 엑스맨 마니아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스스로 거둔 것일 뿐이다.
 
 
 
이런 혹평의 기본 베이스는 단조로운 플롯에 고루한 설정 코드를 우겨 넣은 연출 부재와 기획의 안일함이 가장 크다. 스토리 라인의 시간적 설정은 엑스맨: 아포칼립스이전 혹은 이후 즈음으로 추측된다. 시리즈이면서도 시간대가 기묘하게 모호하다. 독립된 작품처럼 느껴지면서도 동어 반복이 난무했다.
 
이번 영화는 엑스맨 전체 개봉 영화 세계관에선 엑스맨 비기닝 4부작 마무리이다. 이번 영화 부제 다크 피닉스는 이미 엑스맨: 아포칼립스와 엑스맨 초기 3부작의 마지막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등장한 바 있는 진 그레이의 피닉스 포스와 연관돼 있다. 진 그레이는 초기 3부작에선 팜케 얀센, 비기닝 4부작에선 미드 왕좌의 게임산사 스타크를 연기한 소피 터너가 맡았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자신의 내면 속 내제된 피닉스 포스를 이끌어 내 최강 돌연변이 아포칼립스를 해치운 진 그레이 서사를 따라가는 게 이번 엑스맨: 다크 피닉스주요 플롯이다. 우선 진 그레이는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의 무서운 능력 탓에 교통 사고가 발생하고 그의 엄마는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아빠는 감당하기 힘든 딸 능력 탓에 두려워한다. 결국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렇게 진 그레이는 찰스의 영재 학교에 머물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찰스의 정신 조종 능력 탓에 진 그레이는 알지 못한다. 이 지점이 영화 후반부 가장 큰 문제로 도출이 된다.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 사진/(주)이십세기폭스코리
 
성인이 된 엑스맨들은 정부의 요청에 불가능한 사건에 투입되는 일종의 히어로 군단으로 활약을 한다. 우주 비행선의 추락 사고에 갑작스럽게 투입이 된 엑스맨 군단,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 그레이는 우주를 떠도는 에너지 폭풍에 휩쓸리게 된다. 마블 세계관에서 가장 강력한 우주 물질로 불리는 코스믹 에너지이다. 그리고 이 에너지를 쫓아 지구로 숨어 든 정체 불명의 외계 종족. 진 그레이는 자신도 감당키 힘든 이 에너지를 콘트롤 하지 못하며 가족과도 같은 엑스맨 군단을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또한 자신을 추격하는 정부와 외계 종족에 맞서 싸워야 한다. 여기에 찰스의 진심을 오해하며 벌어지는 감정 격화까지 겹치면서 진 그레이는 마블 세계관 속 최강의 전투력을 지닌 다크 피닉스로 변화된다.
 
엑스맨시리즈 세계관 매력은 다른 히어로 집단과 달리 뮤턴트 즉 돌연변이란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인간 사회와 융합될 수 없는 이들의 이질감, 그리고 이들을 배척하는 인간 사회 두려움이 부딪치며 발생되는 존재론에 대한 심오한 접근 방식이 엑스맨 세계관의 깊이와 매력을 설명하는 기준점이었다. 이런 기준점은 앞서 개봉한 9편의 엑스맨 세계관 공유 시리즈에서 분명히 담겨 있는 지점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한들 그 지점의 분포도는 9편에서 분명히 흔적을 남긴 상태이다. 9편을 통해 이어져 온 그 질문에 대한 마무리와 답을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내놓지 못했다. 앞서 개봉한 9편의 질문을 반복하는 과정만 이어져 간다.
 
영화 '엑맨: 다크 피닉스'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히어로 영화 속성은 분명히 비주얼이다. 다른 지점의 모습을 통해 능력의 한계치를 우월감으로 채워야 한다. 반대로 엑스맨역시 히어로이다. 하지만 엑스맨 정체성은 비주얼이 아닌 정체성의 고민이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도 그 고민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정체성 고민과 혼돈을 그리는 방식의 차원에 연출자 고민은 다른 지점을 바라 본 듯하다. ‘엑스맨의 마무리가 이런 방식이란 게 너무 서글프게 다가올 뿐이다.
 
진 그레이와 엑스맨 만남 속 비밀의 열쇠가 결과적으로 인간 세상이 배척한 돌연변이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고 그 분노를 돌연변이들에게 쏟아내는 다크 피닉스 선택이 공감되지 못하는 건 어쩌면 감독이 스토리가 아닌 비주얼만 선택 했단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과 모두가 이미 9편의 엑스맨시리즈에서 공감했고 동의했던 지점만 담겨 있다. 사실 더 냉정하게 언급하면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집단이란 기본 명제를 분명히 언급하고 있는 이 시리즈의 태생적 목적을 완벽하게 배신한다.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진 그레이의 서사가 주요 플롯이라고 하지만 엑스맨은 분명 개인이 아닌 전체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왔다. 놀라운 것은 그 개인의 얘기조차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 아이러니일 뿐이다. 이 영화는 퇴장과 마무리에만 집착한 감독의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었을 뿐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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