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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부산항운노조 비리세력 일망타진 "31명 기소"(종합)
전·현직 노조워원장 등 16명 구속기소…뒷배 봐준 인권위 지역소장도 재판
2019-06-10 15:27:58 2019-06-10 15:27:5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부산항운노조 구조적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전·현직 노조위원장 등 31명을 입건해 기소하고 달아난 항운노조 지부장 1명을 지명수배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박승대)는 10일 노조 간부들과 공모해 뒷돈을 받고 지인의 친인척 등을 터미널이나 신항업체에 취업시킨 혐의(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등으로 전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A씨(53세)와 B씨(71세) 등 16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도피한 항운노조 지부장에 대해서는 지명수배령을 내리고 추적 중이다.
 
부산항운노조 채용비리 기본 구조. 자료/부산지검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노조 조직조사부장 및 지부장들과 공모해 135명을 조합원으로 허위등재(가공조합원)해 인사위원회 심사업무를 방해하고 이 들 가운데 105명을 조합원으로 속여 신항업체에 취업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가공조합원은 '반장 이상' 간부 친인척이나 주변인이 60%·평조합원 친인척이나 주변인 20%·유관기관 친인척이나 주변인이 5%를 차지해 사실상 항운노조 간부와 일면식이라도 있으면 모두 조합원으로 가공된 셈이다.
 
또 2008년 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노사교섭시 사측 입장을 반영해주는 대가로 보험설계사인 처를 통해 회사 소속 조합원 348명의 단체 연금보험을 가입토록 하고 보험수당 4098만원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 이와 함께 2013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터미널운영사로부터 정리해고 및 임금협상 협조를 대가로 1500만원을, 독점적 일용직 공급권한을 주는 대가로 터미널운영사 퇴직자들에 대한 가공급여 1억2972만원 가량을 특정 일용직 공급업체가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다. A씨는 또 조카와 공모해 2017년 5월부터 12월까지 다른 터미널운영사에서 근로시간 면제자 급여를 받으면서도 급여를 중복으로 수령해 8441만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B씨도 지부장, 반장들과 공모해 자신이 교도소에서 수감됐을 때 만난 동료로부터 아들 취업대가로 1000만원을 받아 챙겼으며, 2017년 5월과 8월 지인 아들을 항운노조에 취업시켜주는 대가로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특히 지인 조카나 아들, 친인척 등을 노조 조장이나 반장으로 승진시켜주는 대가로 총 8회에 걸쳐 2억98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기소된 사람 가운데에는 국가인권위 간부도 있다. 인권위 부산사무소장 출신인 C씨는 구금시설 인권침해행위 조사권한을 악용해 부산교도소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넣어 비리혐의로 수감 중인 항운노조 전 위원장의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 수감생활 편의를 봐 준 대가로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이날 구속기소됐다. C씨는 또 2014년 8월 부산지방경찰청 간부에게 부탁해 음주운전으로 취소된 면허를 살려주겠다며 민원인으로부터 100만원을 수수하고, 항운노조 간부들과 공모해 2015년 9월 항운노조 조장 승진 청탁금 2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작년 2월에는 항운노조 지부장에게 지인의 취업 청탁금 300만원을 중간에서 건너준 것으로 조사됐다.
 
일용직 공급업체 실업주인 D씨는 2016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허위 용역비 지급 등을 가장해 일용직 공급업체 법인 자금 50억원을 빼돌렸으며, 2015년부터 최근까지는 일용직 공급독점권 유지를 위해 터미널 운영사 대표 등에게 약 7억원을 건네고,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서자 직원에게 증거를 인멸한 혐의다.
 
앞서 검찰은 조합원 가입이나 승진을 대가로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이 금품을 수수하는 사례가 있다는 신고와 제보가 계속되자 내사에 착수한 뒤 구조적 취업비리가 존재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월14일 부산항운노조 및 일용직 공급업체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공식 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 4월 신항업체 채용비리에 가담한 부산항운노조 조직조사부장과 어류지부장 등을 처음 구속했으며 같은 달 17일에는 장기간 도피 중이던 전 노조위원장 B씨를 서울 마포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체포해 구속했다. 5월에는 인권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항운노조 뒤를 봐 준 인권위 부산사무소장 C씨를 구속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2005년 대대적인 항운노조 수사를 계기로, 항운노조 인사추천심의위원회 설치 등 새로운 제도들이 도입됐지만, 이번 수사과정에서 비리재발 방지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항운노조원 가입절차는, 조합규약상 '지부장 조합원 가입 상신 → 인사위원회의 심의·승인 → 위원장 집행'의 순으로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특별한 기준 없이 소수의 전·현직 간부들에 의해 가입여부가 결정되고 있었다. 단계별 승진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심사절차나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청탁에 따라 승진 여부가 결정되고, 조장 등으로 승진시 임금 및 노무제공 여부 등 처우에 격차가 커서 청탁금 규모가 과거보다 커지고 브로커들이 횡행하는 등 비리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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