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신전'에 발길질한 증권사
입력 : 2019-06-12 06:00:00 수정 : 2019-06-12 06:00:00
'초대형IB'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어음 발행사업 인가를 처음으로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사업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지난 2017년 8월 특수목적법인(SPC) 키스아이비제16차에 SK실트론 지분 19.4% 매입자금 1673억원을 대출했다. 그런데 이 자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의 지분 매입을 위해 쓰였다. 한투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대출거래가 사실상 '법인대출'이 아닌 '개인대출'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지난 4월3일 '기관경고'를 의결하고,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해당 임직원에 대해서는 주의부터 감봉 등으로 경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이 애초에 작정했던 제재 수위보다는 다소 낮아졌다. 나름대로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한 듯하다. 
 
사안을 넘겨받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22일 한투증권에 과태료 5000만원을 내렸다. 한투증권의 대출이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자금이 개인대출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등 현행 법규를 어겼다는 판단이었다.  
 
이제는 검찰도 나섰다. <뉴스1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한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이 한투증권의 대출을 수사하기로 했다. 한투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개인대출에 활용한 것은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것으로, 명백한 사기행위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검찰까지 나섰으니 한투증권의 대출은 이제 ‘사건’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검찰 수사가 최종결론을 내릴 때까지 시간이 제법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 예단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검찰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한투증권의 대출이 모처럼 정부가 의욕을 갖고 출범시킨 초대형투자은행의 신뢰성에 큰 의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한투증권은 정부의 초대형투자은행 육성계획에 따라 2017년 11월 가장 처음으로 단기어음 발행업무를 인가받았다. 나름대로 큰 명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조달된 자금은 혁신기업 지원이나 기업구조조정 등 유익한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깨끗이 배신당했다. 엉뚱하게 재벌총수의 지배력 확장을 위한 자금을 대준 꼴이 됐으니, 맑은 물에 재를 뿌린 셈이다. 고대그리스의 어법을 빌리자면 ‘신의성실’의 신전에 발길질한 것이다. 
 
사실 초대형IB로 선정된 증권사들은 모두 기억하기도 싫은 상처와 아픈 추억을 가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데다 지난해 임직원의 배당오류 주식 매도 사태로 제재를 받았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때문에 발행어음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 당분간 불가능하다. KB증권도 전신인 현대증권이 영업정지를 당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KB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을 신청했다가 철회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에야 간신히 인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한투증권은 얼룩진 과거가 없었다. 덕분에 발행어음 업무를 가장 먼저 인가받을 수 있었다. 선발업체로서 책임감도 가졌어야 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탈선’하고 말았다. 이른바 '초대형IB' 전반에 대한 기대와 신뢰도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니 이번에 받은 제재가 사실은 너무 가볍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출거래는 한투증권에 안정적인 수익을 선사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초대형IB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투증권은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인가해 준 금융당국으로서는 후회막급일 것이다. 
 
이런 거래를 용인한다면 앞으로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조달 자금이 건전하게 사용되기 어렵다. 재벌과 총수일가를 위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사실은 이들 초대형IB에 외화 어음발행도 허가된 것도 불안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한 종금사 사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제재에 이어 검찰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 그럼으로써 다른 증권사들에 대한 경계로 삼아야 한다. 향후 초대형IB의 탈선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감독도 보다 치밀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유사사태가 또 일어날 경우 더 엄중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지금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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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양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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