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의 범죄예방디자인과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미국 2019 SEGD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3관왕의 쾌거를 이뤘다. 서울시는 지난 8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 현지에서 이뤄진 SEGD(Society for Experiential Graphic Design) 시상식에서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1일 밝혔다.
SEGD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는 미국환경경험디자인협회가 1987년 이래 운영해 오고 있는 건축, 공간, 전시, 환경그래픽 디자인분야 최고 권위상이다. 디지털 경험 콘텐츠 분야, 전시 분야, 상호작용적 경험 분야, 장소 만들기와 아이덴티티 분야, 공공설치 분야, 전략·리서치·기획 분야, 길찾기 분야 총 7개 분야를 주제로 작품을 접수 받았다.
전 세계 출품작 341개 중 성동구 금호4가동 일대에 입힌 범죄예방디자인이 공공디자인 부문 최고상에 해당하는 실비아 해리스 어워드(Sylvia Harris Award)와 우수상에 해당하는 메리트 어워드(Merit Award)를, 신영동 삼거리육교에 적용한 ‘자하담(紫霞談) 프로젝트’가 메리트 어워드(Merit Award)를 각각 차지했다.
전 세계 출품작 중 단 22개 출품작이 우수상에 해당하는 메리트 어워드를 받고, 9개 작품은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오너 어워드를 받았다. 금호4가동 범죄예방디자인으로 수상한 최고상은 전체 출품작 중 사회적 영향력과 공공성이 높은 단 한 작품에만 수여하는 매우 뜻깊은 상이다. 국내에서 이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금호4가동 범죄예방디자인은 각 건물 외벽 상단에 주소를 써넣은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사인(Skyline Wayfinding)이 특징이다. 이 일대는 재개발이 유보된 저층 노후주거지가 밀집한 지역으로, 지대가 높고 단차가 많은 지형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주변에 상징적인 지형지물이나 상가시설이 부족해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본인이 있는 위치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범죄예방디자인을 입혔다. 심사위원들은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이용하게 될 사용자에 대한 조사와 컨설팅에 굉장한 정성과 노력을 투입했고 가장 중요한 안전 이슈와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우수상을 받은 자하담 프로젝트는 2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영동 삼거리육교에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으로 ‘서울은 미술관’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주변 세검정초등학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동네 아이들에게 신기한 육교길로 통한다. 바닥 곳곳에 설치된 신소재(축광석) 돌이 밤에도 특유의 색을 발현해 마치 야광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용 앱을 사용하면 세검정초 학생 92명이 그린 상상의 동물들이 증강현실(AR)로 나타나는 독특한 공공미술 작품도 육교 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구기동, 신영동, 평창동 일대에 거주하는 이어령 언론가를 비롯해 문화예술 명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도 육교 위 QR코드로 볼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일반적인 보행 육교가 지역의 역사를 기념하고 지역민들의 상상력을 더해 대중이 교감할 수 있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며 “단순한 공공예술이나 기교적인 표현을 넘어 지역사회 내에서 특별한 장소성을 만들어줬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스카이라인 주소체계를 적용한 성동구 금호4가동 범죄예방디자인. 사진/서울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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