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DJ 등 긴급조치 피해자, 국가 배상 대상은 아니야"
"피해 인정되나 민사 책임 없어"…'양승태 대법원' 해석 그대로 적용
입력 : 2019-06-17 17:58:42 수정 : 2019-06-17 17:58:42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과거 긴급조치 9위반 유죄 선고에 대해 국가 배상 책임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긴급조치 9호는 2013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위헌·무효 결정이 났지만, 당시 긴급조치 9호에 근거한 법 집행에 대해 국민 전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어도 복역에 대한 피해 보상 등 개개인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은 없다는 취지의 2015양승태 대법원해석이 그대로 적용됐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3(재판장 김선희)는 지난 13일 고 이희호 여사와 세 아들, 함세웅 신부 등 민주화 인사 유족 7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 소속 수사기관이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9호에 의해 법관의 영장 없이 명동사건 피고인들을 체포 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했다거나 법관이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해 유죄판결을 선고했다고 해서 당시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그것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이런 판단을 내린 데에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 중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5326일자 대법원 판례가 주효했다. 대법원은 당시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됐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해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런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
 
법원에 따르면, 고 김 전 대통령 등 민주화 인사 18명은 19763·1절을 기념해 서울 명동성당에서 민주구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2~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유족들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그 자체로 위법하고, 법원이 긴급조치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사법심사권을 현저하게 해태한 위법이 있으며, 국가 공무원들이 판결 사실을 언론에 공표해 명예를 훼손하고 이후에도 사찰했다며 당시 사건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일부 유족들은 2013년 형사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 고 문익환씨의 아들 문성근 씨는 2600여만 원을, 고 이희호 여사는 19800여만 원을 받는 등 형사보상을 받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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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윤

사회부에 왔습니다. 법조계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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