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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경색 시달리는 내수산업)①불황보다 먼저 닥친 신용압박
내수업종 줄줄이 신용 강등…빚 부담에 구조조정 가속화 전망
2019-06-20 16:42:22 2019-06-20 18:27:1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경기 우려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들 대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부채를 메우거나 신용도를 붙들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는 형편이다. 경기 하강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기업들이 몸집을 줄이는 구조조정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은행 및 한국신용평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17200개 외감기업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전기말 대비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82.1%에서 86.7%, 차입금의존도는 21.8%에서 22.8%가 됐다. 그 사이 기업 대출 금리가 올라 부담을 키웠다. 기업 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대기업 대출 가중평균금리(연리)20172분기 저점 3.08%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3.24%, 4분기 3.45%, 1분기 3.55%까지 이르렀다. 잔액 기준 대기업 대출 금리도 마찬가지 오름세다. 지난해 3분기 3.45%에서 4분기 3.51%로 가파른 경사를 타더니 올 1분기에도 3.52%로 올랐다. 동시에 신용위험도도 커졌다. 국내은행 대기업 대출 기준, 2017년에 비해선 많이 안정화된 상태이나 지난해 저점 구간을 통과해 올해 반등한 게 부각된다. 1분기에 전분기 대비 133.3% 올라 지난 2분기에도 같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같은 대출 부담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유통·서비스업, 음식료, 건설업 등 내수산업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들 업종은 인구감소, 경쟁심화 등에 따른 업황 둔화와 더불어 내수경기 부진, 정부규제 압박으로 경영난이 심화된 공통점이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이같은 이유를 들어 해당 업종 기업의 신용도를 낮추고 있다. 지난 17일 해태제과 무보증사채신용등급전망을 낮췄고 이달 11일엔 신세계조선호텔 무보증사채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지난달엔 롯데쇼핑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그보다 앞서 홈플러스 단기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건설업종에서도 대보건설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고, 두산건설 역시 무보증신주인수권부사채 신용등급이 한단계 강등됐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대출 이자 등 불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같은 이슈가 예상되는 시점부터 재무 대책을 세우게 된다. 지난해 말 기업어음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등 재무 불안이 커진 CJ푸드빌은 알짜기업인 투썸플레이스를 매물로 내놓게 됐다. 롯데쇼핑은 이미 2017년 사드 이슈부터 중국 대형마트 매각을 추진해왔고 지난해 말 중국 백화점 부문도 청두점을 제외하고 철수키로 했다. 홈플러스 역시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방식으로 비용 효율화 작업에 분주하다.
 
자산 매각은 단기적으로 재무 안정성을 높여주나 현금창출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곧 일자리 감소로 직결되는 문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부터 입주까지 주택사업은 모두 대출로 이뤄진다라며 경기 부진에 따른 신용하락은 산업활동을 위축시켜 구조조정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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