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경알못 황교안, 머리와 마음을 열길
입력 : 2019-06-24 06:00:00 수정 : 2019-06-24 06:00:00
"외국인을 (내국인과)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법 개정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발언이다.
 
보편적 인권의 차원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도 황 대표의 발언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저임금 배제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면 고용 유인이 더 높아지고 한국인 저임금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진다는 것.
 
예컨대, 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과정에서 이웃 나라 멕시코의 최저임금을 높이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리적이지 황 대표의 주장은 그 정반대라는 이야기다.
 
황교안 대표가 요즘 부쩍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니지만 이처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때가 많다.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방문한 후에는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제화업체들이) 줄 수 없는 임금을 주라 한다"며 "(제화업체들은) 단기간에 최저임금이 엄청나게 올라 사람을 쓸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제화공들은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일인 자영업자들이 다수다. 납품 단가 인상 등이 주요 이슈이지 최저임금 인상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쪽인 것.
 
지난달 수원 광교 임대아파트 주민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당시 황 대표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여기 계신 분 모두가 올해 '세금폭탄' 맞는 것은 아닌지 많이 걱정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임대주택에 거주하다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자격이 생겼지만 분양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집주인이 아니라서 재산세 낼 일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황 대표의 이 발언들에선 어떤 공통점이 보인다. 모든 이슈들을 최저임금이나 세금으로 연결시키는 것.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런 무리한 논리 전개는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다.
 
아니 역효과만 낳을 수도 있다. 어쨌든 황 대표가 앞으로도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 4일 한국당 내외 경제 전문가 77명으로 구성된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좌파세력은 제대로 돈 벌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긴 했지만 검사, 변호사, 장관, 총리를 지낸 황 대표도 경제와 관련되는 이력이나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경제를 강조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큰 정치인이 되려면 외교안보를 알아야 한다'는 통념이 강해서 대선주자급이 되면 미국에서 이름값 높은 사람 만나고, 중국 다녀오고 그랬었지만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경제, IT, 미래가 화두로 떠오른 지도 한참 전이다. 그래서 황 대표 뿐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도 고생한 사람이 많다.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 차기 대선 지지도 1위도 기록하던 때, 경제 이미지를 갖추려고 한참 노력을 많이 했다.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기자들 앞에서 금리 관련 대화를 나누며 전문용어도 사용하다가 마이너스를 뜻하는 로마자 델타 기호 △를 플러스로 해석해 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통상 '파이브지'라고 읽는 5G를 '오지'로 읽어 3D는 '쓰리디'냐 '삼디'냐는 논란 아닌 논란을 빚기도 했다.
 
어쨌든, 정치인들이 경제와 민생에 관심을 쏟고 실력과 이미지를 쌓으려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특히 보수정당 대표인 황교안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기승전-최저임금, 기승전-세금 식은 곤란하다. 좀 더 마음과 머리를 열기를 바랄 뿐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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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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