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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연속' 북미 정상회동 막전막후
전날 제안하고 일정 조율…비건 등 실무진 움직인 듯
2019-06-30 17:14:06 2019-07-01 08:28:05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동은 성사 과정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전날 오후 일정이 조율됐고, 한미 정상이 판문점으로 떠나기 불과 한 시간 전 관련 사실이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어떤 사람들은 '사전에 조율된 만남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어제 아침에 (만남) 의향을 제시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오늘 만나기로 한 것은 (어제) 오후 늦게야 알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어제 저녁 김 위원장에게 가볍게 인사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막판에 의사를 전달했는데, 김 위원장이 저를 만나기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기 전만 해도 "이번에 수많은 인사들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라면서도 "그(김 위원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기 불과 사흘 전 관련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방한 이틀 전인 27일 한국을 찾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통한 북미 실무협상 정도가 이뤄질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공식적인 북미 실무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권정근 북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비건 대표 방한 당일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해도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초부터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내가 방문할 곳 중에 하나"라며 DMZ 방문계획을 알렸지만 비보도 요청에 따라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트위터에 "(G20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포함해 중요한 회담을 가진 후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떠날 것"이라며 "그곳에 있는 동안 DMZ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반응이 전례없이 신속했던 점은 북미 간 사전조율이 있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최선희 북 외무성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 트윗이 올라온지 몇 시간 만에 내놓은 담화문에서 "트럼프 대통령 의중대로 조미(북미) 수뇌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분 사이 친분관계를 깊이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화답했다. 비건 대표가 29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한미 친교만찬에 불참하면서 북미간 사전조율이 진행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당일에서야 양 정상의 입을 통해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최종 조율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이뤄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전선언 후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만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사실을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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