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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 ‘진범’이 송새벽을 선택한 이유
“다른 사람 일기장 훔쳐보는 느낌의 시나리오, 강렬했다”
연극적인 구성-제한된 공간-많은 대사…”쉽지 않은 촬영”
2019-07-12 00:00:00 2019-07-1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추적 스릴러 장르에서 왜 송새벽일까. 코미디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연기력 측면에선 이견이 필요 없는 배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면 캐스팅 순위에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연출을 맡은 감독이 데뷔를 앞둔 신인이다. 신인으로서의 부담감에 최소한의 이미지 캐스팅을 고려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결과적으로 감독은 가장 우선적으로 이 영화 속 주인공 영훈역에 송새벽을 고려했단다. 송새벽 역시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 부담감이 분명히 있었을 듯싶다. 당연하다. 더욱이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스릴러 장르다. 맞지 않는 옷이라고 느낄 법도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단 번에 빠져 들었다.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기분이었다고 할 정도로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거의 완벽했다. 더욱이 영화 제목처럼 본인도 시나리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진짜 범인이 누군지를 예측조차 하지 못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영화 진범속 배우 송새벽이 엄지 손가락 두 개를 추켜 세웠다.
 
배우 송새벽. 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송새벽과 만났다. 개인적인 인터뷰 만남은 2014도희야이후 5년 만이다. 그 동안 송새벽의 필모그래피도 쌓여 왔지만 큰 흥행작을 일궈 내지는 못했다. 공교롭게도 도희야이전과 이후로 그의 작품 속 색깔은 명확하게 선을 구분했다. 그 구분된 선이 이번 진범으로까지 이어진 듯 보였다. 예상대로였고, 예상에서 조금 빗나간 점도 있었다.
 
당연히 저도 왜 이런 무거운 내용이 저한테 왔을까 싶었죠. ‘7년의 밤같은 딥(deep)한 내용을 그린 작품에도 출연했지만 제가 스토리를 끌고 간 역할은 아니었으니. 그런데 감독님이 저한테 주신 이유가 명확하더라고요. ‘도희야속 제 모습을 보고 진범영훈을 떠올리셨다고 하더라고요. ‘도희야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새론이에게 너무 몹쓸 짓을 많이 해서(웃음).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했어요.”
 
진범은 스토리 자체가 송새벽이 연기한 영훈과 유선이 연기한 다연의 감정이 연이어 엇갈리는 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훈은 어떤 식으로 든 아내를 죽인 진범을 찾아야 한다. 반대로 다연은 용의자로 몰린 남편 준성의 무죄를 주장 밝혀야 한다. 공교롭게도 다연의 남편 준성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영훈이었다. 감정적으로 공통점이 많지만 어긋나는 지점은 더 많다.
 
배우 송새벽. 사진/리틀빅픽처스
 
반전에 대한 공부를 감독님이 정말 많이 하시고 쓴 시나리오 같았죠. 그 반전을 위해 눈속임 정도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상황과 그 안에 있는 인물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야 했어요. 각각의 주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관객들도 나라도 저러겠다싶게 만들어야 했죠. 연기를 하다 보니 진짜 나라도 영훈처럼 저러겠다싶은 장면이 많았어요. 아마도 제가 결혼을 안 했으면 이 역할이 저한테 안 왔을 거 같기도 해요.”
 
진범은 각각의 인물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관객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모습이 강하다. 또한 이런 방식이기에 이야기가 벌어지는 공간 자체가 한정적이다. 영화의 절반 이상이 영훈의 집 한 공간에서만 진행된다. 그 안에서 인물들이 대사를 주고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스크린 속 인물들의 모습은 흡사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펼치는 의 모습 그대로였다. 연극적인 요소가 강했다.
 
저도 동의해요. 감독님에게 연극으로 만들어도 괜찮겠다고 말씀 드렸으니까요. 보시는 분들 입장에선 긴장감이 많이 유지되는 포인트로 작용도 되지만 반대로 배우들 입장에선 그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죠. 대사도 유독 많고, 촬영도 오늘 장면과 내일 장면이 이어져야 하니 감정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죠. 세트 촬영이 두 달 정도 됐는데 진짜 빡빡하게 작업했어요. 공부도 정말 많이 됐죠.”
 
배우 송새벽. 사진/리틀빅픽처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감독이 배우들의 감정선 유지를 위해 세트 분량의 경우 시간의 흐름 그대로 촬영 스케줄을 구성했단 점이다. 그래서 상당히 어려운 촬영 과정이었지만 큰 걸림돌 없이 무난하게 끝마칠 수 있었다. 감정의 굴곡이 상당한 장면을 이렇듯 무리 없이 촬영한 것은 연기 내공이 강력한 배우들이 모여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유선 선배는 정말 같이 해 보고 싶던 선배였죠. 괜한 말이 아니에요. 저도 낯을 가리지만 선배도 낯을 많이 가리세요(웃음).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 5분 어색했나? 그리고 진짜 둘이 커피 마시면서 사는 얘기 등등으로 8시간을 얘기만 했나? 그랬어요(웃음). 상민을 연기한 혁진 선배도 마찬기지고. 아마 촬영 전에 MT를 간 것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제가 먼저 제안을 했거든요. 서로 친해져야 하는 과정이 있으면 실제로 많이 도움이 되요.”
 
상민으로 출연한 배우 장혁진과는 드라마 빙의에서 함께 한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배우들이다. 연극계 출신 배우들이 영화계로 넘어오면서 대부분 연기력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잘 되는 경우가 많다. 송새벽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장혁진과는 대학로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료다. 20년 뒤 드라마와 영화 현장에서 함께 작업을 하니 감회도 남달랐다.
 
배우 송새벽. 사진/리틀빅픽처스
 
하하하. 잘 버틴 결과 아닐까요. 연극계 있었던 동료들을 만나면 잘 버텨줬구나싶죠.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 연극계가 정말 어렵잖아요. 수입은 정말 너무 작고. 대관료나 이런 건 자꾸만 올라가고. 그런 상황에서 동료들을 영화 현장에서 만나면 너무 기분이 묘하죠. 달라요. 혁진 형도 대학로에서 소속된 극단은 달랐지만 알고 지낸 동료였죠. ‘진범때는 촬영 끝나고 둘이 진짜 쉽게 헤어지질 못했어요(웃음). 동병상련이라고 할까요.”
 
송새벽은 마더에서 세팍타크로 형사캐릭터로 인상적인 영화계 데뷔를 했다. 이후 방자전’ ‘위험한 상견레등 코미디 장르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이런 이미지 깨기에 돌입했던 듯싶다. 이번 진범출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도희야도 그렇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역시 지금까지의 송새벽을 다시 보게 한 작품이다. 그리고 진범이 또 한 편의 새로운 송새벽을 만들어 냈다.
 
배우 송새벽. 사진/리틀빅픽처스
 
코미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해요. 상업적으로도 이 장르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고요. 이 장르에서 저의 강점이 드러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졌단 건 너무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이미지가 치중돼 있었던 것도 배우로선 좀 부담이었죠. 의도적으로 제 이미지를 깨야겠다 싶었던 적은 없어요. 하지만 좋은 작품을 이렇게 연이어 만나다 보니 이제는 저도 좀 다양한 모습을 담은 배우가 된 것 같아요. 배우로서 좀 더 자유로워 진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지금이.”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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