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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라이온 킹’, 애니와 실사의 분명한 간극 충돌
디즈니 특유 의인화 색깔↓…‘실사의 장점이자 단점’ 증명
원작 스토리 벗어나지 못한 이야기, 시대 변화 흐름 역행
2019-07-15 00:00:00 2019-07-1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1994년 국내에서도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백미는 초원의 왕 무파사의 아들 심바를 높이 치켜드는 맨드릴 원숭이 라피키, 그리고 그 모습에 환호는 초원의 동물. 이 장면은 장관이란 단어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라이온 킹의 유일무이한 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뒤 디즈니가 실사화를 이뤄냈다. 라이브 액션으로 재 탄생된 이 장면은 예고편에서도 공개가 됐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프리카 대 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삶의 쟁탈전은 라이온 킹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주제곡 ‘circle of life’(생명의 순환) 그대로였다. 지금의 시대를 지배하는 무파사는 자신의 뒤를 이어 햇볕이 닿는 모든 초원의 땅 프라이드 랜드 수호자로서 아들에게 가르침을 내린다. 뺏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것에 대한 삶의 의미를.
 
 
 
내용은 애니메이션 스토리와 거의 동일하다. 전개 방식 역시 동일하기에 뻔하다. 그럼에도 이 스토리가 전 세계 영화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뻔함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공존때문일 것이다.
 
모두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심바는 어리고 철이 없다. 그는 왕으로서 권위가 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리고 삶의 경륜이 당연히 짧은 심바의 눈에 아버지 무파사의 권위는 그렇게 비춰진다. 광대한 왕국의 영토는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권위이다. 무파사에게 밀리고 자신에게도 밀린 삼촌 스카의 야심을 더욱 자극하는 심바의 철없음은 그래서 안타깝고 아슬아슬하다. 심바의 이런 모습에 스카는 더욱 더 야심을 불태운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서 빨리 어른이 돼 힘을 가진 왕이 되고만 싶은 심바다. 그럴수록 스카의 눈에는 기회가 엿보여지고 그 틈을 노리게 된다. 프라이드 랜드의 골치거리인 하이에나 무리와 비밀리에 손을 잡은 스카는 형 무파사와 조카 심바를 한 번에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스카의 손에 죽게 되는 무파사와 그 과정을 지켜 본 심바는 충격을 받는다. 심바는 아버지 무파사를 죽게 했던 동기 유발의 죄를 짊어지고 왕국에서 쫓겨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사막 한 가운데에서 죽음 직전 심바는 평생의 동료이자 친구인 멧돼지 품바 그리고 미어캣 티몬과 만나게 된다. 이들은 심바의 가슴 속 응어리와 트라우마를 바라보며 골치 아픈 과거를 잊어 버리라하쿠나마타타를 가르친다. ‘라이온 킹의 또 다른 시그니처 송 하쿠나마타타가 스크린 가득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그렇게 하쿠나마타타를 부르며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심바는 아기 사자에게 아버지 무파사를 쏙 빼닮은 모습으로 어엿하게 성장한다. 그리고 어느 날 심바의 눈앞에 어릴 적 친구이자 훗날 아내가 될 암사자 닐라가 나타난다. 이미 하쿠나마타타에 젖어 든 심바는 왕국을 구해 달라는 닐라의 도움을 거절한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개 자체의 흐름은 고전 서사의 맥락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이런 흐름은 익숙하다 못해 완벽하게 학습된 클리셰다. 왕위 계승 문제 그리고 골육상잔의 비극, 여기에 자아 성장의 과정이 더해지면서 라이온 킹은 고전 햄릿의 그것을 빼 닮은 스토리 라인업을 스스로 구성했다. 물론 이런 점은 25년 전 원작 애니메이션 자체가 갖고 있던 상징성 때문에 연출자인 감독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1994년 원작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에서 약 1138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전체 관람가 영화 중 가장 많은 이익을 올렸다. 현재까지도 이 기록은 유지 중이다. 원작이 존재하는 영화의 연출자들이 갖게 되는 가장 큰 딜레마 가운데 하나다. 이 점은 원작을 기억하는 7080세대와 그렇지 않은 지금의 신세대가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들지에 대한 변주로 작용할 듯하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압도적인 실사는 눈을 의심케 한다. 그럼에도 그 압도적인 지점이 오히려 반감으로 작용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 같단 의심을 들게 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이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최고의 흥행작으로 남을 수 있었던 점은 동물 캐릭터들의 의인화 과정에 따른 관객들의 감정 이입이다. 사자 심바의 얼굴을 통해 드러난 감정은 그래픽을 통해 희로애락과 스토리 전체의 메시지인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반면 이번 실사화에선 캐릭터 심바가 아니라 그냥 사자다. 캐릭터 품바티몬이 아니라 그저 멧돼지와 미어캣 한 마리가 나온다. 표정 변화 역시 읽기가 쉽지 않다. 경쾌한 느낌의 히트곡 하쿠나마타타가 흘러나오는 장면에선 디즈니 특유의 환상적인 창작성이 아닌 동물의 왕국내셔널지오그래픽에 노래를 입힌 장면이 나온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가장 큰 이질감은 시대적 흐름에 걸맞게 각색과 변주를 이뤄내지 못한 지점일 것이다. 원작의 아우라를 그대로 가져 온 리바이벌 스토리는 차치한다. 영화 오프닝의 압도적인 장관을 이뤄낸 권력자에 대한 시민들의 조아림은 단 한 장면이고 라이온 킹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고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상징성이기도 하다. 계급과 권력을 다루는 지점 역시 상업 영화 시장 속 스토리 흐름과는 맥이 분명히 다르다.
 
25년 원작 애니메이션이 담고 있던 뭉클함과 가슴 떨림의 감동이 기묘하게 반감되는 지점들이다. 분명히 2019년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라이온 킹의 압도적인 결과물은 찬사를 이끌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디즈니의 마법은 전통적으로 동물 캐릭터의 완벽한 의인화 과정이었다. 디즈니 역대 히트 메이커들만 살펴봐도 충분히 수긍된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간극은 그래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여기에 시대의 흐름이 변했다. 14일 기준 1000만 흥행을 달성한 알라딘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라이온 킹의 압도적인 실사화와 찬사를 보낸다면 알라딘이상의 재미와 흥미 그리고 뭉클함을 담고 갈 수 있다. 반대로 원작의 감동을 보다 짙게 느끼고 싶었다면 기묘한 이질감의 충돌을 경험하게 될 듯하다. 개봉은 오는 17.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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