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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잔액 코픽스 취급 첫날…은행 영업점 체감효과 제로
은행권, 신 잔액 코픽스 연동 대출 취급…기존보다 0.3%포인트↓
고정금리 더 낮은 역전현상·신규 대출자 한정 탓에 고객문의 적어
2019-07-16 15:26:47 2019-07-16 15:26:47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신(新)잔액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취급된 첫날,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에서는 느껴지는 정책 효과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최대 1조원의 이자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등 대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대출 대상자가 신규 대출자로 한정된 데다 고정(혼합형)금리가 더 낮은 탓에 현장의 수요는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은 이날부터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를 반영한 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의 신 잔액 코픽스는 기존 잔액 기준 코픽스보다 0.30%포인트 내려간 3.05% ~4.55%로 조사됐다. 같은 날 신한은행의 신 잔액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는 기존 3.40%∼4.65%에서 3.08%~4.33%로 인하됐으며 우리은행은 3.40%∼4.40%에서 3.08∼4.08%로 내렸다.
 
금융채 6개월물을 기준으로 삼는 KEB하나은행의 신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종전의 2.842%~3.942%에서 2.537%~3.637%로 새롭게 산정됐다. 금융당국이 예상(0.27%포인트)했던 대로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다만 아직 수요는 많지 않았다.
 
실제 이날 기자가 방문한 신한은행 명동지점의 종합상담창구는 오전 10시 기준 은행 업무를 보는 고객이 2~3명에 불과했으며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와 SC제일은행 명동지점 역시 한산했다. 국민은행 무교지점 또한 대기고객이 1~2명으로 분비지 않았다. 대출 시행 첫날인데다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는 신규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당장 신규나 대환 고객은 많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번호표를 발급받아 대출을 문의하자 “신 잔액 기준 연동 대출을 물어보는 고객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해당 은행원은 고시금리를 소개하며 “만약 3년 이상 된 기존 대출이 있고 이것이 변동형이라면 신 잔액 기준 코픽스로 갈아타는 것을 추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합형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안내했다.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 보다 더 낮게 형성돼 있는 ‘역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어 금리 경쟁력면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얘기다.
16일 기준 은행별 금리 현황.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주요 은행별 혼합형(금융채 5년물) 금리를 보면 국민(2.40%~3.90%)·신한(2.78%~3.79%)·KEB하나(2.792%~3.892%)·우리은행(2.64%~3.64%) 모두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하회하고 있다.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와 혼합형 금리만을 놓고 보면 많게는 0.65%포인트까지 차이난다.
 
이 경우 만기 10년에 3억원을 대출받아 원리금분할상환방식으로 갚는다고 가정하면 혼합형의 총 대출이자는 3773만7086원이지만, 신 잔액기준 코픽스 주담대 금리를 적용한 총 대출 이자는 4845만179원으로 이자차액만 1000만원 이상이 된다. 물론 향후 시중금리의 변동추이 등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당장은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에서 전체 대출자 금리 부담이 최대 1조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며 금리 산정체계 개편에 시동을 걸었지만 정책적 효과는 아직 미지수인 셈이다.
 
은행 내에서도 정책적 효과에 대해 체감을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대출 시점의 금리를 중요하게 보는데 현재로서는 혼합형 상품 금리가 더 매력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잔액 기준 코픽스 비중도 신규 취급액 기준에 비해 낮은 편이라 대환고객이나 신규 대출 고객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 또한 “아직 대출이 취급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 영업점을 통해 대환이나 신규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반적으로 문의도 많지 않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기존 잔액기준 코픽스로 대출을 받은 차주는 3년 경과 시에만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새로운 잔액 코픽스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대환을 망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 또한 “영업점별로 문의는 간간이 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신 잔액 코픽스의 경우 고정금리보다 금리가 더 높은 탓에 (신 잔액 코픽스 연동)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은 크게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대출 수요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출받은지 3년 이내 분들은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해야하기 때문에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상 대출 시행일로부터 3년까지 최대 1.2%의 중도상환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대환 시에는 기존 대출시점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고, 기존대출의 현재 잔액 그대로 대환 가능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넘은 기존 대출자는 갈아타는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아직까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낮다는 점은 대출을 받을 고객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며 “고객 수요에 대한 추이를 알려면 상황을 조금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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