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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방도령’ 정소민 “코미디는 다른 배우들, 내 몫은…”
“밸런스 측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확실한 내용이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 가진 ‘해원’, 그 점이 날 매료시켜”
2019-07-17 00:00:00 2019-07-17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B급 장르물에서 정통을 끌어 올렸다. 영화 기방도령속 정소민은 유일하게 선을 똑바로 걸었다. 모든 인물이 올곧게 그어진 바른 선을 두고 갈지 자로 엇박자의 리듬을 유지했다면 정소민은 장르의 흐름 속에서 장르 자체가 갖고 있는 미덕에만 집중했다. 사실 정소민은 누구보다 코미디 장르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왔다. 사실상의 스크린 데뷔작 스물에서 보여 준 B급스러움의 소화력은 강철도 씹어 넘길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아빠는 딸에선 선배 윤제균과 바디 체인지소재가 담은 웃음 코드를 정확하게 짚어 내며 다시 한 번 코미디에 특화된 연기 리듬을 과시했다. 강동원 주연의 골든 슬럼버에서 아주 잠시 특별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지만 그의 중심은 코미디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기방도령을 선택했을 때는 제대로 된 B급 웃음의 폭발력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예상을 완벽하게 벗어난 정통 사극의 연기 톤으로 극 전체의 흐름에 색다른 중심을 잡았다. 물론 의도된 결정이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소민의 타고난 엇박자 웃음 코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선구안에서도 드러나게 됐다.
 
배우 정소민. 사진/판씨네마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목부터 파격적인 코드를 예상케 하는 기방도령에서 그는 진중함을 담당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폐업 위기에 시달리는 기방 연풍각의 스타 꽃도령 허색(이준호)의 마음을 사로 잡게 되는 양반가 규수 해원 역을 맡았다. 그는 시종일관 진중하고 웃음기를 뺀 존재감으로 등장한다. 한 번은 터트릴 법한 웃음 코드에서 스스로를 낮췄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비행기 안에서 읽었어요. 그때 되게 피곤했는데 만화책 보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졸린 데 다음 장이 궁금해서 잠을 참으면서 읽었을 정도니까요. 전 개인적으로 저 스스로가 울림을 느끼느냐 마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이번 영화는 제 캐릭터 보단 전체적인 시나리오 톤이 절 울렸어요. 밸런스 적인 측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명확하게 보였죠. 코미디는 다른 선배들이 하고 전 제가 할 게 눈에 딱 들어왔어요.”
 
시나리오에 대한 재미도 있었지만 장르가 사극이란 점도 정소민을 끌리게 했다. 데뷔 이후 줄곧 사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정소민이다. 배우들에겐 어려운 장르로 정평이 난 사극을 정소민은 갈망했다. 어릴 적부터 한국무용을 전공한 탓도 있다. 한복에 대한 편안함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도 덧붙인다. ‘기방도령이라 선택한 게 아니라 사극을 원했고 기방도령이 너무 재미있었기에 선택했다고.
 
배우 정소민. 사진/판씨네마
 
데뷔 이후 사극을 원했는데 9년 만에 원하는 걸 손에 쥐게 된 거죠(웃음). 한국무용을 했었기에 한복이 너무 예쁜 걸 잘 알아요. 한복 맵시도 잘 어울린단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하하하. 우선 원했던 거지만 연기에 대해선 걱정도 했죠. 사극이면 말투가 달라야 하잖아요. 첫 리딩때 감독님에게 많이 여쭤봤어요. 다행히도 감독님이 틀 안에 갇히지 말아라고 조언해 주셔서 편안하게 이끌어 갔죠. 캐릭터에만 집중했어요.”
 
정소민이 연기한 해원은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 방식을 가진 현명한 여인이다. 양반가 규수였지만 실상은 몰락한 집안의 딸이다. 그럼에도 조선시대 엄연한 법도인 반상의 구별, 남녀 차별, 여성의 욕망 억압에 대한 부당함을 느끼고 있는 여성이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존재감 만큼은 기방도령속 누구보다 강렬하다. 여기에 주인공 허색을 연기한 이준호와의 로맨스가 잔잔한 재미를 더한다. 두 사람은 스물에서 함께 한 경험이 있다.
 
해원은 허색에겐 어머니 같은 느낌이었을 듯싶었죠. 모성이라기 보단 어머니에 대한 정을 많이 느끼지 못한 허색이 편안해 하는 여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너무 많은 여성들이 있지만 유독 해원에게만 특별함을 느끼는 건 그런 이유 때문 아닐까 설정했죠. 여기에 단순하게 차분한 여성이 아닌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성격이 절 매료시켰어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는 성격이 실제 저와 비슷했어요. 배우로서 재미를 느낄 수 밖에 없었어요.”
 
배우 정소민. 사진/판씨네마
 
이준호와의 합은 예상 밖으로 절묘했다. 이준호가 허색이란 인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극하면 정소민은 해원이란 인물로 무게를 잡아줬다. 두 캐릭터의 케미가 절묘하게 배합되면서 기방도령의 색다름에 방점이 찍혔다. 정소민은 스물에서 함께 했던 이준호와 이번 영화에서 다시 만난 것에 유독 반가워했다. 그리고 아이돌 출신 배우이지만 너무 많은 배울 점을 느끼게 됐단다.
 
“’스물때는 우빈씨와 하늘씨를 제가 번갈아 만나는 내용이라 나머지 한 명인 준호씨와는 붙는 씬이 거의 없었어요. 모두가 동갑내기라 정말 친하게 지냈어요. 근데 기방도령에서 허색을 준호씨가 한다고 했을 때 너무 반가웠죠. 진짜 든든했어요. 진짜 한 신을 준비해 와도 여러 가지 다양한 준비를 해와요. 감독님이 너무 즐겁게 고를 수 있게 해주는 배우에요. 정말 촬영 기간 동안 손에서 시나리오를 놓지를 않더라고요. 대단한 친구에요.”
 
현재 정소민은 SBS 라디오 파워FM ‘정소민의 영스트리트’ DJ로도 활동 중이다. ‘기방도령촬영은 DJ와 병행을 했다. 라디오 방송 특성상 생방송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영화 촬영 스케줄과 병행을 했단다. ‘대단하다는 말에 가능은 했었다고 웃는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진짜 대단한 분들은 따로 있다며 손사래다. 본인이라면 절대 시도조차 해보지 못할 영역이라고.
 
배우 정소민. 사진/판씨네마
 
“DJ는 이제 딱 6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고 라디오도 꼭 해보고 싶던 영역이었죠. DJ를 하면서 기방도령출연이 결정됐어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스케줄 조정을 해보니 가능할 것 같은데싶었죠. 겁도 없이 둘을 병행했는데. 좀 힘들었지만 괜찮았어요. 하하하. 근데 DJ랑 드라마 촬영을 병행하는 선배님들도 계세요. 진짜 그건 대박이에요. 그건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이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즐겁게 DJ하면서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또 즐겁게 작업하고 싶어요. 제가 도전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분량은 상관이 없어요. 언제나 도전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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