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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8년만에 34명 기소(종합)
재수사 거쳐 SK 등 8명 구속기소…환경부직원·국회보좌관 비리도
2019-07-23 15:01:05 2019-07-23 16:22:19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한 SK케미칼·애경산업 전·현직 임직원 등 8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사건 발생 8년 만이다. 재조사 과정에서 환경부 공무원과 전 국회의원 보좌관 등의 비리도 밝혀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23일 이런 내용의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2월부터 6월까지 매달 관련자들을 차례로 기소했던 검찰은 22일 마지막으로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기소한 5명 가운데 검찰은 애경산업으로부터 2017년부터 올해까지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 등을 제공받고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가습기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각종 내부자료 등을 넘긴 혐의(수뢰후부정처사·공무상비밀누설)로 환경부 서기관 최모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애경산업 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보이니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을 철저히 삭제하라고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올해 검찰 압수수색 당일 가습기살균제 담당 직원의 노트북 1대를 은닉하게 한 혐의(증거은닉교사)로 이마트 품질관리담당 상무보 1명도 불구속기소했다. 또 2007~2011년 흡입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로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를 개발·제조·판매할 때 객관적·과학적 방법으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은 과실 등으로 1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GS리테일·퓨앤코 임직원 총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아울러 인체에 유해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이용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SK케미칼·애경산업 등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옥시·홈플러스·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공급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최모 전 SK케미칼 팀장 1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대규모 건강 피해 사건 진상 규명을 방해한 행위와 관련해 증거를 인멸·은닉하고 이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은닉 및 교사) 등으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등 SK케미칼·애경산업 전·현직 임직원 3명을 구속기소,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에는 기업 관계자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소환 무마 등 알선 명목으로 애경산업으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로 전 국회의원 보좌관 양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환경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하고 거짓 의견을 제출한 혐의(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위반) 등으로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등 SK케미칼·SK이노베이션(옛 유공) 직원 4명과 각 법인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공판을 전담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책임자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앞서 시민단체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은 지난해 11월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등 전·현직 임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검찰에 재고발했다. 이들은 SK케미칼이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CMIT와 MIT를 개발했고 애경산업 등이 이 원료로 '가습기메이트'를 생산·판매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해 12월에는 사회적참사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직권 조사를 결정했고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1월 고발인 조사를 비롯해 SK케미칼 등을 압수수색한 뒤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안 전 대표를 불구속기소하는 등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2011년 서울 한 대학병원에 산모 8명이 폐가 굳는 원인 미상 폐질환으로 입원한 뒤 4명이 숨지자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해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폐질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유족들은 2012년 8월 옥시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사 10곳을 고발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듬해 사건을 시한부 기소중지했고 2016년 1월 서울중앙지검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리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그해 11월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세퓨 등 업체 대표와 임직원 등 21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기며 수사를 마무리 한 바 있다.
 
권순정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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