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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세종대왕 폄훼 아니다. 관객들 마음 존중”
2019-07-29 09:00:55 2019-07-29 09:00:5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나랏말싸미를 연출한 조철현 감독이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29일 오전 조 감독은 나랏말싸미를 연출한 조철현 감독이 드리는 글이란 제목으로 자신의 입장을 담은 내용의 글을 각 언론사 문화 담당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지난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 창제가 세종대왕이 아닌 불교의 신미스님이 주도적으로 창제했고, 산스크리트어와 파스파 문자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온 것이란 내용을 담았다. 개봉 이후 평점 테러는 물론 이에 분노한 영화 관객들의 질타가 온라인에 쏟아졌다. 여기에 불교 신자로 알려진 조 감독이 개봉 전 한 불교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미스님 창제설에 힘을 싣는 듯한 내용의 발언까지 알려지면서 더욱 논란이 불을 지폈다.
 
조철현 감독. 사진/뉴시스
 
입장문에서 조 감독은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면서 세종대왕께서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에 있는맹가노니란 구절로 압축되듯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일의 어려움과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영화의 취지다고 설명했다.
 
신미 스님 창제설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조 감독은 실존했지만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해 훈민정음 창제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면서 세종대왕께서 혼자 한글을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서 벌어졌을 갈등과 고민을 드라마화하려면 이를 외면화하고 인격화한 영화적 인물이 필요한데, 마침 신미라는 실존 인물이 그런 조건을 상당히 갖고 있었기에 채택했던 것이다고 해명했다.
 
조 감독은 조선왕조실록에 ‘1443 12 30일 임금이 친히 새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훈민정음 창제 과정의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미는 그 공백을 활용한 드라마 전개에 세종대왕 상대역으로 도입된 인물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감독은 여러 역사서에 신미와 세종대왕의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근거가 있음을 전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신미를 통한 영화적 드라마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음에 대한 판단을 세웠단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분들의 마음을 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폄훼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니다면서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자 했다. 그의 위대함이 어떤 희생을 딛고 나온 것인지, 그렇기에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지 그리고자 했다. 진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과 노력의 부족으로 이런 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감독은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했던 스태프들은 이 영화가 세종대왕과 한글의 위대함을 영화적으로 그리는 작품이라 믿고 함께 했다면서 그것이 나와 그들의 진심이다. 그분들의 뜻까지 오해 받고 있어서 무척 아픈 지점이다. 부족함은 나의 몫이다고 마무리했다.
 
다음은 조철현 감독의 입장문 전문
 
<나랏말싸미>를 연출한 조철현입니다.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입니다. 고뇌와 상처, 번민을 딛고 남은 목숨까지 바꿔가며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어 낸 그의 애민정신과,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군주로서 위대해져 가는 과정을 극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종대왕께서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에 있는맹가노니라는 구절로 압축되듯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일의 어려움과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영화의 취지입니다.
 
우리는 실존했지만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하여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세종대왕께서 혼자 한글을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서 벌어졌을 갈등과 고민을 드라마화하려면 이를 외면화하고 인격화한 영화적 인물이 필요한데, 마침 신미라는 실존 인물이 그런 조건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기에 채택하였던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1443 12 30일 임금이 친히 새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의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미는 그 공백을 활용한 드라마 전개에서 세종대왕의 상대역으로 도입된 캐릭터입니다. 이 과정에서 신미는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습니다.
 
물론 실존 인물 신미는 세종대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입니다. 신미의 동생이자 집현전 학사이기도 했던 김수온의 문집[식우기] 복천사기에 세종대왕께서 신미를 산속 절로부터 불러내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는 기록이 있고, 실록만 보더라도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 스승처럼 모셨으며 세종대왕이 돌아가시기 두 달 전 신미를 침실로 불러 법사(法事)를 베풀었다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세종대왕의 유언으로 그에게선교종 도총섭 밀전정법 비지쌍운 우국이세 원융무애 혜각존자’라는 칭호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우국이세(祐國利世)나라를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한 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세조가 불경을 새 문자로 번역하기 위해 세운 간경도감의 책임자가 되어 학열, 학조 등 제자들과 함께 <능엄경언해>를 비롯한 언해불경(불경을언문, 훈민정음으로 옮기는 일)에 서문과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런 근거 위에, 신미가 범어를 비롯한 외국어에 능통했고 대장경을 깊이 공부했다고 언급한 실록 기사들까지 감안하면 1443 12월 이전의 역사 공백을 개연성 있는 영화적 서사로 드라마화할 만한 근거는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수십 년간 세종대왕과 한글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분들의 마음을 압니다. 그러나 제작진의 마음과 뜻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폄훼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위대한 문자인 한글을 탄생시키기까지, 가장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고자 했으며,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직접 글자의 디자인 원칙을 제시하고 디자인 과정을 주도했으며, 누구나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들기 위해 글자 수까지 줄이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모습과, 신분과 신념의 차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제왕의 권위까지 버리면서 백성을 위해 처절하게 고민했던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그의 위대함이 어떤 희생을 딛고 나온 것인지, 그렇기에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지 그리고자 했습니다. 진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과 노력의 부족으로 이런 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했던 스태프들은 이 영화가 세종대왕과 한글의 위대함을 영화적으로 그리는 작품이라 믿고 함께 하였습니다. 그것이 저와 그들의 진심입니다. 그분들의 뜻까지 오해받고 있어서 무척 아픈 지점입니다. 부족함은 저의 몫입니다.
 
끝으로 관객 여러분의 마음을 존중하고 많은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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