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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들이 공연 취소 결정? 주객전도 논란 '홀리데이랜드'
앤 마리·빈지노 "출연 결정 통보 받았다"…업계 '무대 안전검사 제대로 이뤄졌나'
2019-07-29 13:06:53 2019-07-29 13:07:1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제가 그 쇼의 출연 결정을 취소한 건 아니었어요. 세계에 널리 알려주세요."
 
영국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의 호소에 세계가 움직였다. "당신이 취소하지 않았다는 걸 안다"거나 "한국 팬들이 믿으니 패닉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는 글이 트위터를 타고 지난 밤, 들불처럼 번져갔다. 
 
앞서 앤 마리는 28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최 측은 페이크버진은 "우천으로 인해 다니엘 시저와 앤 마리의 예정 공연이 뮤지션의 요청으로 취소됐다"는 공식 입장을 행사 진행 중에 내걸었다. 
 
앤 마리는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팬들에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주최 측으로부터 공연을 하기에 무대 구조물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통보받았다"고 주최 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또 "그래서 무대에 나갈 수 없었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계속 울어야 했다"며 "공연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끝내 그는 공연을 직접 진행했다. 밤 11시30분부터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루빅 라운지에서 무료로 250명 선착순을 받고 공연을 했다. 간밤 아쉬움을 못이긴 팬들은 소식을 트위터로 나르고, 택시를 돌려 공연장으로 향했다. 앤마리는 인스타그램 라이브까지 켜서 공연 실황을 중계했다.
 
이날 다니엘 시저와 앤 마리와 함께 래퍼 빈지노 역시 무대가 취소됐다. 빈지노는 이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예정돼 있던 제 무대가 강풍으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취소가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주최 측의 '공연 취소 통보'에 대해 무대 안전 검사가 적기에 제대로 이뤄졌는지 합리적 의심도 제기한다. 국내에 굴지 해외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꾸준히 들여온 한 공연기획사 직원은 "당일 현장에서 보기에도 무대가 뼈다귀 처럼 약해보였다"며 "트러스의 규모에 비해 조명이 많이 달려 있었는데, 그것이 구조 안전진단을 했는지 의문을 품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해외 공연 홍보 관계자는 "이번 일은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야외 페스티벌이면 비와 바람 등 변수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20여년 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전신인 '트라이포트 페스티벌' 때 무대 감전 위험이 있었던 일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후 국내에 페스티벌이 많아졌고 무대 운영 노하우도 많이 축적됐다고 생각했다. 그런 소식을 듣게 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날 페이크버진 측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의심 제기에 "무대 안전검사는 충분히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곧 나가게 될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해 달라"며 "그 외에 모든 질문들은 이후 이메일로만 해달라"고 전했다. 
 
페이크버진 측을 둘러싼 잡음은 앞서 26일에도 있었다. 공연 전날 미국 뮤지션 허(H.E.R)의 출연이 취소되면서 환불 규정을 발표했는데, 신청 기한이 당일 밤 11시59분까지에, 양일권 구매자는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전날 행사장에서 페이크버진 측은 모든 불편사항과 관련 환불과 취소 규정을 자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라고 전광판에 띄웠다.
 
지난 28일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전광판에 뜬 주최 측 공지사항.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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