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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올해 760만대 목표 달성 ‘빨간불’
양사 노조 파업 찬반투표 가결…기본급 놓고 이견 팽팽·팰리세이드 증산 합의도 물거품 우려
2019-07-31 16:45:05 2019-07-31 17:07:37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각각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되면서 올해 현대·기아차의 760만대 판매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9~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총원 5만293명 중 4만2204명(83.9%)이 투표해 3만5477명(70.5%)이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기아차 노조도 전날 하루 동안 투표를 진행했으며, 전체 2만6290명 중 2만1746명(73.6%)이 찬성해 통과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지난 22일과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정했다. 두 노조는 다음달 초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달 1일 중앙쟁대위 출범식을 갖고 13일 중앙쟁대위 1차 회의에서 교섭방침과 투쟁일정을 결정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의 세부적인 요구안은 다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및 고소·고발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경영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기본급 인상 등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사측 경영진은 지난 30여년간의 구태의연안 교섭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추석 전에 일괄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사측이 노조의 핵심 요구에 전향적인 검토 및 적극적으로 방안을 제시한다면 중앙쟁대위 회의를 통해 교섭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의 파업이 임박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올해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목표는 760만대(현대차 468만대, 기아차 292만대)다. 전년(755만대)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현대차는 212만7611대, 기아차는 135만3011대로 총 348만622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90’에 이어 올해 신형 ‘쏘나타’ 등을 출시하면서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다. 팰리세이드는 1월부터 인기돌풍을 일으키면서 상반기 3만1502대나 판매, 국내 대형 SUV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쏘나타는 3월 말 신형 모델이 선보인 후 4월 8836대, 5월 1만3376대, 6월 9822대의 실적을 거뒀다. 
 
기아차 ‘텔루라이드’는 지난 2월 미국 출시 후 2만대가 넘게 팔리면서 기아차는 텔루라이드의 월 생산량을 6만대에서 8만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같은 성과에도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의 부진 지속 등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현대차는 5.1%, 기아차는 2.4%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반기 실적개선과 목표 달성을 위해 현대·기아차는 소형 SUV ‘베뉴’와 ‘셀토스’를 통해 국내는 물론 인도 시장 공략을 진행하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조만간 미국에 선보이며, 신형 쏘나타와 제네시스 G90도 하반기 미국 시장 등에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제네시스의 브랜드 최초 SUV인 ‘GV80’과 ‘K5’ 풀체인지 모델, ‘모바히’ 페이스리프트,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연내 출시해 하반기 신차 공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 목표인 760만대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412만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노조 파업까지 더해진다면 자칫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실적은 700만대를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노조 파업이 자칫 팰리세이드 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현대차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파업했다. 2016년에는 24일간 파업하면서 생산차질 대수 14만2000대, 생산차질 금액 3조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4일 동안 파업으로 생산차질 금액은 25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파업으로 인해 최근 노사 간 합의했던 팰리세이드의 증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측은 연간 10만대 수준인 팰리세이드의 폭발적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올 초부터 노조에 증산 논의를 요청했다. 지난 4월에는 기존 월 6000대에서 8600대로 늘리기로 합의했고 지난달 19일 2차 증산에 합의했다. 
 
당초 여름 휴가 기간 동안 울산 2공장에 증산을 위한 설비공사를 진행하고 완공 후 최대 월 1만3000대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팰리세이드 수요 대응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환율효과를 제외하고는 높지 않으며,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내외 악재가 놓여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는 노사가 대립하기 보다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이번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될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된 일”이라며 “무리한 파업은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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