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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자’ 안성기 “라틴어 대사, 사실 비밀인데…”
“1998년 ‘퇴마록’ 판타지 강한 영화, 이번엔 좀 더 현실적”
“상업영화-독립영화,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길 필요”
2019-08-04 00:00:00 2019-08-04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국민 배우’, 이 단어에 다른 배우가 들어갈 이유가 있을까. 배우 안성기에겐 이 단어가 이름이고 그 자신이다. 데뷔 62년 차 이 배우의 왕성함은 여전하다. ‘했다란 표현이 아닌 아직도 하다가 맞다. 해마다 1~2편 이상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물론 이 대가에게도 그런 과정 속에서 갈증은 남아 있었단다. 놀랍다는 표현을 할 수도 있었지만 천상 배우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듯싶었다. 정말 놀랍게도 이 대 배우가 느낀 갈증은 블록버스터였다. 이유는 흥미롭게도 손자 또래의 초등생들이 자신을 배우 김상중으로 알고 있단 사실에 약간은 서운(?)했다며 웃는다. 분명 농담이지만 본인에겐 또 한 번의 자극이 될 수도 있었을 듯싶다. 데뷔 이후 160편이 넘는 작품을 소화했고, 시대를 넘어선 배우 그 자체의 아이콘이지만 연기란 측면에선 분명히 작품 욕심은 아직도 여전했다. 그런 이 대가의 갈증을 아들 또래 감독이 풀어줬다. 130억 블록버스터 사자안신부는 안성기 그 자체를 롤모델로 구축했다. 안성기란 대가의 마음은 곧바로 움직였다.
 
배우 안성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언론 시사회 이후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안성기는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출연한 규모가 큰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궁금한 듯했다. 상업 영화는 2016사냥이후 두 번째다. 숱한 경력과 숱한 경험이 쌓여 있지만 이 대 배우에게도 가슴 떨림과 긴장감은 여전한 듯싶었다. 쑥스럽게 웃으며 주변 반응을 궁금해 했다.
 
너무 궁금하죠(웃음). 요즘 어린 친구들도 날 잘 몰라요. 진짜 모르더라고요. 하하하. 초등생 손자뻘 되는 아이들은 날 보고 김상중이요이러니. 하하하. 아우 서운하지(웃음).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사실 요즘 들어서 좀 규모가 큰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근데 딱 기회도 좋게 김주환 감독이 사자시나리오를 준 거죠. 배역도 안 신부에요. 내 성을 그대로 따서 만들었다고 하니. 고맙죠. 아주. 이 나이에 이렇게 어린 감독이 날 찾아주니.”
 
사자개봉 전부터 안성기의 출연에 3040세대는 이 영화를 떠올리기도 했다. 바로 1998년 개봉한 퇴마록이다. 당시에도 안성기는 극중 신부 역할을 담았다. 다만 이름은 박신부. 성만 다를 뿐 퇴마를 하는 신부역할이었다.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을 만했다. 안성기 역시 이런 주변 시선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 사자퇴마록은 구조 자체가 전혀 달랐다.
 
배우 안성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퇴마록도 그 당시에는 정말 대단한 영화였죠. 하지만 그 영화는 완전 판타지에 가까웠고. 이번 영화도 판타지 요소가 많지만 안신부는 그때보단 더 현실적인 인물이 돼야 한다고 봤어요. 사실적이란 표현이 더 맞을듯하네요. 서준이가 연기한 용후가 격투기 세계챔피언이란 사실이 너무 영화적이기에 캐릭터 자체에 대한 임팩트가 쏠릴 수 있어서 안신부는 사용하는 구마 의식 장비도 성수나 라틴어 그리고 실질적인 도구 등으로 제한했죠.”
 
아들뻘의 배우들 그리고 감독과 함께 한 작업도 궁금했다. 물론 어디에서도 안성기란 대 배우를 능가하는 나이와 경력의 배우 연출자는 이제 충무로 현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안성기는 언제나 현장에서 최고참을 넘어선 선생님으로만 존재한다. 물론 그는 이런 격식 자체에 상당히 오픈된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박서준 우도환 그리고 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과 너무도 격이 없는 사이로 촬영 기간을 보냈다.
 
박서준이나 김주환 감독은 청년경찰로 함께 했었잖아요. 그 영화를 저도 봤죠. 너무 잘 만들었고 너무 재미있잖아요. 이런 후배들이라면 내가 뭘 걱정을 하겠어요(웃음). 느낌이 아주 좋았죠. 도환이도 너무 날 어려워 하던데 그냥 편하게 해 그게 날 도와주는 거야라며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죠. 다들 내가 선을 허물고 다가서니 저한테도 시간이 지날수록 편하게 오더라고요. 숙소 헬스장에서 같이 운동도 하고 야구 연습장에서 야구도 하고 즐겁게 잘 보냈어요.”
 
배우 안성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워낙 많은 작품에 출연해서 사실 본인도 자신의 출연작이 정확하게 몇 편인지 잘 모를 정도로 길고 긴 경력을 자랑한다. 그 가운데 사자처럼 오컬트 요소가 메인으로 담긴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 듯싶었다. 안성기도 곰곰이 앉아서 따져보니 그런 듯싶다며 특유의 너털 웃음을 웃는다. ‘사자에는 액션도 많고 오컬트적인 요소도 많고 판타지 요소가 많다. 하지만 공포 영화의 그것 같은 이미지도 많았다.
 
제가 사실은 공포 영화를 못봐요(웃음). 어느 정도 인가하면 좀 무섭던데요란 영화는 그냥 못봐요. 하하하. 사는 데 내가 불편할 정도로 그 잔상이 오래가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안 봐요. ‘사자도 시사회에서 보는 데 내 기준에선 좀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난 알잖아요(웃음). 저 무서운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저 장면 밖에선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하하하. 라틴어 때문에 검은 사제들도 볼까 했는데 결국에 못 봤어요. 하하하.”
 
사자속 안성기의 명 연기는 안 신부의 구마 의식에 등장하는 라틴어 대사다. 실제 라틴어 대사다. 분량 자체가 상상을 초월한다. 유창하게 쏟아지는 라틴어 대사를 듣고 있으면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당연히 안성기란 대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 된 명연기이기에 가능했다. 그의 명 연기를 본 후배들은 하나 같이 경이로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배우 안성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하하하. 너무 극찬이세요. 뭐 그냥 무대포로 외운 거에요(웃음). 라틴어 대사는 나도 보고 있는데 신기하긴 하더라고요. 하하하.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보는 데 진짜 암담했죠. 이게 무슨 말인지. 이걸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외우니깐 또 되더라고요(웃음). 사실 비밀인데. 몇 마디는 틀린 것 같기도 해요. 하하하. 감독도 나도 스태프들도 심지어 관객들도 사실 라틴어를 모르잖아요. 아마 몇 마디는 틀렸을 거에요. 하하하.”
 
나이가 있고, 경력이 있고, 이미지가 있기에 아이러니하지만 안성기란 대 배우는 상업 영화 속에서 소화되는 방식이 사실 한정적이었다. ‘위에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건 좋은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위에 있는 사람이고 배우에겐 좋지 않은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분명히 있었다. 스토리의 중심이 아닌 조금은 비껴난 곳에서 존재하는 조력자 정도의 존재감으로만 필요 될 때이다.
 
전 좋은 뜻으로만 받아 들여요.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보죠. 단순하게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란 캐릭터라면 전 매력을 못 느껴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죠. ‘저 배우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란 기대감과 호기심이 관객들에게 안 생기면 나도 할 수가 없죠. 나이는 계속 먹어가요. 거스를 수 없죠. 하지만 계속 힘이 느껴지고 에너지가 가득 찬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당연한 욕구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저 스스로 지금도 매일매일 단련해요. 되도록 오래 하고 싶어서죠(웃음)”
 
배우 안성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계 대선배이자 원로급 배우기이게 최근 영화계 현안이자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블록 버스터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영화계와 정부가 거론하고 있는 스크린 상한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었다. 민감하고 어려운 질문일 수 있었다. 당연히 안성기도 고심을 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정리된 듯 털어놨다. 작심하고 털어낸 대답은 아니지만 진심은 충분히 느껴졌다.
 
적절하게 같이 상생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전 지금의 영화 시장이 결코 나쁘다고만 보지는 않아요. 물론 아주 잘되고 있단 뜻은 아니죠. 규모가 큰 영화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독립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게 있죠. 각자의 롤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독립영화가 활성화 되야 규모가 큰 상업영화들의 밑거름이 된단 의견에는 동의해요. 독립영화를 저도 하다 보면 투자가 좀 이뤄지면 더 멋진 결과가 나올 법한 아까운 작품들이 많아요. 양쪽이 다 잘되는 상생의 길이 최대한 빨리 열리길 바랍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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