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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엑시트’ 조정석 “올 여름 가장 뜨거운 영화 되고 싶다”
“시력 교정 수술 이후 ‘실눈’ 뜨고 본 시나리오 최고였다”
“흥행 배우 되고 싶다. 내 몫을 제대로 해 냈다는 성적표”
2019-08-05 00:00:00 2019-08-0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 영화에서 납득이란 캐릭터는 조정석의 지금을 만들어 낸 가장 큰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조정석에겐 장점과 단점을 뚜렷하게 만들어 버렸다. 언제나 관객들은 그에게서 웃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조정석 역시 그런 배역을 연기할 때 더 큰 에너지를 발산했다. 영화 뺑반을 통해 악역을 연기한 경험도 있지만 그 악역 속에서도 조정석 특유의 납득이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웃음을 버리고 진지함을 입었던 적도 있다. 반응도 좋았다. 좋은 평가도 얻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옷을 입은 느낌은 아닌 듯싶었다. 그래서 영화 엑시트용남이 너무도 오랜만이고 또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엑시트속 용남은 그 모습 그대로 조정석이었다. 도대체 이런 재난 영화에서 조정석이 아니면 누가 이 배역을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 조정석도 정말 신나게 이 작품을 소화했단다.
 
배우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영화 개봉을 며칠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주변의 좋은 반응에 한껏 고무된 기분이었다.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던 전작 두 편(‘마약왕’ ‘뺑반’)이 흥행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 여름 텐트폴(각 투자 배급사가 시즌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로 점 찍은 작품) 영화로 나서는 이번 엑시트의 주연을 맡았으니 부담이 컸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한 시름 놓은 상황이다.
 
전작 두 편보다 사실 이 영화를 먼저 선택했었죠. 드라마 질투의 화신끝나고 시력 교정 수술을 했어요. 그때 집에서 쉬고 있는 데 류승완 감독님이 시나리오 하나 주겠다고 하셨어요. ‘시력 교정 수술 때문에 못 본다그러니 그때 봐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너무 웃겨서, 진짜 집에서 실눈 뜨고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에필로그도 없고 그냥 얘기가 딱 끝나요. 너무 깔끔하고.”
 
엑시트는 재난 영화다. 하지만 기존 재난 영화와는 공식 자체가 틀리다. 심각한 내용이 아니다. 재난이지만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하다. 비주얼적으로 압도적인 무엇이 담겨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가스 테러였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조정석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는 이 지점이 엑시트의 킬링 포인트였다고 딱 짚었다.
 
배우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를 읽는 데 우리가 아는 재난 영화하고는 전혀 달랐죠. ‘이게 뭐지싶을 정도였으니. 가장 차별점이라면 가스 테러였어요. 코미디적인 요소도 강하지만 재난에 대한 공포감도 분명히 있어요. 앞이 안보이잖아요. 그 지점을 상상해 보니 의외로 공포감도 밀려왔죠. 이걸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위로 올라가자. 이런 지점도 신선했고. 여기에 탈출 과정에서 보여주는 위트, 와 끝내 준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조정석의 철봉 퍼포먼스에도 깜짝 놀랄 듯싶다. 고난도 철봉 운동을 하는 모습이 눈을 의심케 한다. 영화에서 조정석은 대학 시절 산악부 동아리 멤버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체력적으로 일반인보다 압도적인 그것을 선보인다. 이 장면은 놀랍게도 조정석이 실제로 촬영한 장면들이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그의 능력이 십분 발휘됐다.
 
몇몇 장면은 와이어의 도움도 받았죠(웃음) 하지만 대부분이 제가 실제로 한 장면이에요.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평소에도 풀업(턱걸이) 10개 이상은 했어요. 이때 촬영하면서 최고 19개까지 한 거 같아요. 나중에는 거의 머슬업(고난도 턱걸이) 직전까지 했으니까요. 클라이밍을 준비했던 게 진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산악부 출신이란 점 때문에 준비를 했는데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성룡 광팬이거든요. 그런 느낌도 주고 싶었죠.”
 
배우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성룡 광팬이란 조정석의 능력은 이 영화 속 액션 장면에서 유감 없이 등장한다.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이나 건물 옥상에서 펼쳐지는 다이나믹한 액션 장면 모두가 조정석이 대역 없이 촬영을 한 것들이다. 일부 장면에선 와이어를 착용하지 않고 직접 맨몸으로 소화하기도 했단다. 대부분의 건물 촬영이 실제 건물 옥상에서 촬영했지만 세트 분량도 높이가 10m 이상 되는 곳이었다고.
 
세트 중에서 가장 높은 건 12m 짜리도 있었어요. 사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요. 그런데 무서운 티는 내면 안되고(웃음). 아휴 진짜 하하하. 세트가 너무 거대해서 실제 건물 옥상 촬영과 별반 느낌도 다르지 않을 정도였죠. 실제 건물 촬영에선 정말 놀랐던 게 우리나라에 이렇게 건물이 다양한 가싶을 정도로 별의 별 건물을 다 올라가 본 거 같아요. 저희끼리 나중에는 옥상 영화라고 했으니(웃음).”
 
조정석이야 워낙 베테랑에 속하지만 그의 상대역인 임윤아에 대한 걱정도 있었을 듯싶었다. 아이돌 출신 배우란 타이틀이 전문 배우들에겐 다소 부담감이 있을 것도 같았다. 대중들이 느끼는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은 분명히 존재한다. 잘 되면 다행이지만 흥행에 실패할 경우 오롯이 그 점이 부각돼 대중들의 집중 포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어떤 말씀이신지 잘 알죠. 우선 전 소녀시대를 너무 좋아했죠(웃음). 윤아씨는 연기 경력도 상당히 많고 크게 걱정은 안했어요. 그래도 규모가 큰 영화의 주연이니 내심 걱정은 됐죠. 그런데 함께 해 본 윤아씨는 굉장히 똑똑하고 집중하는 게 탁월하더라고요. 자기 것을 어떻게 만드는 지 너무 잘 알고 있더라고요. 많은 후배들과 함께 해 보면 그걸 만드는 데 좀 어려움을 느끼는 적이 많은 데 윤아씨는 정말 달랐죠.”
 
시사회로 공개되기 전까지 엑시트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올 여름 한국영화 4’ 가운데 최약체로 꼽혀 왔다. 주연 배우들의 티켓 파워도 분명히 떨어진다. 장르적으로도 생소한 지점이 많다. 재난과 코미디의 결합이란 점도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뒤 가장 뜨겁고 가장 강력한 흥행 복병으로 꼽히고 있다. 조정석은 다행이란 생각도 갖고 있지만 한 편으론 서운했단 감정도 솔직하게 전했다.
 
배우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전 너무 만족스러웠는데 공개 되기도 전에 그런 분위기가 있어서 좀 서운했죠. 물론 시사회를 통해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내심 기대가 되요. ‘건축학개론때 느낌과 비슷해요.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고, 전 항상 흥행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결과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내가 내 몫을 제대로 했단 뜻이기도 하고. 나 스스로가 내 장점을 잘 살려서 극 안에 녹아 들어간 그런 존재감이 되고 싶어요. ‘엑시트가 아마 그 시작점이 됐으면 싶어요. 영화 정말 재미있습니다. 많이 봐 주세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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