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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일본의 경제보복과 반인륜범죄
2019-08-07 06:00:00 2019-08-07 06:00:00
예상했던 대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되었다. 소녀상만 전시가 중단된 게 아니라 일본 작가의 설치 조형 작품도 중단되었다. 헌법 9조 개정 반대를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아이치 현 나고야에서 열린 전시회의 주제가 ‘표현의 자유, 그 후’라고 하는데, 당국의 정치적 검열로 전시가 중단되었다.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의 단면이다. 반면 8일부터 열리는 제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일본의 작품을 상영하기로 해서 대조적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일본이 과거 침략전쟁 시기에 저질렀던 반인륜 범죄를 극구 부인해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이번에 직접적인 계기가 된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그렇다. 1965년 맺은 한일협정으로 모든 배상 책임은 끝났다는 말만 반복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국가의 협정에 의해서 개인들이 당한 피해에 대한 청구권이 소멸될 수는 없다. 이런 점을 일본의 사법부도 인정했고, 한국의 대법원이 20년 만인 지난해에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제 전범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면 상황은 끝나게 되어 있었다. 이미 중국과 대만의 선례가 있음에도 유독 한국의 징용 피해자에게는 배상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에 대해서 시민들은 초기에는 ‘한일전’을 강조해왔다. 국가 대 국가의 대결로 보고 일본을 극복하자는 분위기였는데, 최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서부터는 한일전 보다는 아베 반대가 대세를 이루는 것 같다. . 촛불집회에서 아베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의 행동에 연대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일본에서도 아베의 우경화, 군국주의화의 길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위를 전범기업의 본부 앞에서 10년째 전개하고 있는 ‘금요행동’이 대표적이다. 이번 소녀상 전시 중단에 대해서도 일본의 문화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항의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서 항의하면서도 국가주의로 흐르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서 정부가 내세우는 대책에는 우려점이 있다. 소재, 부품산업의 획기적인 육성 대책을 발표하면서 슬그머니 거기에 환경 규제 완화와 함께 특별연장 근로 허용 등 주 52시간제 완화도 포함시켰다. 정부가 내놓았던 52시간 노동제를 정부 스스로 허무는 짓을 하고 있다. 아무리 다급하다고 해도 환경이나 인권의 원칙을 지키면서 할 수는 없을까?
  
곧 광복절(8.15)이다. 한국에서는 일본 아베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정치인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할 것이다.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고, 전쟁에 동원된 자국의 병사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전쟁 시기에 죽은 3백만 명의 일본병사들 중에서 180만 명은 배곯아 죽었다. 전선은 넓어졌고, 보급체계는 엉망이었는데, 미국 등의 반격으로 아시아, 태평양의 섬들에 고립된 채 아사해갔다. 심지어 동료의 인육까지 먹어야 했던 참담함을 가리기 위해 전사자들을 야스쿠니에 전쟁영웅으로 모시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아베 정권은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고 보면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 시기의 반인륜범죄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에서만 문제 제기할 것이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연구되고 조사된 성과들을 널리 공개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언론마저 장악된 일본에서 시민들이 진실을 알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한일 시민들이 함께 보는 운동도 시도해 볼만하다. 그 외에도 한일 시민들이 연대할 일은 얼마나 많은가. 일본이 아무리 피해자 연해도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로부터 비켜갈 수 없다. 반인륜 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일본의 반인륜범죄에 한일 시민들의 연대행동이 한 단계 발전할 수는 없을까?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pl31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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