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미쓰비시 대리 김앤장 변호사 "양승태 독대해 강제징용 논의"
2019-08-07 18:18:53 2019-08-07 18:18:53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사법농단 의혹 중 하나인 강제징용 배상 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송무 책임자였던 한상호 변호사가 7일 법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독대 사실을 증언했다
 
검찰은 한 변호사가 2012년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인 2013년부터 3월부터 201610월까지 적어도 4차례에 걸쳐 대법원장 집무실과 일식당 등에서 양 전 원장을 독대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사법연수원 6기)는 양 전 원장(연수원 2기)과 4년차 선후배 사이이고,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했다. 
 
한 변호사는 이날 양 전 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양 전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대화가 오고 간 점도 시인했다. 한 변호사가 김앤장 징용사건 대응팀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홍주 전 주미대사 등을 통해 외교부 사정을 입수한 뒤 찾아가 "외교부가 소극적이어서 걱정"이라며 도움을 청하면 양 전 원장은 "외교부의 요청으로 시작된 일인데 절차에 협조를 않는다"고 공감하며 진행상황을 일러줬다. 김앤장의 외교부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대법원에 낸 뒤 다시 찾아 "외교부가 이번에는 잘 하겠지요"라고 의심하면 양 전 원장이 "잘 되겠지요"라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그런 취지로 제가 먼저 얘기했을 수도 있고, 전 대법원장이 하신 말을 잘못 들었을 수 있는데 그것 때문에 만난 건 아니다. 사적인 대화를 하다 보니 가볍게, 그렇게 중요한 얘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외교부가 요청서를 실제로 제출하기까지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그런 취지로 말씀을 드리고, 거기에 대해서 답을 주신 걸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김앤장은 법률적인 주장으로 대법원을 설득하는 직접 설득 방안과 외교부 등 법원 외부로부터 대법원을 설득하는 간접 설득 방안을 마련했는데, 한 변호사는 후자에 해당하는 새로운 차원에서의 접근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외교부 측 입장은 주로 현 전 대사와 유 전 장관을 통해 파악했다.
 
이날 법정에선 문승현 당시 청와대 외교비서관이 협조적이고 8·15 담화가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등 청와대·외교부 관련 사정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전해들은 한 변호사의 전문 메모가 공개되기도 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자신이 소송을 대리했던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증언대에 선 만큼 검찰이 제시하는 당시 문건이나 관련 내용에 대해 변호사 업무상 비밀누설이 될 수 있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검찰은 "증인의 의뢰인(전범기업)과 관련 없는 제3(양 전 원장)가 기소된 사안이니 상황을 달리하여 증언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항의했고, 변호인단은 이를 저지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대부분의 질문에 아주 작은 소리로 대답하던 한 변호사가 법정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언급한 발언은 자신이 법정 공개를 꺼린 검찰 조사과정에서의 발언이나 메모 내용 등을 인용하며 질문하는 검사에게 한 "읽지 않으셔도 돼요"라는 한 마디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와 관련 2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