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냉각' 정부 책임론에 "적절치 못한 비판" "대화노력 없었다"
이수훈 전 대사 "이번 사태 성격은 '경제전쟁', 아베 정부 '유사패권' 추구"
입력 : 2019-08-08 18:35:11 수정 : 2019-08-08 18:46:56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우리 대법원의 지난해 10월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 대상 배상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각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허가 신청 면제대상(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한일관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책임론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면 현안은 물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 바람직한 한일관계 등을 놓고도 정부의 대화 노력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훈 전 주일 한국대사(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포럼 발표에서 “최근 벌어지는 사태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미국 중심 헤게모니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위기에 마주하고 한국의 위상이 변하는 것이 중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아베 정부의 행동은 ‘유사패권’ 추구 행위다. 패권에 대한 열망으로만 충만해 성공 가능성이 없다”며 “이번 사태의 성격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제안 조치에 의한 ‘한일 경제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이 전 대사는 현 사태를 일본 정부가 야기했다며 “야당에서 우리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외교참사’라 하는데 적절치 못한 비판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2017년 10월 부임해 올해 5월까지 주일 대사로 재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부위원장은 현 한일갈등을 ‘과거 역사문제, 현재 경제적 문제, 미래 지정학 갈등’이 종합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위원장은 아베 내각이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헌법개정 추구 과정에서 독도 영토분쟁에 나설 것으로도 내다봤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서는 “경제에서 두려운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어떤 것은 묶고, 어떤 것은 풀어주고’ 하는 것이 공격인데 왜 우리가 당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주장에 반론도 이어졌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 상황이 ‘1965년 체제가 흔들리는 것’이라는 이 전 대사의 의견에 “그 자체가 불안정하기에 한일 양국의 보완노력이 지금까지 있어왔다”며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대안이 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시행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중 하나의 한국 수출을 허가한 점을 언급하며 “일본은 전쟁선포가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는 전쟁이라고 생각하면 끝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도 “일본 측 조치들의 성격을 엄밀히 보면 ‘금수조치’를 내린 것은 아니다”며 “이에 대해 ‘국산화로 이겨낼 수 있다’는 식의 패러다임은 무리가 있다. 양국은 결국 화해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일본으로 하여금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도록 한다. 대일 배상·보상 등 일체의 물질적 요구는 영원히 포기한다. 관련 피해자 구제문제는 한국 정부 책임 하에 수행한다’는 내용의 특별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가 토론에서 이 전 대사는 지난해 말 한일 초계기 갈등으로 인한 무관 초치, 아베 내각의 한국 대상 국제법 시정요구 등을 거론하며 “분란이 야기된 조치들의 철회를 한국에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민사 문제다. 피해를 입은 개인과 기업 간의 소송으로 우리 정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정부가 (대법원 판결 후) 8개월 간 손을 놓고 있었냐’는 지적이 있지만, 정부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원덕 교수는 “민사재판이라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미 외교분쟁 사항이 됐다”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해석을 둘러싸고 ‘국제법위반’ 주장이 나오는 마당에 ‘민사재판이라 정부는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되받았다. 정혜경 전 대일항쟁기피해조사 및 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 조사과장도 “‘사법부(대법원) 판결이라 어쩔 수 없다’는 논리라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민들은 어디가서 호소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8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포럼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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