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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암전’ 서예지 “그 장면? 진짜 술 마시고 찍었죠”
“흥미로웠지만 매력적이진 않은 시나리오…감독 독특함 매료”
“영화 만드는 사람 스토리, 실제 감독 모델 다양한 설정 그려”
2019-08-19 13:00:00 2019-08-19 13: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4 MBC에서 방송된 판타지 사극 야경꾼일지에서 독특한 느낌의 여배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보이스톤이 생경했다. 보이시한 목소리는 기묘한 매력을 갖게 했다. 목소리 때문에 그의 연기까지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묘한 매력을 내뿜는 여배우였다. 그렇게 몇 개의 작품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2017년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그는 드디어 포텐을 터트렸다. ‘신들린 연기란 수식어가 결코 무색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과감하고 대범했다. 단번에 안방극장은 이 여배우를 주목하게 됐다. 제대로 힘을 냈다. 그 여세를 몰아 올해 그는 색다른 공포 영화 암전에서 광기에 사로 잡힌 예비 영화 감독 미정을 연기했다. 욕망이 광기로 변하는 순간과 그 경계를 이 여배우는 현미경과도 같은 세밀한 관찰과 표현력으로 짚어냈다. 배우 서예지. 아무래도 이 여배우가 제대로 포텐을 터트릴 듯 싶다.
 
배우 서예지. 사진/킹엔터테인먼트
 
영화 암전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만났다. ‘암전속 미정과 달리 그는 안경을 쓰지 않고 매끈한 얼굴로 마주했다. 그럼에도 인터뷰 동안 꽤 자주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를 바라봤다. 알고 보니 서예지는 극심한 근시였다. 평소에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닌단다. 영화에서 쓰고 나오는 안경의 렌즈도 실제 서예지가 쓰는 안경의 렌즈다.
 
시나리오 속 미정의 얼굴을 상상해 봤어요. 안경을 안 쓰고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떨까. 또 영화 자체에 불분명한 실체가 등장하기에 그 실체와 마주할 때의 모습과 달리 현실 속 미정의 얼굴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안경을 쓰는 게 좋을 듯싶었죠. 영화 속 제 모습을 보니 저도 제가 생각했고 상상했던 모습이라 꽤 괜찮다고 느꼈어요.”
 
워낙 몰입과 집중을 하는 성격이라 암전속 미정과도 맞닿아 있는 점이 꽤 있었을 듯싶다. 우선 영화에서 미정은 자신의 후배와 편의점 벤치에 앉아서 술을 마시면서 극심한 괴로움을 토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자세히 보면 서예지의 얼굴이 상당히 붉게 상기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에서 서예지는 실제로 술을 마시고 촬영을 했다. 제작진이 아닌 서예지가 직접 요청한 부분이다.
 
배우 서예지. 사진/킹엔터테인먼트
 
원래는 보리차 색깔을 음료수를 준비해 주셨어요. 그걸로 촬영을 해 봤는데 모니터링을 해보니 좀 이상하더라고요. 나중에 제가 감독님에게 진짜 술 먹고 찍을까요라고 건의를 해봤죠. 우선 그렇게 해보자고 하시고 찍으니 좀 더 느낌이 잘 살았죠. 뭐 원래 술도 좋아해요(웃음). 그 장면이 미정이 불분명한 실체를 보고 약간은 미쳐 있는 장면인데 그 감정의 몰입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암전속 미정의 모습이 실제에서도 언뜻 비춰지는 서예지는 의외로 공포 영화 마니아라고 한다. 그래서 암전의 시나리오도 상당히 흥미롭게 봤단다. 사실 흥미로웠지 매력적인 느낌은 아니었다고 또 다시 의외의 대답을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재미를 느꼈단 점이 강했다. 그의 호기심을 끈 점은 미정캐릭터였고, 이 인물에서 자신을 보기 보단 연출을 맡은 김진원 감독을 느꼈다고.
 
“되게 독특한 시나리오였어요. 그 독특함 속에는 궁금한 점도 많았어요. 우선 첫 번째로 든 생각이 감독님을 만나보고 싶다였죠. 실제로 만나서 얘기를 나눈 감독님은 정말 독특했어요. 제가 알고 지내는 분들 중 가장 독특한 분이세요(웃음). 사람 자체가 독특하다기 보단 독특한 아이디어가 정말 많으셨죠. 결국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얘기였고, 제 얘기를 녹이기 보단 감독님을 정말 많이 참조했어요. ‘암전속 미정은 그냥 김진원 감독님을 따온 거에요.”
 
배우 서예지. 사진/킹엔터테인먼트
 
김진원 감독을 모델로 인물을 만들다 보니 서예지는 예상 밖으로 이 영화에 여러 아이디어를 많이 녹여 낼 수 있었다. 김 감독도 서예지의 그런 아이디어를 많이 받아 들였다. 일부 장면에선 시나리오와 다른 설정을 서예지의 제안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된 명장면들이 꽤 많다. 무엇보다 서예지가 영화 속 불분명한 실체의 목소리를 담당했단 점은 최고의 비밀 중 하나였다.
 
우선 영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제가 다리를 저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그 장면 촬영을 하다가 다쳤어요. 그래서 제가 건의를 했고, 그럼 다리가 다쳐야 하니 다리를 칼로 베이는 장면을 넣자고 했죠. 감독님도 흔쾌히 받아 들이셨고. 귀신 목소리는 제안을 하셨는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수락해서 녹음 하다가 너무 고생을 했죠(웃음). 3~4시간 동안 물도 안 마시고 목을 괴롭했죠.”
 
워낙 무서운 영화로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났다. 공포 영화 마니아들에겐 올 여름 필수 관람 영화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물론 다른 공포 영화와 마찬가지로 암전역시 현장은 웃음이 넘치는 곳이었다고. 서예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 역시 감정 집중을 위해 서로 거리를 두거나 하는 분위기는 없었다고. 워낙 사이가 좋은 깔깔거림이 넘치는 현장이었단다.
 
배우 서예지. 사진/킹엔터테인먼트
 
저도 공포 영화는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현장이 어떨지 정말 궁금했어요. 공포 영화를 보면 우리가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니 되게 무섭고 상상을 하는 데. 저흰 그 장면을 보면 어떻게 찍은 건지 다 알고(웃음). 그리고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진선규 선배나 저나 다들 너무 즐거웠어요.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진짜 공포 영화가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싶을 정도로 웃었어요. 물론 군산 폐극장 촬영은 진짜 공포이긴 했죠. 어우 먼지가 정말 하하하.”
 
공포 영화이기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서예지는 공포 영화 마니아라고 한다. 독특한 분위기의 판타지 공포 영화 오펀: 천사의 비밀광팬이라고 한다. 이 영화만 수십번을 봤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물론 다른 공포 영화도 좋아한단다. 그가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구해줘역시 공포 요소가 짙다. 그는 혹시 이번 암전에도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실체, 즉 귀신의 존재를 믿을까.
 
하하하. 너무 뜻밖의 질문을 해주시니. 우선 가수 분들은 녹음실에서 귀신 목소리를 듣거나 귀신을 보면 대박이 난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공포 영화인데도 현장에서 그런 걸 보질 못했어요(웃음). 저도 사실 좀 기대를 했어요. ‘현장에서 볼까?’ 싶었는데. 대신 제가 가위를 진짜 잘 눌려요. 그때마다 뭔가를 보긴 하는 데 그게 흐릿하게 보이니 무섭단 건 모르겠어요. 물론 그게 귀신이라면, 지금 좀 오싹한데요(웃음)”
 
배우 서예지. 사진/킹엔터테인먼트
 
이제는 좀 두툼한 필모그래피를 쌓게 된 서예지다. 첫 주연작이자 자신이 좋아하는 공포 영화로 스크린 주연 스타트를 끊었다. 올해는 암전에 이어 양자물리학이란 영화로도 다시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데뷔 이후 첫 해에 두 편의 영화를 선보이게 된 첫 번째 시즌이다. 조심스럽게 자신만의 바람을 전했다. 당연한 얘기이고 바람이지만 암전의 흥행을 원했다. 좋은 결과를 끌어 올려 모두가 만족하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암전' 촬영 끝나자 마자 5일 뒤부터 '양자물리학' 촬영을 시작했어요. 두 작품을 연달아 찍고 나니 고민이 생겼어요. 관객 분들이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저를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는데. 그게 고민이에요. 두 작품이 개봉하는 시기가 너무 짧아서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요. 우선 암전은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영화잖아요. 거기에 1000만 흥행킹 선규 선배와 힘을 합쳤으니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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