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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증거인멸'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징역 2년6월'
"심각한 범죄 인식 못하고 죄책감 없이 다른 사무업무처럼 범행 저질러"
2019-08-23 10:52:19 2019-08-23 10:52:19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가습기살균제 생산·유통 관련 내부 자료 인멸·은닉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가 1심에서 징역 2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23일 고 전 대표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6개월을 선고했다. 고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아 증거인멸 행위를 총괄한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된 양모 전 홍보총무전무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범행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된 이모 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우리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살균제 생산·유통에 있어 애경산업 관련자들의 형사책임 범위를 판단할 증거들이 인멸돼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죄질이 무겁다면서 자신들의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범죄행위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죄책감 없이 다른 사무업무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범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고 전 대표에 대해 이 사건 범행으로 증거인멸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함께 사라진 것으로 자신이 책임을 양 전 전무 등 하급자에게 전가했다면서 “20163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검토보고에 따라 진행되던 증거인멸의 위법성에도 이를 중단할 것을 지시하지 않는 등 범행에 있어 피고인의 역할과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태도 및 사안 중대성을 고려하면 초범인 점을 고려해도 실형으로 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에 처해야 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양 전 전무의 양형이유에 대해서는 증거인멸은닉 실행을 총괄해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일관되게 반성하는 태도와 다른 계열사를 겸직하며 애경산업 업무에만 매진한 것은 아닌 반면, 증거인멸업무를 한 최모 팀장이 업무 자율성이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에 대해서는 임원인 양 전 전무와 실제 인멸업무를 한 최 팀장 사이에서 업무처리를 해 증거인멸은닉 의사결정과 실행에 가담한 정도가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고 전 대표는 20162월 초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양 전 전무에게 압수수색 등 검찰수사에 대비한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양 전 전무와 이 팀장 등은 이를 실행해 구체적인 증거인멸은닉 실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에 따르면, 20162~5월 애경중앙연구소, 애경산업 CRM, 영업부서 등 각 부서 노트북과 PC 등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남은 자료를 삭제하고 연구부서 직원 및 클레임처리 직원들에게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수발신한 이메일을 완전 삭제 처리하는 등 1차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졌다.
 
이후 그해 10월 국회국정조사 종료 후 사내 국정감사 TFT를 조직해 애경산업 인근에 비밀 사무실을 마련하고 각자 소지하던 하드카피 자료 파쇄 및 전자자료 삭제, 비밀리에 보관할 자료는 별도 장소에 은밀히 보관하는 방식으로 2차 증거인멸을 했다. 이 과정에서 독성실험, 주식회사 유공 흡입노출시험 최종보고서 자료 등의 중요 자료는 최 팀장의 처가 다락 창고에 몰래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8월 당시 고광현 애경산업 대표이사 사장이 애경 본사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애경 현장조사에서 보고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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