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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변신’ 성동일 “공포 연기? 그냥 힘을 쫙 뺐죠”
“공포와 오컬트 요소 강했지만 내겐 ‘가족’ 스토리 보였다”
“작품 해석-감독과 의견 충돌, 난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2019-08-25 00:00:00 2019-08-2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연기 잘하는 배우란 점에선 도저히 다른 의견을 낼 수가 없다. 장르를 불문한 소화력이란 점에서도 딱히 반론을 제시할 근거를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불가분의 영역은 코미디란 점이다. 배우 성동일에겐 코미디의 아우라가 너무도 강하다. 그렇다고 성동일이 코미디만 골라서 소화해 온 배우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정통파에 가까운 연기 스타일이었다. 아마도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임팩트가 강렬하게 남았던 작품들을 꼽자면 코미디장르가 대부분이었을 듯싶다. 방송가로 시선을 돌리면 케이블채널 드라마의 신화로 꼽히는 응답하라시리즈가 있다. 그래서 성동일이 영화 변신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관객들은 물론 영화계 관계자 그리고 기자들도 적잖이 놀랐다. 그의 스타일과 아우라에서 변신의 색깔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변신은 공포 영화다. 도대체 변신은 무엇을 보고 성동일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성동일은 무엇을 보고 변신을 선택했을까.
 
배우 성동일.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개봉 며칠 전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성동일과 만났다. 그가 이번 변신에 출연을 결정한 것을 두고 그를 아는 지인들이나 관객 그리고 언론은 연기 변신’ ‘도전이란 단어를 썼다. 성동일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변신의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과는 둘도 없는 형-동생 사이란다. 전작 반드시 잡는다에서 두 사람은 감독과 주연 배우로 인연을 맺은 사이였다.
 
하하하. 그냥 스케줄이 맞아서 출연 결정한 거에요(웃음). 농담 아니라 진짜에요 하하하. 사실 하고자 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그게 다행(?)인지 불발 됐어요. 그때 기회가 좋게 변신시나리오가 들어왔죠. 내용이 좋더라고요. 공포이고 오컬트 냄새가 강했는데 전 가족 얘기가 보였어요. 거기에 내가 또 아버지캐릭터로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좀 인정도 받았잖아요(웃음). 모든 기회가 잘 맞아 떨어졌죠.”
 
기회가 좋았다고 하지만 변신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독특할 수도있었고, 너무도 흔하게 다가 올 수도있었다. 우선 공포란 장르는 성동일에겐 처음이었다. 그 점은 독특했다. 가족이란 코드는 이미 응답하라시리즈를 통해 성동일을 최고의 인기 캐릭터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그 드라마에서 경험해 본 코드다. ‘변신속 의심과 분노에 대한 감정은 성동일에겐 데뷔 이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지점이다.
 
배우 성동일.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딱 그 지점이었죠. 제가 마음에 들었던 게. 이 영화? 가족 얘기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가족이란 게 보기에 따라선 정말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잖아요. 반찬 투정 하면 어디서 반찬 투정이야하면서 버럭 화를 내는 엄마, 형제끼리 부모의 사랑에 대한 질투. 너무 흔하지만 그걸 우린 분노와 증오라고 생각 안해요. 거기에 익숙함이 들어가면 이건 완전 공포죠. 어느 날 아버지가 망치 들고 달려 들어. 어휴, 생각도 하기 싫죠.”
 
이런 점은 성동일의 연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연기력에서 성동일이란 배우에게 이런 저런 지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 있다. 그는 변신에서 연기를 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연기를 하지 않는 듯한 연기를 했다. 힘을 최대한 빼고 가장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설명했다.
 
제대로 봐주신 것 같고, 제가 포인트로 잡은 걸 봐 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그렇게 봐 주셨다니 제가 신경 쓴 거 티가 나잖아요. 하하하. 그냥 무표정으로 있었어요. 뭔가 연기를 하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죽을 것 같더라고요. 김 감독도 그걸 원했죠. 가족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그 반전이 주는 차이가 크게 다가와야 했으니. 사실 공포 장르는 연기 보단 음악이나 효과로 그 힘을 내야 하니 연기에선 최대한 힘을 빼야 했어요.”
 
배우 성동일.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는 변신에서 자신의 연기를 설명하면서 스스로를 기술자라고 불렀다. 배우란 직업 자체에 자신의 정체성을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불리길 바라는 것 같았다. 성동일 스스로가 배우란 직업 자체에 대한 폄하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폄하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점을 물었다. 또 다시 그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기본적으로 난 선호하는 역할도 없고 싫어하는 역할도 없어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장르도 없고. 올 누드 베드신 만 아니면 전 그냥 배역에 날 녹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나 스스로를 연기 기술자라고 불러요. 주변에서 요즘 액션 좀 하던데라고 해요. 그런 장르가 들어오니 하는 거죠. 공포? 연기 변신? 이번에 들어와서 한거에요. 하하하. ? 사극은 못하겠더라고요. 여름에 갑옷은 도저히 못 입겠어요. 수염 붙이는 것도 너무 간지럽고, 상투 가발 쓰면 이젠 머리가 아파(웃음)”
 
쉽게 말하면 그의 이런 설명은 작품의 성격이나 배역 어떤 조건을 들이대도 모든 것에 맞출 수 있단 배우로서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성동일은 이미 예전부터 본인을 생계형 배우라고 소개한 바 있다. 어떤 조건도 가리지 않고 스스로를 던질 수 있단 얘기였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김 감독에게 어떤 의견도 내비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감독의 의도와 생각을 맞추려고만 했다고.
 
배우 성동일.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게 얼마나 의미가 없는 행동인지 전 스스로가 깨우친 거죠. 배우는 출연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봐요. 기껏 해봐야 아주 많이 보면 10번 정도? 그런데 감독은 그걸 최소한 100? 많으면 1000번도 더 봐요. 안 그러겠어요? 의도 내용? 감독보다 더 잘아는 사람이 있나요?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감독에게 말대꾸 한 적이 없어요. 나 혼자 어떻게 해보겠다고 튀면 전체 톱니는 안 굴러가요. 그저 연기 톤을 맞출 때 감독에게 몇 퍼센트로 요구해 줘라고 만 해요. 그럼 감독도 감정을 20퍼센트만 더 올려주세요. 아니면 내려주세요이러죠. 난 기술자잖아요.”
 
그는 김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동일이지만 특히나 김 감독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스스로가 각별한 것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 자체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투박한 외모이지만 영화 하나에 대한 애정만큼은 워낙 대단하다고. 전작 반드시 잡는다에서 인연을 맺은 성동일이다. 그 영화에서 함께 했던 백윤식도 그 인연으로 이번 영화에 아주 작은 역이지만 흔쾌히 출연을 승낙했다고.
 
배우 성동일.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 감독이 워낙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강해요. 백윤식 선생님도 김 감독의 그 애정 하나만 보고 이번 영화에 흔쾌히 출연해 주셨어요. 그리고 김 감독이 사람을 쓰는 법을 알아요. ‘반드시 잡는다촬영 때 모니터를 보라고 하면서 형에겐 다양한 눈빛이 있다. 나중에 꼭 써먹고 싶은 눈빛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써먹고 싶어서 이번 변신에 절 불렀대요. 이러니 배우가 안 좋아하겠어요(웃음). 이미 다음 작품도 또 하자고 했어요. 하하하. 뭐가 될지는 모르죠. 뭐 스케줄도 봐야 하는데 하하하. 날 너무 잘 아니, 내게 해가 될 작품 들고 오겠어요?(웃음) 해야죠. .”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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