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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빅4’ 성적표…‘확실’했던 이유와 결과
흥행 공식 파괴된 올 여름 극장가 풍경
2019-08-27 15:28:30 2019-08-27 15:28:3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여름 시즌 극장가 흥행 시장을 두고 4’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국내 메이저 투자 배급사가 이 시기에 맞춰 개봉을 준비해 온 블록버스터 4편을 두고 이렇게 불렀다. 특정 시기에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각 투자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 1년 중 최고 성수기 시장을 두고 격렬한 관객 몰이 경쟁을 펼친다. 이 시기에 기록들도 쏟아져 왔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해 4 대전보다 냉랭한 분위기로 막을 내리게 됐다. 예상 밖으로 빠르게 식어 버린 올해 여름 극장가는 여러 문제점과 변화를 드러냈다.
 
 
성적표최약체의 반란
 
올해 여름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4’는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의 나랏말싸미’, CJ엔터테인먼트의 엑시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사자’, 쇼박스의 봉오동 전투’. 네 편이었다. 결과적으로 엑시트가 최종 승자가 됐다. 예상을 완벽하게 비껴나간 결과였다.
 
26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엑시트는 누적 관객 수 842만을 기록 중이다. 일일 관객 동원력 10만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900만 관객 수준에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손익 분기점 350만을 훌쩍 넘긴 상태다. 네 편의 영화 중 가장 늦게 개봉한 봉오동 전투역시 최근 손익분기점 450만을 넘어섰다. 관객 몰이에서도 순항 중이다. 최근 한일 양국의 경색된 분위기가 겹치면서 뜨겁게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중반 이후 관객 몰이에서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앞선 두 편이다. 각각 총제작비 130억과 140억이 투입된 나랏말싸미사자는 손익분기점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95만과 160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당초 4’ 가운데 영화계 관계자들과 영화 담당 기자들이 꼽은 최약체는 엑시트였다. 반면 최고 강자는 한국 영화 최고 흥행 보증수표인 송강호 주연의 나랏말싸미였다. 예상과 현실이 완벽하게 역전됐다.
 
파괴된 공식새로운 시도 주목
 
올 여름 극장가 4’의 트렌드는 결과적으로 새로움이었다. ‘엑시트가 당초 최약체로 거론된 점은 명확했다. 주연 배우인 조정석-임윤아의 티켓 파워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재난 장르에 대한 수요였다. 세 번째는 데뷔 감독에 대한 인식이다. ‘엑시트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강자가 됐다. 우선 두 배우는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재난 장르였지만 코미디와 액션 그리고 활극을 적절하게 뒤 섞은 장르의 분위기에 걸맞게 연기 수위를 조절했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에 2030세대 관객이 공감했다. 상업 영화이지만 이들 세대의 현실이 담긴 영화적 메시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장르 역시 앞선 설명처럼 재난 상황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대규모 물량 공세가 필요 없는 포인트 설정이 주효했다. 도심 속 재난은 다양한 설정을 낳으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런 설정은 재난 영화 특유의 신파와 여러 구태의연한 공식을 파괴했다. 마지막은 데뷔 감독에 대한 불신이었다. 하지만 제작사 외유내강에서 내공을 키워온 감독은 이 작품 하나에 오롯이 자신의 장기를 쏟아 부었다. 벌써부터 충무로에선 엑시트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주목을 하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절반의 성공이다. 한일간의 경제 보복 조치-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격화된 분위기는 이 영화의 수혜로 이어질 분위기로 예상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일제강점기 시절 최초의 독립군 승리의 역사를 그리며 그 안에서 벌어진 여러 작은 사건을 영화적 창작으로 이끌어 냈다. 보는 재미와 가슴 뜨거운 상황이 연출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 들일 무엇(?)이 부족했다. 언론 시사회 이후 1000만 영화로 조심스레 점쳐졌지만 예상 외로 뒷심이 부족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작 분노의 질주: 홉스&가 맞불 작전으로 개봉하면서 관객이 분산됐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나랏말싸미사자였다. 두 영화 모두 여름 블록버스터가 취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문제점을 노출했다.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팩션 사극이 지적 받을 수 있는 가장 흔한 문제였다. 하지만 이 영화를 연출한 조철현 감독이 영화 개봉 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발언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이 영화 이후 팩션 사극이 실제 역사를 영화로 끌어 들일 때 취해야 할 여러 기준점이 드러난 셈이다. ‘사자검은 사제들이후 충무로에 등장한 오컬트 소재를 액션과 판타지로 결합해 포괄적인 세계관구축을 위한 오프닝 스토리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미 여러 영화에서 반복된 여러 시퀀스의 등장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 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주목해 볼 결과…8월 말 현재 극장가 풍경
 
이변의 속출은 막을 내린 4’ 대전 뿐만이 아니다. 8월 말 현재 극장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변신이다. 공포 장르 영화로선 2018 3월 개봉한 곤지암이후 1 5개월 만에 박스오피스 1위다. ‘곤지암의 경우 3월 비수기 시즌 흥행에 성공한 영화였지만 변신 8월 성수기 막바지에 대작 영화들을 제치고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27일 만난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마니아 장르로 불리는 공포 영화이지만 깊게 들어가면 가족 영화로 볼 수 있다면서 “’변신은 가족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을 영화적으로 담아낸 점이 여름 극장가에서 이탈한 관객들을 유입시킨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이번 여름에 개봉한 대작 영화들은 타깃층이 불분명한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랏말싸미’ ‘사자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봉오동 전투역시 가족 단위 관객을 끌어 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엑시트는 여름 시즌 대표 흥행 메이커인 코미디와 액션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재난 영화였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통화에서 올해 역시 마찬가지고 매년 반복되고 있다면서 올 추석 시즌도 마찬가지 될 가능성이 크다. 한정된 시기에 대작 영화들이 몰리고 있다. 과다 출혈 경쟁이다. 관객들의 선택을 결정 지을 수 있는 확실한 킬링 포인트가 없다면 올 여름 극장가 풍경은 조만간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고 전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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