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초점)방송사의 웹툰 바라기, 그 이유와 속사정
한국 웹툰 시장, 6년 사이 1500억원에서 8805억원으로 '껑충'
연재 웹툰 수, 2년 사이 1548편에서 2731편으로 '수직상승'
미국의 MCU 넘보는 'WCU'(웹툰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잠재력
입력 : 2019-08-30 06:00:00 수정 : 2019-08-30 06:00:00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 웹툰이요?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잖아요. 드라마나 영화만큼 시간도 많이 필요 없고, 제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18세 고등학생 A)
 
웹툰이 1020세대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는 말이다. A씨는 아침 6시 반에 일어나고, 8시까지 학교에 가서 저녁 10시까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 피곤하고 빠듯한 일상 속, A씨가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을 때는 바로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는 것이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보는 웹툰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25B씨도 드라마보다는 웹툰을 즐겨보는 편이라고 답했다. 자격증 공부에,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건 사치에 불과하다고. 대신 B씨는 빠르고 간편한 웹툰을 택했다. “책보다 읽기 편하고, 스토리 전개가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빨라서 좋다”는 것이 이유였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6명은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6명은 바로 10대와 20. 한 달 동안 웹툰이나 웹소설을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5시간 45분이고, 하루 이용시간 118초다. 영화나 드라마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하지만 화제성은 두 플랫폼과 대등하거나, 견줄 수 없을 정도다.
 
A씨와 B씨는 웹툰의 장점으로 모두 편리한 접근성을 꼽았다. 웹툰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돈과 시간을 훨씬 아낄 수 있다.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젊은 세대들의 마인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제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아있는 대신, 지하철에서, 교실에서, 아니면 침대에 있는 잠깐의 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를 짧고 굵게 소비하는 것이다.
 
드라마 '미생' 포스터. 사진/tvN
 
K웹툰 드라마, 그 역사를 찾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초의 웹툰 드라마tvN ‘미생’(2014)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보다 4년 이르게 KBS2에서는 매리는 외박중’(2010)이라는 웹툰 드라마가 방영됐다. 당시 연재 중이었던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애매한 장르성, 작가의 대본 하차, 잦은 결방 등 잦은 굴곡을 겪으며 산전수전을 겪었다.
 
무엇보다 당시 방송국에서는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다는 점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았다. 2010년 유출된 제14차 드라마 기획회의 회의록을 보면, ‘매리는 외박중이라는 드라마가 흥행하는 점을 좋지 않게 보았고, 웹툰을 기반으로 하기보단 2의 풀하우스를 노리고 제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또 장근석이라는 포지션을 강조해 국내 시청자보다는 그저 외화 벌이용으로 생각하는 의견도 있었다. , 기존 웹툰 팬들을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웹툰 드라마 제작 수. 사진/infogram
 
하지만 이 상황은 2014tvN ‘미생’ 방영 후 180도 바뀌게 된다. 매우 고루했던 K드라마의 판도를 뒤집은 것이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직장인들의 모습, 억지 로맨스가 없는 편안한 전개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방송국은 그제서야 안 것이다. 웹툰 원작 팬들을 잡는 것이 시청률을 잡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해마다 2편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이후부터는 약 10배 이상 수직 상승한다. 종편, 케이블, 지상파 할 것 없이 모두가 웹툰에 빠져들었다. JTBC ‘송곳’, SBS ‘냄새를 보는 소녀’, MBC ‘밤을 걷는 선비’, SBS ‘하이드 지킬, 등이 당시 웹툰 드라마 붐에 제작된 드라마다.
 
현재도 웹툰을 소스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제작자들은 셀 수도 없다. 이미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작품만 9, 그 중 방송사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작품은 3개다. 이외에도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되는 작품들은 6, 논의 중인 작품은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방송사별 웹툰 드라마 제작 수 비교. 사진/infogram
 
원작의 팬덤, 안방극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다
 
웹툰이 점점 성장하는 사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의 상황은 어떨까? 일단 드라마나 예능의 경우, 10%만 넘겨도 대세 드라마라는 호칭을 받는 수준이다. 6~70% 시청률이 국민 드라마의 기본 소양이었던 7080세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다. 영화 시장도 메인 타겟이던 2~30대 인구수가 줄어들었다.
 
드라마와 영화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 역시 플랫폼의 변화에 있다. 이제는 본방 사수를 하지 않아도 유튜브를 통해 클립 영상을 볼 수 있고, SNS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고, 자신의 시간과 돈을 할애해서 볼 수 있는지 판가름하기 시작했다. ‘똑똑한 소비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와 영화는 빠른 시간 내에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시청률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방영 중인 아스날 연대기의 시청률과 화제성만 알아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방송사들은 웹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예로 들어보자. 해당 웹툰은 지난 2012년 연재 당시 조회수 119000만 건을 기록했다. 직장인들의 비애를 현실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뛰어난 스토리 전개와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해당 작품을 드라마화한 방송사는 tvN이었다.
 
결론적으로 미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마지막 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8.4%를 기록하며 역대 tvN 사상 최고 시청률을 이끌어냈다. 가장 큰 성공 키워드는 역시 원작의 성공에 있었다. “내가 보던 웹툰이 드라마가 됐다고?”라며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TV 앞에 앉게 된 것이다. 이후 배우들의 연기력, 사회적 메시지 등도 함께 호평을 받으며 입소문이 퍼졌다.
 
역대 웹툰 드라마 시청률 순위. 사진/infogram
 
시청률은 지상파, 화제성은 케이블과 종편
 
그렇다면, 웹툰 드라마의 시청률은 어떨까? 조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웹툰 드라마는 케이블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청률 성적은 지상파가 한 수 위였다. 특히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시즌2까지 포함해 평균 시청률 10%를 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냄새를 보는 소녀’, ‘우리 집에 사는 남자’, ‘운빨 로맨스등이 뒤를 이었다. 케이블 중 이름을 올린 건 10위에 걸쳐진 미생이 겨우였다.
 
하지만 화제성은 정반대였다. 2014년 방송된 tvN ‘미생의 경우 당시 SNS 검색어 화제 1, 2014년 콘텐츠 파워지수 2위였다. 마지막회는 8.4%를 찍으며 자체 최고, tvN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5년 방영된 JTBC ‘송곳도 마찬가지였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화제성은 1, 2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무한도전’, ‘언프리티 랩스타2’, ‘삼시세끼 어촌편등도 송곳을 이기진 못했다.
 
2016 tvN ‘치즈인더트랩또한 시청률은 평균 7% 정도였지만, 매 방영마다 각종 포털사이트 상위건에 이름을 올렸고, 드라마의 클립 영상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 퍼졌다. 각종 패러디물 또한 케이블이나 종편 드라마가 비교적 많았다. 이를 통해 시청률과 화제성은 별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제작사들이 선호하는 플랫폼의 기준이 있을까? 한 드라마 제작사 측은 "웹툰의 장르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고, 웹툰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가 관건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제작에 의의를 두었다면, 최근에는 좀 더 퀄리티가 높고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것이다.
 
또 "인기 웹툰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줄거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연출이 드라마와 차별화된다"며 "웹툰은 이미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콘텐츠로, 일종의 스크립트로 볼 수도 있다"며 "영상화를 하기 전부터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인은 지옥이다'드라마-웹툰 포스터. 사진/OCN-네이버웹툰
 
웹툰과 드라마, 모두가 흥하는 윈윈전략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되면 이득을 보는 건 방송사 쪽만은 아니다. 원작 웹툰 작가의 네임밸류는 물론, 고료와 콘텐츠 유료판매, IP(지식재산권) 관련 수입도 수십, 수백배까지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일부 스타 작가들의 이야기지만, 확실히 웹툰 작가들은 드라마 제작으로 얻는 수익이 결코 적지 않다. 또 주요팬층도 1020에서 3040까지 확대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 지상파의 경우, 아직까지는 고정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보장받을 수 있다.
 
실제로 웹툰은 단순히 국내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이미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미국 등 각종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그만큼 방송국과 OTT들은 갈수록 웹툰의 흥행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서슴지 않을 것이다.  이미 네이버 영상제작 자회사 스튜디오N’은 네이버에 연재 중인 인기 웹툰들을 직접 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들은 10편의 작품을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는 "넷플릭스가 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전략적 거점으로 보고, 콘텐츠 수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향후 콘텐츠 경쟁은 더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제작사들은 조금 더 나아가, 웹툰도 한류열풍에 가세시키려는 기색도 보이고 있다. 천계영 작가의 '좋아하면 울리는'의 경우, 웹툰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OTT 시장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는 현재 전세계 190국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사실상 가장 빠르게 해외의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외 한류팬들 또한 한국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스트리밍되는 것을 꽤나 반기고 있는 눈치다.
 
OTT의 확장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29일 리서치전문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7월 유튜브와 넷플릭스, 틱톡의 순 이용자 수는 2998만 명이다. 지난해(2595만 명)보다 15.5%(403만 명) 증가했다. 그중 유튜브(2632만 명)가 가장 많았고, 이어 넷플릭스(186만 명)가 뒤를 이었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42만 명)보다 4.4배 증가해 OTT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틱톡(더우인)181만 명으로 작년(87만 명) 대비 2.1배 증가했다.
 
'좋아하면 울리는' 메인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은 지난 22일 웹툰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됐다. 원작의 작품은 조회수 46000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 스토리텔러 이야기를 국내 및 전세계 팬들이 즐길 수 있도록 오리지널 시리즈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해외 OTT 이용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옥수수, 올레TV, 쿡, 티빙 등 국내 OTT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이 되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기발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지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좋아하면 울리는'를 넷플릭스에 공개시킨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상황. 심지어 이들은 아직 서비스도 시작되지 않은 디즈니플러스와도 콘텐츠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며,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만약 디즈니플러스에서 한국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제작된다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아닌 WCU(웹툰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실제로 창립될 가능성도 아주 없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모든 웹툰 드라마가 성공하는 흥행보증수표는 아니다. 리메이크의 성패는 연출가와 배우들의 재해석에 달려있다. 이미 한 번 성공한 작품을 두 번 성공시키는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원작 팬들의 만족은 물론, 원작을 전혀 보지 않았던 시청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시대적 상황과 캐릭터의 매력을 고려해야 한다.
 
김희경 기자 gmlrud15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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