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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르면 소비도 는다는데…'전세' 활성화된 한국만 예외
2019-09-01 07:00:00 2019-09-01 07: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세계경제는 2012년 이후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민간소비 증가도 이끌었다. 미국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과 소비 증가는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한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특한 전세제도가 존재, 무주택가구의 주거비용을 늘려 소비여력을 위축시킨 영향이 컸다.
 
1일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재정위기로 각각 6.0%, 0.6% 하락세를 보였던 선진국 주택가격은 2012년 상승 전환한 이후 연 4.0% 수준의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흥국 주택가격 역시 2008년 이후 연평균 5.6%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민간소비 증가를 이끌었다. 세계 민간소비 증가율을 보면 민간소비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0.2% 수준으로 하락한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2015~2017년 연 3.0%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민간소비는 2016년 이후 연 2.5~2.7%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로존 민간소비도 2015~2017년 연 1.8% 수준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중국도 민간소비 증가율이 2009~2011년 연 10%를 상회했으나 점차 둔화세를 보이며 2017년 6.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박승호 예정처 경제분석관은 "금융위기 이후 2010~2018년 기간에 대한 추정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신흥국에서 민간소비와 주택가격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관계가 존재한다"며 "이는 주택가격이 상승 또는 하락하면 민간소비도 확대 및 위축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이 한국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명목 기준으로 23.4%, 실질 기준으로 1.7% 상승했지만 민간소비의 증가를 이끌지 못했다. 한국은행의 '주택자산 보유의 세대별 격차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이 주택보유 가구 소비에 미치는 영향(탄력성)은 0.020"이라며 "집값 상승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소비 증가율은 약 0.02%포인트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통상 부동산 가격 변화는 소비에 대한 자산효과를 보여준다. 밀턴 프리드만의 '항상소득가설'과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가설'을 보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현재 소득이 늘지 않더라도 보유자산으로부터 자본이득이 발생해 가계소비가 장기는 물론, 단기에서도 자산효과에 의해 증가한다. 또 보유자산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이를 담보로 한 차입이 용이해져서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도 발생한다. 특히 자가 가계는 집값이 오르면 실질적인 부가 늘고 담보대출을 증가시킬 여력이 확대돼 소비가 증가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전세제도가 존재, 자가가구와 전세 등 임차가구 간 자산효과가 상충되면서 방향성이 혼재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경제분석관은 "임차 가계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이 현재 및 미래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며 "임차 가구는 집값 상승이 현재 및 미래에 지출해야 할 주거비용 부담을 늘려 가계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킨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부동산 정책을 검토할 때는 시장상황 및 주택 보유 유무별 가구 특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전세 매물 관련 문구가 게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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