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국정기획2050)28-촛불혁명과 홍콩 우산혁명의 포용국가 비전
한국과 홍콩은 중국과 다른 문명…패권주의 아닌 포용문명으로 나아가
우산혁명, 도도한 시대흐름 관통…최종 승리는 시민인권전선의 것
2019-09-02 00:00:00 2019-09-02 00:00:00
홍콩 우산혁명은 문명의 충돌이다. 시진핑의 중국과 홍콩 우산혁명을 이끌고 있는 시민인권전선(Civil Human Rights Front)의 천쯔제는 같은 중국인이지만 다른 문명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 두 문명권의 사람들이 결국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피의 갈등이라는 파국이 기다리고 있다. 시진핑이 현실 권력 정치에서 당분간 승리할지 몰라도 중국의 미래는 천쯔제와 함께 하는 중국인민들의 것이다. 중국이라는 같은 땅에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문명권에 사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중국인민공화국이라는 하나의 권력 안에 담아 두기에는 두 문명의 충돌은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우산혁명 본질은 홍콩과 북경의 '문명 충돌'
 
이 문명 갈등은 1842년 난징조약이 체결되면서 예고된 충돌이었다. 2019년 우산혁명에 참가하고 있는 홍콩 사람들과 1989년 천안문에서 저항했던 북경 사람들은 같은 중국인이지만, 전혀 다른 문명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홍콩은 정치적으로 북경보다는 한국에 더 가깝다. 홍콩은 난징 조약 이래로 영국의 통치 속에 자유주의적인 전통을 형성했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기까지 서구적인 리버럴 문화 속에서 성장해 왔다. 반면 북경은 1949년 신중국이 건설된 이후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에 의한 사회주의적 정치체제를 형성했다. 그러나 덩샤오핑 이래로 개방화되면서 중국 사회주의는 더 이상 사회주의가 아니다. 1당 독재, 그리고 시진핑 시대에 1인 독재의 나라가 돼 가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오히려 중국의 현자들이 그토록 경계했던 패권국가가 돼 가고 있다. 서구 자유주의적인 리버럴 홍콩과 패권국가 북경의 문명 충돌이 우산혁명의 본질이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및 경찰의 강경 진압 규탄 대규모 집회가 열려 우산을 쓴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콩 우산혁명은 한국의 촛불혁명과 형제라고 할 만큼 닮아 있다. 2019년 8월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집회와 시위는 2016년 한국 촛불혁명과 쌍둥이 같은 흐름을 보였다. 홍콩 각지에서 온 시민들이 환승을 위해 센트럴역으로 모여든다. 센트럴역으로 사람들은 밀려들고 전철은 사람들로 만원을 이뤄서 전철이 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밀치거나 다투지 않는다. 촛불집회에서 광화문역에서 사람들이 평소보다도 더 질서의식이 있고 서로를 염려하고 배려했듯이 홍콩 전철에서 똑같은 전경이 펼쳐진다. 이날 홍콩 역무원들도 촛불집회 때 한국 역무원들과 같이 승객들에 대해 최대한의 친절을 보여줬다.
 
오후 3시에 아열대성 소나기 스콜이 갑자기 폭우처럼 내리고 시민들은 들고 있던 우산을 펼친다. 빅토리아 공원 주변과 거리를 모두 채운 시민들이 한꺼번에 형형색색의 우산을 펼쳐들었고 홍콩 중심가는 순식간에 우산으로 뒤덮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우산혁명이다. 우산혁명은 조직형태도 촛불혁명과 닮았다. 촛불혁명이 퇴진행동이라는 임시조직으로 구성돼 기존 운동권의 수직적인 형태를 탈피해서 수평적인 시민들의 연대로 이뤄졌다. 지금 홍콩 우산혁명의 중심에는 시민인권연대가 있다. 한자로는 '민간인권전선'이다. 한자로 등소평이 한글표기로는 덩샤오핑이듯이 민간인권전선으로 한자 그래도 받아적기보다는 정확한 한국어 어미를 살린다면 '시민인권전선'이다.
 
우산혁명과 촛불혁명은 21세기 글로벌 시민혁명
 
지금 홍콩에서 2016년 촛불에서 있던 일들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궁금한 것은 우산혁명의 미래다. 우산혁명은 그들의 요구대로 행정장관 직선제를 관철할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나 그 미래가 바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거꾸로 시진핑의 경찰과 군대에 의해 가까운 미래에 우산은 짓밟힐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사의 큰 물줄기는 거부할 수 없다. 촛불혁명이 그렇듯이 우산혁명도 도도한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시진핑의 군대가 천안문과 같이 홍콩 시민들을 짓밟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천안문과 같이 홍콩 시민들은 고립돼 일방적으로 패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산혁명의 미래는 2010년 중동 자스민혁명과 같은 새로운 시민혁명의 역사를 만들어낼 것이다. 만약 경찰이 폭력으로 시민을 진압하는 경우에 시민들은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가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생생한 폭력의 현장을 전세계에 중계할 것이다. 만약에 시진핑의 군대가 시민들에게 총칼로 폭력을 행사한다면, 시진핑 정권은 그 날로 조종을 고하는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글로벌 시민혁명이다.
 
촛불혁명과 우산혁명이 가능한 역사문화적 힘은 '포용국가' 이론에 있다. 한국과 홍콩은 동아시아의 문명과 19세기 이후 서구문명의 융합되어 포용문명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고유한 태반문명에서 기원전 1~2세기에 중국에 의한 첫 번째 세계화로서 중국 문명의 유입을 경험했고, 다시 19세기 이후 서구 문명에 의한 세계화를 겪었다. 한국 문명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서구적 개념의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를 흡수해 자기 문명으로 체화한 점이다. 한국은 지난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특히 87년 민주화와 2016년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한국은 인권과 민주를 서구 국가 못지않게 자신의 문명으로 만들었다.
 
홍콩도 한국과 같은 문명적인 경험으로 중국 본토와 다른 문명을 만들고 있다. 남경조약 이후 영국 조차지를 겪으면서 서구의 인권, 민주주의를 체득했다. 특히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홍콩의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었다. 홍콩도 동아시아 문명에 서구 문명이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문명을 형성하고 있다. 베이징 등 중국의 다른 지역이 경험하지 못한 서구적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체험하면서 중국 다른 지역과 상이한 정치문화를 만들었다. 홍콩의 정치적 문화는 중국 본토 다른 지역보다는 오히려 한국에 가깝다. 이러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홍콩 우산혁명과 한국 촛불혁명은 쌍둥이 같이 비슷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촛불혁명 이후 한국문명은 '포용국가'로 나아가
 
촛불혁명 이후 한국 문명은 인권, 민주주의, 평화의 보편 가치를 추구하는 '포용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중국 시진핑 체제의 패권국가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2019년 5월9일 중국은 '아시아 문명대화대회'를 50여개국 정상을 초청하여 일대일로 정책을 기반으로 미국 문명과 다른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이 대회는 4년간의 준비를 거친 시진핑의 회심의 역작이다. 이 대회에서 시진핑은 '하나의 문명이 다른 문명에게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고 공식적으로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지향하는 것은 중국을 또다른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7년 2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아시아 문명의 개념에서 중국 패권주의를 해석할 수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왕도와 패도'의 구분이다. 중국이 지향하는 것을 패권국가라고 하면 한국이 추구하는 보편가치에 기반한 국가는 왕도국가라고 할 수 있다. 왕도와 패도의 대립구도를 '포용과 패도'로 치환할 수 있다면 포용국가와 패권국가의 대결에서 앞으로 한국과 대비되는 중국을 볼 수 있다. 왕도와 패도에 대한 기본개념은 동아시아 고전인 맹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힘으로써 인(仁)을 빌리는 자는 패도이니 패도는 반드시 큰 나라를 소유하고 덕으로써 인을 행하는 사람은 왕도를 행하는 사람이다. 탕왕이 70리의 땅으로 다스렸고 문왕은 100리의 땅으로 다스렸다"고 왕도의 개념을 설명한다.
 
맹자는 이어서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마음으로 복종하는 것이 이니라 그 사람이 힘이 넉넉하지 못해서이고,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그 사람이 속마음으로 기꺼이 복종하는 것이니, 70명의 제자가 공자에게 마음로 복종함과 같은 것이다"고 왕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왕도국가를 20세기 개념으로 하면 포용국가라고 할 수 있다. 시경은 '서쪽에서, 동쪽에서, 남쪽에서, 북쪽에서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다'고 왕도와 포용국가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포용국가의 개념은 동아시아 고전인 '중용'에는 천하국가(天下國家)와 구경(九經)으로 제시돼 있다. 중용 20장에서 천하국가론과 포용적 평천하의 국가관을 볼 수 있다. '수신(修身) 존현(尊賢) 친친(親親) 경대신(敬大臣) 체군신(體群臣) 자서민(子庶民) 내백공(來百工) 유인원(柔遠人) 회제후(懷諸侯)'이 구경으로 이를 행하는 국가가 천하국가이다. 이 개념은 포용국가, 포용문명과 맥락을 같이 한다. 국내적 정책로 '자신을 수양하고 어진 이를 높이고 가까운 사람을 잘 대하고 대신을 공경하고 관료를 몸처럼 관리를 잘 하고 서민을 자식처럼 대한다' 하고 대외적 정책으로 ‘과학기술자들인 백공이 오게 하며 해외의 대통령들을 품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미래는 '패권주의' 아닌 '우산혁명'에 있어
 
촛불혁명과 우산혁명이 추구하는 가치와 국가론을 동아시아적인 맥락에서 찾는다면 중용의 천하국가론이며, 현대적인 서구 문명의 인권, 민주, 평화의 보편가치에서 찾는다면 포용국가론이 될 것이다. 이 포용국가론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동아시아에서는 시진핑의 패권국가론이다. 지금 홍콩 우산혁명은 중국 내부의 민주화 문제를 넘어서 인권과 민주라는 서구적 보편가치와 동아시아적인 천하국가론과 중국의 전통적인 패권주의라는 문명 충돌의 현장이다. 홍콩 우산혁명 속에는 인권, 민주, 평화는 보편가치가 있지만 시진핑 체제에는 이러한 보편가치가 없다. 이 중요한 차이가 중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말마다 한국의 촛불혁명처럼 이어지는 우산혁명이 가까운 시간에서 시진핑의 무력 속에 굴복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 문명에 결핍된 인권과 민주라는 가치를 우산혁명이 담보하고 있는 한 중국의 미래는 우산혁명이다. 이것이 촛불혁명이 한국 문명의 발전을 위해서도 우산혁명을 지지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의 미래는 시진핑의 패권주의가 아니라 우산혁명에 있다. 최종적인 승리는 시진핑이 아니라 시민인권전선의 것이다.
 
임채원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 필자 소개 : 필자는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동대학 한국행정연구소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경희대에서는 세계화와 사회정책 등 글로벌 어젠다와 동아시아문명의 국정운영을 연구 중이다. 또 문재인정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공정책분과 위원장으로 국가 미래전략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30년 후의 국가비전을 모색하는 이번 기획은 격주로 총 15회로 연재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