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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그 시절 감정, 아직 놓기 아까워”
“팬이던 정지우 감독과 설렘 가득한 작업…대우 받으며 촬영했다”
“객관적으로 본 영화…너무 재미있었다. 음악의 힘 강하게 느껴져”
2019-09-01 00:00:00 2019-09-01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요즘 예쁜 남자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사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사극 역모-반란의 시대에서 마초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런 수식어가 붙은 것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후광 때문일 듯싶다. 이 드라마로 그는 뭇 여성들의 판타지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이 시대의 예쁜 남자가 됐다. 외모 역시 여리고 맑은 느낌이다. 남성적인 느낌을 애써 찾으려 하기 보단 흡사 순정 만화 남자 주인공 같은 이미지만 더해질 뿐이다. 그래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속 현우의 모습이 더욱 실감나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상처 받고 아픈 그 시절 청춘은 사랑을 통해서 스스로 치유의 길을 걷고 싶어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모성 본능이란 단어의 본질이 무엇인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피부로 와 닿을 듯싶다. 배우 정해인의 눈망울은 그래서 아직도 촉촉했다. 영화 속 현우의 감정을 아직도 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 깨끗해 보이는 배우의 속내가 본질적으로 새하얀 도화지일까. 어느 쪽이든 유열의 음악앨범속 남녀의 첫사랑 판타지는 또 다시 정해인을 통해 완성된 셈이다.
 
배우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해인과 만났다. 조금만 걸어도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 뙤약볕이 한 창인 8월 말이지만 그는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까지 맨 반듯한 모습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표현한 것이리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첫 인상이다. 물론 본인은 곤욕 아닌 곤욕일 듯싶었다. 손사래를 치며 웃어 넘기는 걸로 첫 인사는 오갔다.
 
아닙니다(웃음). 원래 인터뷰에선 정장을 자주 입어요. 사실 너무 편하게 입고 나올 자리도 아닌 것 같고. 하하하. 제 옷이에요. 언론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무대에 오를 때 입었던 정장이에요. 제 옷인데 제 몸에 잘 맞아서 오히려 전 편해요. 현장에서 감독님이 저나 고은씨를 많이 존중해 주셨거든요. 그런 점에 저도 좀 배운 게 있고. 기자님들과 이번 영화로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고 그래서 입었어요(웃음)”
 
정해인은 어느 순간부터 멜로의 아이콘이 됐다. 여성들이 꼽는 가장 사랑스럽고 또 사랑하고 싶은 남자 캐릭터의 기준이 됐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는 이제 멜로의 중심이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에 이어 이번 영화까지 3편 연속 멜로를 선택했다. ‘의도란 단어에 그는 깜짝 놀라며 역시 손사래다. 사실 어떤 배우가 무언가를 의도하고 출연작을 선택하겠나.
 
배우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가 의도를 하고 작품을 선택할 정도의 위치는 절대 아니에요. 아직 그 정도의 깜냥도 아니고. 사실 이번 영화는 앞선 두 작품의 드라마보다 출연 결정을 먼저 했어요. 촬영은 봄밤보다 먼저 끝났어요. 얼마 전까지도 출연만 시켜주시면 장르 구분 없이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움직였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감독님들과 제작사에서 제게 기회를 주신 게 의도치 않게 멜로가 많았죠.”
 
멜로인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의 가장 큰 이유는 정지우 감독이 자신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반대로 정지우 감독이기에 본인이 선택한 것도 있단다. 정해진 뿐만 아니라 배우라면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은 연출자 중 한 명으로 무조건 꼽히는 감독이 정지우 감독이다. 여기에 상대역인 김고은의 영향도 있었단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에선 모두 연상의 누나들과 연기를 했기에 꼭 한 번 연하의 여배우와도 해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정지우 감독님은 워낙 제가 좋아하던 감독님이셨죠. 진짜 팬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를 하고 더 팬이 됐어요. 진짜 현장에서 대접받고 작업을 했어요. 대접이란 게 다른 뜻이 아니라 존중을 받았어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워낙 이쪽 일이 의외로 험하잖아요. 감독님은 현장에서 배우 스태프 구분 없이 모두 존중해 주세요. 현장에선 항상 고은님’ ‘해인님이라고 부르세요. 특히 이번 영화에 제 대학 동기이자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친구인 병만이란 배우가 나오는 데 병만님이라고 불러주시는 데 제가 다 감사했죠.”
 
배우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대우 받고 좋아하던 팬심으로 선택한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했다. 당연히 마음에 들 것이고, 무엇 하나 흠 잡을 것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었다. 잠깐 동안이지만 정해인의 성품이라면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며 고마워하는 듯했다. 그는 이번 영화는 배우로서 관람을 하기 보단 관객으로서 시사회에서 즐겁고 또 감사하게 관람을 했단다.
 
정말 객관적으로 봤어요. 전 너무 재미있었고 감사했죠. 제 옆에 앉아 계시던 정지우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어요. 사실 배우들은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긴 힘들어요. 편집이나 음악이 삽입됐을 때의 힘을 느낄 수 없거든요.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랬구나싶었고, 그 시대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정말 음악이 너무 좋았죠.”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의 영화적 배경답게 그 시절 가요계에 발표된 주옥 같은 노래들이 이번 영화에 삽입돼 스토리에 집중케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 관객들이 큰 주목을 끌 것은 정해인의 절절한 연기다. 특히 영화 하이라이트로 볼 수 있는 추격신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현우와 미수의 심정을 완벽하게 공감케 하는 명장면으로 꼽힐 만하다.
 
배우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미수가 해준 선배의 차를 타고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뛰어가는 장면인데. 그때 길거리에 있던 분들이 거의 100여명이 넘어요. 영화에선 관광객들로 비춰지는 데 전부 보조출연자분들 이세요. 되게 부담이 됐죠. 저희 영화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간 장면이기도 하고(웃음). NG를 내면 여러 사람이 고생이겠다 싶어서 정신 차리고 임했는데, 나중에는 제가 죽겠더라고요 하하하. 제가 쫓아가는 속도와 차의 속도를 맞추면서 찍느라 정말 너무 힘든 촬영이었어요.”
 
정해인은 인터뷰 도중 깜짝 놀랄 얘기를 했다. ‘지금도 김고은과 연애를 하는 중이다라고. 물론 실제 연애는 아니다. 아직 그의 손에서 유열의 음악앨범을 완전히 떠나 보내지 못했단 뜻이었다. 2019년의 시간에서 배우 정해인으로 있지만 가슴은 아직도 1994년부터 2005년까지의 시간을 그린 영화 속 현우로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는 기분 좋은 미소로 웃으며 말했다/
 
배우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전 아직도 고은씨와 연애를 하고 있어요(웃음). 그 시절을 제가 기억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 시절이라고 공감이 안 되는 건 더더욱 아니죠. 그 시절 청춘의 사랑과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의 사랑이 다를까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랑이란 감정의 희로애락은 시대를 막론하고 똑같다고 봐요. 물론 다르다면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연락을 할 수 있지만 그 시절에는 아날로그라 쉽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좀 더 애절하고 절절했나 봐요. 그 절절함 속에 가득한 서정적인 느낌을 아직은 놓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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