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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일간 ‘도시’를 들여다보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7일 개막
올해 주제 ‘집합도시’, DDP·돈의문마을서 도시전·주제전 열려
2019-09-05 16:00:44 2019-09-05 16:13:11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현대인이 대부분의 삶을 살아가는 ‘도시’의 근본적 구조를 들여다보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린다. 서울시는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집합도시(Collective City)’를 주제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 7일부터 오는 11월10일까지 65일간 연다고 5일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집합도시는 자원·인프라·교통·정치·문학 등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모습을 갖춘 도시를 의미한다. 도시는 공간·시간·사회적 환경이 상호작용해 만드는 집합체인 만큼 각 도시가 가진 상호작용의 따라 다양한 집합유형을 보여준다. 
 
비엔날레는 크게 DDP에서 열리는 주제전과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열리는 도시전으로 나뉜다. 도시전은 세계 80개 도시의 공간적, 시간적, 사회적 요소들을 바탕으로 형성된 도시의 집합적 결정체를 통해 현대 도시를 이해하고 미래 도시의 결과물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도시전에선 지진의 아픔을 겪은 멕시코시티 출신 작가 에드위나 포르토카레로(Edwina Portocarrero)가 안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설치한 ‘빅 이퀄라이저’가 눈길을 끈다. 소파, 테이블 등으로 꾸며진 방에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설치돼 관람객들이 지진으로부터의 위협을 몸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지진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로 공포를 겪을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인류가 만든 건축물 속에서 스스로가 소외당하는 현실에 대해 얘기한다.
 
홍수가 잦고 전력망이 부족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사용 중인 전봇대와 가로등 조명을 재현한 ‘상황 대응형 인프라, 도시 마닐라를 위한 새로운 대안’도 볼만하다. 전봇대엔 수위별로 다른 색을 표시해 강수량을 측정하는데 활용하고 있으며, 가로등 조명은 주민들이 도시의 열악한 사회기반시설로 인해 전기도 끌어다 쓰면서 골목을 밝히기 위해 직접 설치한 것이다. 시민들의 상황 대응형 인프라로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어떻게 시민들이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의 인프라 시스템을 구성해 가는가를 볼 수 있다.
 
콜롬비아 메데인의 ‘환경친화적 어바니즘, 사회, 교육, 문화’는 지속가능한 도시화 전략을 위한 메데인의 자연존중 도시 계획을 들여다보고 강 유역의 자연을 복원하는 도시의 구조를 조명한다. 자연을 공공공간과 연계해 시민이 다가가기 쉬운 환경 친화적 도시로 만들고 시민들이 서로 교류하는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고자 한다. 강 유역, 자연 지형과 풍경을 복원하고 이를 도시의 공공공간과 연계해 기존의 도시 구조 속에서 새로운 공공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다.
 
도시전이 세계 80개 도시의 복합적인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면, 주제전은 이를 전문가와 예술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전시한다. 모두 43개 팀이 참여해 도시의 과제, 역할, 변화 등을 알아보고 전 세계 전문가들의 고민·해결책을 공유한다. 
 
주제전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네덜란드의 바스 프린센(Bas Princen) 작가가 합천 해인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팔만대장경을 직접 촬영하고, 실제 사이즈로 현상한 ‘이미지와 건축 #11: 팔만대장경’이다. 화선지를 고화질 디지털 파일과 결합하고 건축에 활용된 재료와 재료의 특성을 이미지화해 예술적 건축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탄생했다. 복제품이 해당 건축물이 위치한 공간을 얼마나 묘사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그 과정에서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경험을 마주한다.
 
한국 찜질방 문화에 착안해 새로운 유형의 미래 거주모델에 대한 고민을 표현한 스페인 아미드.세로9(Amid.Cero9) 작가의 ‘집 없는 문명’도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작가는 미래 주거환경의 모습으로 오늘날 집의 형태가 사라지고 공동체적 주거 형태가 지배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찜질방이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 점을 볼 때, 미래에는 비소유와 공동체 생활에 기반을 둔 집단거주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사회의 주택위기에 대응하고자 런던·브뤼셀·헬싱키 3개 유럽도시의 공공주택을 모형과 사진, 도면으로 소개한 벨기에의 도그마(Dogma) 작가의 ‘약속의 땅, 저가형 주거지와 건축에 관하여’도 주목된다. 기존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토지 소유, 건축, 지형을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문제를 살펴보며 협력적 대안을 모색했다. 도시별 규제·문제점·수요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설계전략을 수립하고 대안 지침을 마련했다.
 
도시전과 주제전 외에도 전 세계 43개 대학이 참여한”해 세운상가에서 열리는 ‘글로벌 스튜디오’와 원초적 집합도시인 전통시장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하는 ‘현장 프로젝트’도 비엔날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특히, 현장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전통시장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젊은 디자이너와 상인들이 플랫폼 마켓을 운영하며, 사대문안전통시장을 실제 투어도 진행한다.
 
임재용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국내 총감독은 “도시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소통과 참여로 비엔날레가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도시전, 주제전은 집합도시와 관련해 다양한 시사점을 모색해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시스코 사닌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이 5일 DDP에서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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