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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그의 진심은 이랬다
“걱정되는 요소 많았지만 감독 만나서 얘기 나눈 뒤 확신했다”
“블라인드 시사 후 ‘호불호’, 하지만 모두 나에 대한 얘기 다행”
2019-09-09 00:00:00 2019-09-10 08:02:1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차승원을 보고 있으면 완벽한 엇박자란 뚜렷한 개념이 떠오른다. 우선 188cm의 큰 키는 뭘 해도 멋짐을 끌어 낼 수 밖에 없다.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만 신고 나와도 그가 서 있는 곳이 패션쇼 런어웨이가 된다. 자기 관리에 특화된 배우로 알려진 그의 뭄은 군살이라곤 털끝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신체다. 마지막으로 이런 비주얼과 조건을 갖춘 배우가 넉살과 위트까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배우가 올해로 50대에 접어들었단 점이다. 언제나 차승원은 젊게 살고 젊게 살기 위해 자기 관리를 하며 젊게 살고 싶어서 항상 웃고 다닌다. 그래서 작품 속 차승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엇박자 스타일의 코미디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왔다. 물론 그 완벽한 신체 비주얼을 활용한 장르 영화에서도 모습을 비춰왔지만 진짜 차승원의 매력은 언제나 코미디, 그 가운데에서도 인간미 넘치는 휴먼 코미디였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속 차승원의 모습은 그래서 너무도 익숙하다. 이젠 차승원이 등장하면 웃음의 색깔웃음의 질감’ ‘웃음의 농도가 달라지는 느낌이다. 이 영화도 그걸 필요로 했다.
 
배우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언론에 첫 선을 보인 며칠 뒤 서울 삼청동 인근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차승원과 만났다. 지난 해 독전에서 특별출연 형식으로 강렬한 인상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그는 스크린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케이블 채널 삼시세끼예능을 통해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선보이며 대중들과의 만남을 이어왔다. 그리고 다시 스크린으로 눈을 돌린 뒤 선택한 첫 작품이다.
 
코미디? 저를 두고 얘기하는 첫 번째가 코미디에요. 알고 있죠. 코미디 좋아해요. 그런데 이번 영화 같은 코미디는 사실 저도 그리 좋아하진 않았어요. 혹시라도 관객 분들에게 그 의도가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너무 크잖아요. 그래서 감독을 만나봤죠. 제가 먼저 요청을 하니 흔쾌히 만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감독을 만나고 완벽하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우려했던 게 완벽하게 지워졌죠.”
 
차승원은 처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고 한다. 국민적 참사를 소재로 코미디로 풀어가려는 방식이 우려스러웠다고. 코미디에선 충무로에서 발군의 실력과 감각을 가진 그의 촉이었기에 분명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 시나리오 안에서 무언가 하나 보이는 게 있었다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감독을 만났는데 그 하나가 완벽하게 모든 우려를 씻어냈단다.
 
배우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우선 이 감독의 전작인 럭키는 제가 너무 잘 알죠. 그 영화 제작 전에 럭키의 일본 원작 속 주연 배우들과 제가 연극을 했었어요. 물론 원작 영화도 보고 한국 버전도 봤고. 재미있었죠. 그리고 이 감독의 시선이 참 따뜻하단 걸 느끼겠더라고요. 이번 영화에서도 그게 언뜻 보이던데 확인을 좀 해보고 싶었어요. 이계벽이란 사람의 심성에 제가 설득된 거죠.
 
사실 진짜 의외이고 놀라웠던 점은 차승원이 코미디 영화에 무려 16년 만에 복귀를 했단 점이다. 2007년 영화 이장과 군수이후 코미디 장르로선 이번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처음이다. ‘이장과 군수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해 왔지만 각각의 작품에서 그는 차승원다운웃음을 항상 안겨줘 왔다. 장르에 국한된 연기라기 보단 언제나 차승원 본인의 색깔로 인물을 그려왔다.
 
뭐 오랜만에 코미디 연기라고 하는데, 전 항상 하던 일이라 어색하게나 떨린 건 없어요. 사실 독전도 제대로 보면 코미디에요. 하하하. 진짜라니깐. 이해영 감독도 독전을 코미디라고 알고 있으니(웃음). 코미디를 좋아해요. 코미디 영화는 현장도 즐거워요. 또 현장이 즐거우면 나도 즐겁고 동료들도 행복해지고. 그게 코미디 영화의 힘인 것 같아요. 특히나 이번 영화는 가족이 메인이라 더 좋았죠.”
 
연예계 대표 가족 사랑 배우로 유명한 차승원이다. 애처가로도 유명하고 자식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전에는 강렬하고 재미있는 작품에 끌렸지만 이번 영화에는 아빠와 딸이 등장하는 것도 그를 움직이게 만든 요소였다. 그의 휴대폰 배경 화면 속 본인과 막내 딸의 모습이 영화 속 부녀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배우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결핍이 있는 아빠와 딸의 얘기. 뭔가 참 끌리잖아요. 나도 현재 부족한 아빠고. 우리 아이들 때문에 이렇게 잘 살고 있고.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또 힘도 돼 주고. 그렇게 의지를 하면서 살아가는 게 우리의 삶 아닐까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런 걸 많이 느껴요. 나도 늙어가는 데 누구에게 의지를 하면서 살아가야할까. 가족뿐이잖아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 담겨 있어서 참 좋았죠.”
 
사실 이런저런 좋은 말로 포장을 하고 설명을 한다고 해도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삐딱하게 보면 한 없이 삐딱하게 보일 구석이 너무도 많다. 우선 소재가 국민적 참사로 기억된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이다. 여기에 차승원이 연기한 주인공 철수가 후천적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전직 소방관이다. 그의 딸은 백혈병을 앓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코미디로 풀어간다. 그는 한 숨부터 쉬었다.
 
(웃음) 알죠. 알아요. 무슨 말씀이신지. 우선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굉장히 호불호가 강하게 나왔어요. 그런데 한 가지 주목된 것은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저에 대한 호불호였어요. 그것만으로도 전 됐다싶었죠. 사실 촬영 단계에서 더 강하게 코미디를 넣을 수 있는 구석이 많았지만 멈췄어요. 그럼 의미가 퇴색되잖아요. 코미디는 의외로 우리 영화에서 강하진 않아요. 저와 샛별이(엄채영)이가 처음 만났을 때 몇 장면 빼면 없잖아요(웃음)”
 
차승원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성향이 더욱 더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20대와 달랐던 차승원이 있었고, 30 40대 그리고 50대에 접어든 지금의 차승원은 각각 달랐단다. 지금의 50대 차승원이 그 이전까지의 차승원과 달랐던 점 한 가지를 꼽자면 스스로를 드러내지 말자는 마음이 더 커졌단 점이라고.
 
배우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에서도 철수가 그 참사 속에서 자신을 드러냈다면 어땠을까요. 그 엄청난 참사 속으로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뛰어 들었을까요. 자기를 지웠기에 가능한 거 아닐까요. 우리 소방관 분들 정말 박수쳐드려야 할 분들이에요. 그런 점을 보자면 예전의 차승원? ‘나만 잘 되면 되지였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주변을 보게 되더라고요. 같이 사는 더불어 사회잖아요. 나만 잘된다고 잘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주변이 안되면 언젠간 그 안 좋은 게 나한테 와요. 우리 같이 다 잘살아야 되요. 진짜.”
 
삼시세끼로 국민 아줌마 차줌마신드롬을 일으키며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조금 떨어져 지내온 시간이 꽤 길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후 몇 작품의 영화 출연이 예정돼 있다. 다음 작품들은 지금까지의 차승원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차승원이 등장할 것 같다며 내심 기대를 한다. 본인도 궁금할 정도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였어요(웃음). ‘왜 이걸 내게 주지?’ 싶은 시나리오들이 진짜 많이 와요. 연출하시는 감독님들이야 저에게서 그 영화 속 인물의 어떤 걸 보셨겠죠. 그런데 전 아무리 봐도 내가 이 사람하고 닮은 구석이 있다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앞으로 이어질 두 영화는 진짜 전혀 차승원스럽지 않은 모습이 나올 거 같아요. 다시 이런 설레임이 느껴지니 저도 참 좋네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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