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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중소기업 스케일업, 예산의 스케일업도 필요하다
2019-09-16 06:00:00 2019-09-16 06:00:00
수년간 스타트업(start-up) 열풍이 거세다. 창업이 미래먹거리와 일거리·일자리 마련에 돌파구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기술기반의 초기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성장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스케일업(scale-up)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스케일업은 기술, 제품, 서비스, 기계의 성능, 생산능력 등의 대규모 확대를 의미하며, 아울러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스케일업은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이 30%수준이므로 이들 중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른바 유니콘(Unicorn)기업의 탄생이다. 스케일업은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와 선택·집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100개의 스타트업이 5명씩 고용해 500명으로 출발해서 5년 후 30개가 살아남으면 고용은 150명으로 줄어든다. 스케일업은 생존하는 30개 150명의 기업이 큰 시장에 진출, 생산·판매를 늘림으로써 1000명, 2000명 규모로 성장하는 것이다. 분배의 효율성과 성과도 얻는 등 자원배분효과가 크다.
 
스타트업이든 스케일업이든 기술경쟁력이나 시장성을 갖춘 기업은 단기간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창업확대와 기업규모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기업 스스로 스케일업을 하면 좋겠지만 성장에 필요한 자원부족에 처하게 되는 경우엔 정부지원을 활용하게 된다. 스케일업은 초기기업보다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의 스케일업 지원은 예산의 스케일업이 수반돼야 한다.
 
‘예산철’이 시작됐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심의를 거치게 된다. 2020년 정부예산은 513조원으로 금년보다 9.3% 늘어난 최고치다. 눈에 띄는 것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증가다. 총 1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3조2231억원이 늘었다. 일부에서 “옥석을 가리자, 선심성 예산, 나눠주기식 기업복지예산이다” 등 여러 말이 많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 지원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며 시의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업계는 대폭적인 예산증액을 반기는 분위기다. 더욱이 대일 무역갈등과 적자지속, 기술제품·소재의 외부의존과 품질격차, 세계무역질서의 혼조에 따른 수출경쟁력 강화 필요성, 수입품의 국산화 대체가 요구되고 있어 기술혁신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내년도 중소기업 지원예산에는 이러한 점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스마트공장과 제조데이터센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형 R&D연구개발, 기술창업과 창업도약, 소재부품장치개발 국산화, 벤처투자와 유니콘기업 육성 등 스케일업 예산이 대폭 반영됐다. 이외에도 예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보증재원으로 31조원의 보증공급, 4.6조원의 융자금이 공급된다. 이와 같은 예산확대는 신기술·신시장의 공략을 위해 ‘필요한 기업에 필요한 수준’의 자금을 공급할 것이다. 355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확대는 다다익선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모처럼 편성된 최대의 예산을 성과중심으로 집행해야 할 것이다. 흔히 규모나 범위의 확대에서 발생하는 낭비적 요소를 면밀하게 살펴 제거하는 한편 유효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자원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스케일 업을 위한 '예산의 스케일업'이 어려운 여건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에 단비가 되길 바란다. 또한 기업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기업에 투자하자.
 
이의준 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 박사(yesnf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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