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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은퇴전략포럼)"장사는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사는 것"
올해 서울상인 '단골'분야 선정..."손님들한테 베풀면 더 큰 걸 받아"
2019-09-18 00:00:00 2019-09-18 15:57:38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장사를 한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해룡 서울 강북종합전통시장 상인회장은 17일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 공동주최로 열린 ‘2019 은퇴전략포럼’에서 "장사가 돈만 보면서 이윤을 따라가면 어려워진다" 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북종합전통시장에서 '신흥마트'를 운영하는 이 회장은 올해 서울시 서울상인 '단골'분야 에 선정됐다. 27살 때부터 장사를 시작해 36년째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몇 년 전 동네 할머니가 우유를 사러 왔던 일화를 소개했다. 평소에 사가던 1700원짜리 우유가 없어 1800원짜리 우유를 권했는데, 할머니께서 언성을 높이며 '하루에 100원이면 한달에 3000원이다. 당신이 돈 없는 사람의 마음을 아느냐"고 했다. 이 회장은 이 순간 상품과 마진만 보던 눈을 주변으로 둘러보며 '사람'을 보게 됐다. 
 
 
그는 물건을 배달하며 고장 난 형광등을 갈아주고, TV를 못 보는 어르신을 위해 리모컨 배터리도 교체했다. 가게 안에 분실물을 보관하는 공간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장을 보고 깜박 두고 간 물건이 상하지 않도록 했다. 이웃들은 점차 그를 신뢰하며, 여분의 집 열쇠도 맡겼다. 이 회장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장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웃에 관심을 두다 보니 생명을 구한 일도 있었다. 매일 가게를 들르던 할머니 한 분이 며칠째 보이지 않아 걱정돼서 집에 갔더니 침대와 벽 사이에 몸이 끼어 삼일 동안 옴짝달싹을 못 한 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즉시 응급실로 이송된 할머니는 이 회장의 발견 덕분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회장은 "손님들한테 조금이라도 베풀면 더 큰 걸 주신다"고 했다. 건물주가 장사가 잘되니 나가라고 할 때도 이웃들은 마지막 셔터를 내리는 그의 옆에서 함께 울어줬다. 큰돈을 들여 연 100평 남짓의 가게 일부에 불이 났을 때도 손님들은 그을음이 묻은 물건을 다 사줬다. 그는 "그때 고마운 마음을 잊을 수 없다. 이웃이 있었기에 그동안 버티고 장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장사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마음을 파는 것"이라면서 "이웃에 관심을 두고 늘 마음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동네 사람의 안부를 묻는다. "별 일 없으신가요?"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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