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수개월 째 부여군청 앞에서 집회를 하며 인건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세종충남지역노동조합 부여군 비정규직지회(이하 노조)’가 지난 19일 부여군과의 단체교섭에서 협상을 잠정 타결했다. 이로써 단체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지만 비정규직지회가 교섭을 철회하며 난항에 빠졌다. 민주노총이 잠정타결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그동안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서 고용하고 있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기준인건비를 문제삼아 왔다. 행안부는 부여군의 무기계약직 기준인건비를 97억원으로 책정했었지만, 노조는 행안부가 제시한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며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해왔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부분은 시간외 수당을 비롯해 정근수당 가산금, 호봉급간 2만9000원 지급, 기본급 인상이다. 부여군과 노조의 이견 차를 보이는 대목은 기본급이다. 노조는 현재 기본급 188만5000원을 200만원으로 인상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부여군은 재정자립도 등 열악한 재정여건을 이유로 1.8%를 제시했었다.
부여군과 노조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지난 18일에 결국 기본급 인상안까지 잠정합의를 도출했다. 부여군이 충남도내 지자체의 무기계약직 임금인상률을 지켜본 뒤, 중간보다 높게 책정하겠다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군은 집회 철회를 요구했고, 노조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철수를 시작했었다.
하지만 노조는 23일 골조만 남기고 철거했던 천막을 다시 설치했다. 음악도 다시 켜졌다. 그리고 노조 측은 18일 잠정합의를 뒤집고 방송을 통해 “협상 결렬”이라고 알려왔다. 그리고는 다시 기본급을 195만원으로 요구했다.
여기에 오는 27일부터 치러지는 백제문화제 출입구 인근인 ‘성왕로터리’에 집회신고를 신청했다. 500여명이 참가하는 가두행진도 진행할 예정이다. 30만 이상이 방문하는 행사장 입구 주변으로 집회장소를 옮기겠다는 것이어서 지역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행안부는 노조 측이 주장하는 기준인건비에 대해 “요구할 권리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준인건비는 예년보다 항상 높게 책정되는 것이고, 재정자립도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지자체에 제시한 기준인건비는 의무사항도 아니고, 그저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 환경과 인력운영의 상황 등 여건을 고려해서 자율적으로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준인건비는 결국 가이드일 뿐이고, 무기계약직과 관련된 인건비를 사용하라고 내려 준 교부금도 아니기 때문에 노조 측이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부여군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교부세를 통해 내려주는 인건비는 고작 60억 수준”이라면서 “현재도 부여군이 20억 정도를 더해서 80억 규모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8년부터 두 자리 수 임금인상과 지속적인 무기계약직 전환을 시행한 결과가 화살이 돼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26일 부여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다시 잠정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 임금인상률 1.8%와 물가인상률 0.6% 등 2.4%를 수용해 193만5000원으로 잠정 합의키로 했다. 이 같은 배경은 부여군이 노조 측의 협상결렬 선포에 협상을 충남도 중재위에 맡기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노조 측이 이날 아침 부여군에 협상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큰 틀은 합의됐고, 부분적으로 합의된 것이다. 내일은 천막 철수하고 다음주 중에 군과 최종적으로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주 협상 철회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이었고, 부여군이 일방적으로 천막철수를 얘기했던 것이다. 합의서를 쓰거나, 서명을 해야 한다. 잠정 합의됐다는 소문이 왜 났는지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노조 측이 백제문화제 행사장 근처에 설치한 천막 구조물. 사진/뉴스토마토
부여=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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