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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CJ는 안녕하신가요?
2019-10-02 06:00:00 2019-10-02 06:00:00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벌 3세들이 연이어 물의를 빚고 있다. 현대그룹과 SK그룹의 창업자 3세에 이어 이번에는 CJ그룹 총수의 장남이 마약 섭취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해가 총수일가 '갑질의 해'였다면, 올해는 '마약의 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씨 사건은 여러 모로 눈길을 끈다. 이선호씨는 지난 1일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세관에서 덜미를 잡혔다. 배낭에 캔디·젤리형 등 변종 대마 수십 개를 숨겨서 가지고 들어오다가 붙잡혔다니 우선 대담해 보인다. 그는 검찰에서 조사후 일시 풀려났다가 제 발로 다시 들어가 조사받고는 구속됐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그가 CJ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씨는 이 회장의 장남으로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CJ제일제당에서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5월 식품 전략기획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부장 직함까지 달았다. 그것도 핵심두뇌 조직이라 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했다. 아마도 오너의 장남이니 때이르게 '황태자'로 대우해 주는 조치라고 여겨진다. 
 
CJ그룹은 최근 경영구조 개편을 진행해 왔다. CJ㈜ 신형우선주를 상장하고, CJ올리브네트웍스를 분할한 다음 IT사업을 CJ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이선호 부장은 2.8%의 CJ㈜  지분을 새로 얻게 됐고,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도 1.2%를 챙겼다. 
 
이들 남매에게는 지금까지 CJ㈜ 지분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알토란 같은 지분이 새로 생기게 됐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만나'가 떨어진 셈이다. 이런 일련의 개편작업이 결국은 선호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심모원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에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가 이미 감시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CJ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해 "주주, 여론,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CJ㈜ 주가는 이카로스처럼 추락했다. 2015년에는 CJ㈜ 주가가 30만원대를 호가했지만, 요즘은 10만원을 밑돈다. 지난달 이선호 부장의 마약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는 주가가 더욱 약해졌다. 소액주주들에게는 참으로 억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장으로서도 충격 받았을 것이다. 장남을 위해 카펫을 깔아줬거늘 거기에 스스로 흙탕물을 끼얹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보다 심한 날벼락이 없을 것이다. '운명적인 배신'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CJ그룹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근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주력기업인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이 작년말 7조7000억원에서 최근 11조원으로 3조원 이상 늘었다고 한다. 지난 2월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쉬완스컴퍼니 지분 70%를 1조9000억원에 취득한 탓이 크다. CJ그룹 전체의 순차입금도 13조원을 웃돈다. 
 
이처럼 차입금이 급증함에 따라 신인도가 위태로워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6일  'CJ그룹의 최근 이슈와 신용등급 방향성'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제 '요주의' 대상이 됐음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현재 이 회장은 CJ㈜ 지분을 42.07% 보유하고 있다. 아직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미 곳곳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잦아들었던 불확실성의 안개가 다시 피어오른다.   
 
따라서 안심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흘러가다가는 언젠가 행동주의 주식펀드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재벌기업이 아무리 몰상식한 짓을 해도 견제할 방법인 사실상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르다. 국내외 사모펀드가 곳곳을 누비면서 틈을 노린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허점을 드러낸 재벌기업은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확실한 대책은 틈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경영권을 지키고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경영정신을 새롭게 다지고 총수 일가의 일탈을 막아야 한다. 한진그룹이 총수일가의 갑질파문의 여파로 최근 몹시 시달렸다는 경험을 잊어서는 안된다.
 
CJ그룹과 이 회장은 모든 경영상황을 전면 재점검하고 경영권 승계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숙고할 필요가 있다. 수정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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