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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사고, 법카결제 땐 '업무상 재해'
유족, 근로복지공단 상대 승소…법원 "식사와 업무 연관성"
2019-10-01 13:09:23 2019-10-01 13:09:23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회사 임원이 동행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취한 후 퇴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이 업무 연관성을 증명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A씨는 2017년 9월20일 야근을 하다가 회사 동료 두 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고 식사 후에 술 취한 상태로 집에 가던 중 버스에 치여 중증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회사가 계획하거나 참석을 강제한 회식이 아니었고 A씨가 과음해 스스로 몸을 주체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며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A씨 유족은 이날 저녁식사는 직원들과 업무 관련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는 자리였고 비용 역시 1차는 법인카드로 결제된 점을 미뤄보아 사업주인 회사가 관리한 회식으로 봐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참석한 저녁식사를 사실상 회식으로 보고 회식에서 술을 마시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만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사망하게 됐으므로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저녁 식사를 제안한 사람은 회사 임원 중 한 사람이었고, 1차 저녁 식사도 그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면서 "당초 저녁식사를 마친 뒤 복귀해 일을 계속하려는 생각이었으므로 저녁식사와 회사의 업무 사이에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세 명은 사무실을 정리하지 않은 채 외출했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바로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을 정리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상사와 동료의 만류나 제지에도 독자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셨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같은 자리에 있던 세 명은 모두 비슷한 양의 술을 나눠 마셨다"고 밝혔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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