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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조국 수호”는 아니다
2019-10-02 06:00:00 2019-10-02 06:00:00
“검찰의 칼날이 누구에게나 향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보면서 그 피해자가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시민들을 서초동에 불러 모았다. 그것도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화문이 아니라 서초동이었다. 서초역 사거리에서 교대역 사거리까지, 그리고 강남성모병원까지 빽빽이 들어선 시민들의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은 장관이었다. 사진이나 드론으로 촬영된 현장을 보면 그 열기도 그렇고, 참여자도 충격적일 만큼 엄청 났다. 무대의 스피커도 들리지 않는 곳에 오후서부터 밤늦게까지 그렇게 촛불을 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누가 동원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장관이 아니다.
 
이번 촛불집회로 검찰개혁은 되돌릴 수 있는 물결이 아니게 되었다. 대세가 된 것이다.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과 확인도 되지 않는 각종 의혹들 흘리기와 공개적인 모욕과 심지어는 11시간의 자택 압수수색, 그리고 아이들의 일기장마저도 증거자료라고 압수해가는 그런 검찰의 모습들은 한 결 같이 도를 넘은 무소불위의 지위를 확보한 검찰의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공권력의 행사를 보여주었다. 언론은 검찰을 부추기기도 하고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을 만들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검찰과 언론의 본연의 모습에서 훨씬 나가버린 통제되지 않는 권력의 횡포 앞에서 무력하게 당해야만 하는 이 나라 민주공화국 시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게 벌써 두 달이 되었다. 이런 모든 모습을 국회 청문회장에서 언론들을 통해서 확인한 시민들은 조국이 당하는 시련을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무뎌지기만 하던 검찰의 칼날이어서 김학의 차관 사건도, 조선일보 사주 사건도 엉망으로 수사하고 주요 혐의를 면죄부를 주는데 일조한 검찰 그리고 법원의 모습과 대비되어 생각했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오만하고 비정한 검찰을 시민들은 기억 속에서 소환했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의 실상을 확인한 시민들의 분노가 서초동으로 시민들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검찰의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의 아니다. 검찰의 탄생에서부터 이래 왔다. 군사독재에서는 열심히 권력에 아부했고, 민주화 이후에는 스스로 권력의 화신이 되었다. 기득권 세력 편에 서서 약한 국민들을 한없이 쫄게 만들어왔던 권력들이다. 그 대상이 노동자였다면, 그리고 국가보안법 피의자였다면 검찰의 칼날은 더욱 날카롭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헤집어 놓았을 것이다. 그럴 때 언론은 여론재판과 마녀사냥에 나서고는 했다. 그런 과정에서 한 시민으로 당하는 모욕이나 인권침해는 고스란히 그 당사자들의 몫으로만 남는다. 공공연한 적이 되어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검찰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검찰은 무엇인가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나도 서초동의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함께 하고 싶다. 이번 주에도 다음 주에도 더욱더 크게 타오르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나는 “조국 수호” 같은 구호는 외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검찰개혁이 이번에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채찍을 들어야 하고, 나아가 언론개혁, 사회적 특권계층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초동에 설 것이다. 지금도 대법원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천 도로공사에서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다. 윤석열 검찰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특별수사단을 설치해서라도 제대로 수사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검찰개혁을 시작으로 다시 우리 사회의 적폐청산 운동이 활성화되는 계기로 만들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할 것이다. 이런 요구에 조국이 이제라도 제대로 응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곳에 가겠다. 검찰의 칼날이 향할 방향은 힘없는 시민들이 아니라 온갖 불법과 편법과 법의 무시 위에 군림하는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 쪽임을 시민들과 함께 외치고 싶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pl31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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