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DC코믹스 원작 속에서 조커의 기원은 다양합니다. 물리적 충격에 따른 태생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팀 버튼 감독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한 잭 니콜슨의 ‘조커’입니다. 화학약품에 빠진 뒤 기괴한 외모로 변한 태생적 악인입니다. ‘누구도 모른다’는 기원은 가장 설득력이 높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다크 나이트’ 시리즈 속 고 히스 레저의 ‘조커’입니다. 양쪽으로 흉측하게 찢어진 입가의 상처, 그 상처의 이유를 설명하는 여러 에피소드. “왜 그렇게 심각해”(why so serious?)란 대사는 혼돈의 악을 그린 놀란 감독 세계관 속 조커의 정체성이었습니다. 사실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이 인물의 기원이자 근원은 미스터리 그 자체입니다. 예술적 기질과 무정부주의적 혼돈의 파괴자.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내면의 깊이. ‘조커’는 그렇게 현실 세계에서도 견고함, 무규칙성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조커 내면의 무규칙적 반응 구조에 토드 필립스 감독이 관심을 보였단 사실입니다.
미국식 막장 코미디 ‘행오버’ 시리즈를 연출한 이 감독은 ‘조커’란 규정될 수 없는 인물의 내면을 코미디로 바라봤습니다. 감정적 소비 형태의 장르가 아닙니다. 서양식 카드 ‘트럼프’에서 ‘조커’는 선과 악의 이중성을 담보로 하지만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힘을 갖고 있습니다. ‘조커’의 존재가 영화적 세계관에서 가진 힘입니다. 하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은 ‘Joker’, 즉 ‘농담을 하는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광대’, 희극의 장르 속에서 비극의 감정을 끌어낸 인물 찰리 채플린이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도 어쩌면 ‘조커’란 인물의 규정될 수 없는 내면의 혼돈이 ‘인생을 멀리서 바라보며’ 희극의 꿈을 꿨지만 가까운 지금의 현실이 ‘비극’일 수 밖에 없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란 인물, 그리고 시대적 혼돈을 담은 1970~80년대 미국 사회의 격화된 계급 갈등 속 대중들의 응집된 울분에서 해답을 찾은 듯싶었습니다. 영화 ‘조커’의 키워드가 ‘코미디’로 불린 것은 토드 필립스란 괴물 감독의 탄생과 함께 호아킨 피닉스란 배우가 만들어 낸 영화적 세계관과 현실의 경계선을 붕괴시킨 캐릭터 발화의 불씨이자 방아쇠가 된 셈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