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케시 "'플랫폼 가수'의 시대…아름다운 곡은 들려지죠"
13세부터 기타 들고 에드 시런·존 메이어 꿈꾼 베트남계 미국인
'로우파이' 음악 선도하며 글로벌 열풍…"딘, 지코 음악 좋아요"
2019-10-05 06:00:00 2019-10-05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3살부터 기타를 든 그는 일찍이 에드 시런, 존 메이어를 꿈꿨다.
 
"솔직한 태도가 좋았어요. 가사에서 느껴지죠. 혹시 'Stop This Train(존 메이어의 곡)' 들어보셨나요?"
 
나이 드는 게 두렵다는 메이어는 이 곡에서 기타줄을 튕기며 '흑백 삶의 열차'를 멈춰달라고 담담히 읊조린다. 비관을 넘어 체념에 가까운 태도로 휘파람을 곁들이며.
 
"완전히 빨려 들어갔죠. 그 자기 세계를 읊조리는 날 것 같은 가사에."
 
베트남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케시.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베트남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케시(Keshi·케이시 르엉·24). 지난달 30일 서울 서교동 인근 라이즈(RYSE) 호텔에서 만난 그는 "시런, 메이어 같은 가수가 되고 싶었다"며 "더 이상 어쿠스틱 베이스의 음악은 하지 않지만, 내 음악의 뿌리는 여전히 기타 사운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핫'한 로우파이(Low-Fi) 음악의 대표적 뮤지션. 글로벌 음원 사이트 스포티파이에 올린 싱글들은 1000만 스트리밍에 가까운 기록을 내고 있다.
 
로우파이 음악은 PB R&B와 힙합, 소울 등의 장르에 생활 잡음을 곁들이는 음악의 한 갈래. '하이파이'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꺼끌꺼끌한 사운드 질감과 미니멀리즘한 곡 구성, 생활 잡음(물, 구슬 등의 소리)을 아우른다.
 
"팝이 정제되고 깨끗하게 정돈된 프로덕션이라면 로우파이는 거친 날 것의 소리예요. 어쿠스틱 소리도 좋지만 언젠가부터 점점 로우파이가 주는 '풀 사운드' 매력에 빠진 것 같아요. 1년 간 독학했어요."
 
케시가 로우파이를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한 건 2017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그의 음악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다. 'Over U', 'Just friends', '2 Soon' 등의 곡들이 유명해졌고 레딧,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플랫폼을 다변화시켰다. 이 '거대 플랫폼'들은 결국 그를 가수로 데뷔시켰다. 지난해 11월 첫 EP 'The REAPER', 올해 7월 두 번째 EP 'Skeletons' 발매로 이어졌다.
 
누구든 가수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시대지만 또 다른 '플랫폼 가수'로 대체 가능한 시대. "비싼 소프트웨어에 접근만 가능하면 누구나 음악을 배울 수 있죠. 하지만 그럴수록 '누가 최고의 음악을 만드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무한 경쟁의 시대에선 아름다운 곡만 결국 들려진다고 봐요."
 
베트남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케시.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곡을 만들 때 그는 여전히 기타로 사운드를 먼저 잡는다. 매일 아침 앉아 톤이 잡힐 때까지 현을 튕긴다. "흥미로운 게 나오면 녹음하고 루프(루프스테이션·보컬이나 악기 소리를 켜켜히 쌓아가며 풍성한 소리를 내게 하는 녹음 장치)를 돌려요."
 
이후 컴퓨터에 앉아 드럼 비트를 찍거나 바이올린 현을 얹힌다. 때론 물방울, 글래스 잔이 부딪히는 소리 등 생활 잡음도 추가한다. 
 
가사에선 시런, 메이어로부터 배운 진솔한 태도를 담는다. 모든 가사는 삶에서 기반한 리얼 스토리. 사랑하는 이와 주고 받는 상처, 꿈과 방황의 '달콤 씁쓸함'. 가장 최근 발표한 EP 앨범 수록곡 '스켈레톤'은 최근 간호사와 뮤지션 일을 병행하던 괴리를 표현한 곡이다. "삶의 방향성을 잃은 제가 '해골' 같았어요. 올해 4월 간호사를 그만 두고 꿈을 쫓기로 했죠. (곡은) 내 전부를 던져봐야겠다는 다짐이에요."
 
한국 뮤지션 중에는 딘, 지코의 음악을 좋아한다. "케이알앤비를 즐겨듣는 편이에요. 그들의 음악에 담긴 예술성이 좋아요."
 
지난달 28일 그는 'KB RAPBEAT FESTIVAL'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2000명 앞에서 노래하던 순간, '마법'이 펼쳐졌다. 스포티파이로만 어렴풋 알던 환상의 세계, 그 실물이 다가온 황홀함. "노래를 열광적으로 따라하시더라고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