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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리듬)북미 숨고르기...10~11월 협상 재개 가능성 높아
2019-10-07 17:38:29 2019-10-07 17:38:29
 
북한 '단계적 접근'- 미국 '포괄적 합의' 충돌
김정은, 트럼프의 ‘새로운 방식’에 높은 기대감
미국, 섬유·석탄 수출 제재 ‘3년 유예’ 제시 가능성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앵커]
 
북한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 전에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면서 미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지난 5일 스톡홀름에서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주도권을 계속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청와대 출입하는 이성휘 기자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북미 스웨덴 비핵화실무협상이 일단 결렬됐습니다. 결렬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북한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스톡홀름 회담은 우리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선언했습니다. 
 
김 대사는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면서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그럼 미국 측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 대표단에서 나온 앞선 논평은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 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반박했습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의 70년에 걸친 한국전쟁과 적대관계의 유산을 주말 단 하루의 회담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것들은 중대한 현안들이며 양국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그러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지난 2월 26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오른쪽)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앵커]
 
북한의 추가입장이 나왔다면서요?
 
[기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오후 담화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처를 하기 전에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대화의 마지노선도 올해 말로 설정했습니다.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은 물론,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협상 재개 조건으로 내걸건 것은 사실상 미국의 선제 행동을 요구한 것입니다. 
 
여기에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 측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기존 입장을 고집했다”고 했고, “‘미국이 당리당략을 위해 조미 관계를 악용하려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내년 2월부터 본격화될 미국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질질 끌면서 상황 관리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북측의 우려를 나타낸 것입니다. 
 
[앵커]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전혀 다르군요. 그럼 비핵화 협상은 완전히 종료된 것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북한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이라며 올해 말까지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미국 측은 2주 내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추가입장에서 "6월 조·미정상회담(판문점회동) 이후 99일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미국은 새로운 타개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왔다"며 "2주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 11월 정도에 다시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그 전에도 북미는 뉴욕 채널 등을 통해 치열한 물밑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6일 앞둔 지난 2월21일 오전(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 앞 음식점에 인공기와 성조기, 금성홍기가 내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앵커]
 
북한의 발언이 강경한데, 그 배경이 있을까요?   
 
[기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협상결렬을 선언한 것은 소위 ‘벼랑끝 전술’로 불리는 특유의 협상방식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김 대사가 협상장을 떠나고 채 20분도 안 돼 ‘협상결렬’ 성명서를 낭독했는데, 이는 현지 협상상황과 상관없이 북측이 사전에 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새로운 방식’을 거듭 이야기해 북한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을 건데, 막상 미국이 제시한 내용은 거기에 못 미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럼 북미간 실무협상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기자]
 
협상의 성격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김 대사는 성명에서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골송환 등 북한의 그간 노력을 나열했습니다. 북한의 그간 노력에 상응한 미국의 실천적 조치가 있어야 영변 플러스 알파(+α)와 같은 추가 비핵화 노력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영변에 있는 주요 핵시설 해체 및 고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에 합의하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을 비롯한 안전보장 조치’와 ‘섬유·석탄 수출 제재 3년 유예'와 같은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논의됐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닙니다. 북한도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 입장을 고집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각자의 통역과 함께 얘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앵커]
 
그럼 이번 비핵화 협상도 하노이 회담 때처럼 ‘노딜’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기자]
 
아까 언급했지만, 북미 모두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분명합니다. 여기에 그간 비핵화 협상을 없었던 일로 하기엔 북미 모두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큽니다. 
 
미국의 경우 내년 2월부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위기에 몰려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무한 압박해 ‘하노이 노딜’을 반복하기보다, 원만하게 상황을 관리하거나 문제를 풀어 대반전을 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닙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요 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내세워왔습니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경제제재를 풀고 국가발전을 이루겠다는 비전도 꾸준히 이야기해왔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최근 돼지열병으로 민심이 흉흉하다는 후문입니다. 만약 ‘하노이 노딜’과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김 위원장의 권위는 더욱 흔들리게 됩니다.  
 
다만 북미가 서로의 약점에만 주목해 한쪽의 굴복을 강요하고 일방적인 승리를 얻으려고 한다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간 북미 정상의 협상 스타일을 봤을 때, 양쪽 모두 배드딜보다는 차라리 노딜을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결국 북미 양자의 간극을 좁히는 게 중요하겠군요.
 
[기자]
 
양쪽 모두가 다소 아쉽긴 하지만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 접점 찾기에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할 공간이 있습니다. 7개월 전 하노이 회담 당시 우리 정부가 제시한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북미 주장을 절충한 일종의 '단계적 비핵화'입니다. 
 
문 대통령이 오늘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데, 관련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에 주목됩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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