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최근 강남권 일반 아파트 중 3.3㎡ 당 1억원 가까운 금액에 거래된 매물이 나오면서 정부가 애먼 ‘분양가’만 집중하다 ‘매매가’ 비상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분양가 통제로 주변 매매가 상승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은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뒤늦게 서울 지역 부동산 실거래 관련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권 중 시세가 가장 높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서 3.3㎡ 당 1억원에 육박하는 매물이 속속 거래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14일에는 14층 전용면적 59.95㎡ 매물이 23억9800만원에 팔렸다. 공급면적으로 환산하면 3.3㎡ 당 9992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같은 단지에서 지난 9월 25일 9층 전용 면적 84.97㎡ 매물이 32억원에 거래됐다. 공급 면적으로 환산하면 3.3㎡ 당 9696만원 수준이다.
특히 재건축 예정 단지 중 이미 3.3㎡ 당 1억원을 넘어 선 매물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58.08㎡ 4층 매물이 지난 8월 8일 27억35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공급 면적으로 환산할 경우 3.3㎡ 당 1억1395만원이다. 또 같은 단지에서 지난 9월 5일 전용 면적 50.64㎡ 3층 매물이 25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 거래도 공급 면적으로 환산하면 3.3㎡ 당 1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된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분양가 통제 카드를 들고 나온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높은 분양가가 일반 매매가를 끌어올린다고 판단하고, 분양가를 통제하면 일반 매매시장도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엄포에도 일반 매매가는 꾸준히 올랐고, 3.3㎡ 당 1억원에 육박하는 상황까지 왔다. 애먼 분양가만 집중하다 분양 시장 혼란만 초래하고, 일반 매매가도 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격을 낮춘다고 기존 매매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분양가격이 기존 매매가격을 따라가기 때문에 ‘로또 아파트’ 논란이 연일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이걸 빨리 알았어야 되는데 분양가만 잡으면 기존 주택 가격이 안정될 거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정부가 뒤늦게 실거래 합동조사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이미 거래된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벌금 물리는 것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평가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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