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보 보편복지로 발전…위기가구 발굴 체계 보강해야"
[피플]김이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위원
"부양의무자 기준 체계화 논의 '긍정적'"
"빈곤의 양상 달라져 제도적 유연성 기해야"
입력 : 2019-10-15 06:00:00 수정 : 2019-10-15 06:00:00
[뉴스토마토 차오름 기자] 올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제정 20년을 맞았다. 국가가 취약계층의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목적의 이 제도는 선별적 복지 제도에 해당되지만 최소한의 생계를 누릴 권리를 보편적인 권리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년간의 시행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한번에 일괄적으로 지급되던 급여가 교육, 주거 등 분류별로 나눠 지급되는 등 개편도 있었다. 최근에는 부양의무자를 점차적으로 폐지하기 시작했다. 제도 시행 당시 부산 강서구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김이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위원은 제도 발전을 평가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한 인력 보강 등은 과제로 꼽았다.
 
김이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위원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당시 어떤 논의가 있었나.
기초생활 보장 논의는 수도권 중심으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주도했다. 참여연대가 기초생활보장제도재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그런데 중앙정부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통제를 받던 시기였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있었다. 1997년 IMF 이후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안돼 있던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제안해 논의가 촉발된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도입 전후 달라진 점은.
 
제도와 그것을 실현하는 행정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이전의 제도는 생활보호법이었다. 생활보호법의 핵심은 엄격한 조건에 따라 제한적인 사람에게만 급여를 주는 제도였다. 낙인적 효과도 많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획기적이었던 것은 하나의 권리로서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시혜적인 의미가 많았다. 정부에서 '가난하니까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보편적인 권리로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생활보호법은 근로능력자에게 급여를 주지 않았다. 쉽게 말해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에게는 주지 않았다. 장애인이나 노인, 특별한 사회적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만 급여를 줬다. 물론 자활급여특례라는 것이 있었지만 보편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IMF는 사지가 멀쩡해도 가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사람도 조건부수급자에 들어갔다. 일을 하는 조건으로 수급자가 되는 것이다. 자활대상자라고 얘기했다. 정부에서 일거리를 주고 일에 참여하면 그에 맞춰 급여를 줬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복지 행정의 현대화도 진행됐다. 기존에는 컴퓨터 보급 이전이라 전부 수기 작업을 했다. 수급자를 어떤 대상으로 선별하는지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대상자가 아닌 사람도 많이 포함됐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들어오면서 행정의 전문화, 과학화, 체계화가 시작됐다. 소득과 재산 조사를 체계적으로 하니 이전 생활보호대상자 중 3분의1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20년 된 제도인데 발전 과정에서 큰 개선이 있던 분기점을 꼽는다면.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통합 급여였다. 수급자 자격이 박탈되면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2015년에 대상자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기준에 적합하면 의료 또는 주거 급여를 주는 식으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는 했지만 소득이 늘었음에도 집에 질환자가 있어 의료급여를 받고싶더라도 일을 하면 소득이 늘 것 같아 의료급여 받기 위해 일을 안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 개별 급여로 바꾸고 나니 기준이 다양해졌다. 지금은 수급 내용이 6가지로 나뉘었다.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 이를테면 교육급여는 교육이 보편적인 권리라 기준과 대상자를 확 늘렸다. 그리고 기존에는 최저생계비라는 개념이 있었다. 지금은 중위소득 개념을 적용한다. 중위소득은 상대적인 빈곤을 계산한 것. 기존에는 절대 빈곤을 기준으로 했다.
 
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체계적으로 바꿔보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동의하고 있어 부양의무자 기준 축소 경향으로 가고 있다. 아들이 용돈이나 생활비를 안 줘서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면 아들한테 부양비를 받으라고 했다. 현대사회에는 각자 먹고 살기 바빠서 부모님 부양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문화적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가족관계가 좋지 않으면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부양의무자 폐지와 관련 부모가 자녀를 부양했기 때문에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식의 공동체 문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굉장히 동양적인 개념이다. 상식적인 한국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부양을 하지 않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점차 바꿔나가자 해서 사회복지학계에서는 거의 동의하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수용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러 부양을 중지한다든지 부모가 가지고 있던 재산을 아들에게 옮기는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비근한 예로 노령연금같은 경우 소득과 재산 기준을 적용하지만 심각한 부정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연구 결과들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안이다.
 
지자체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가장 곤란했던 것이 부양의무자 조건이었다. 지침을 보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한 선정기준이 있는데 크게 두 가지다. 소득이 많은지, 부양의무자가 있는지다. 집에 가보면 가난하게 사시는 분들인데 아들이 부양을 전혀 안하는 사례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효' 개념을 생각하지만 이는 굉장히 전통적인 개념이다. 빈곤층에 대해 이러한 윤리를 적용하면 어렵다.
 
효 개념은 가족이 책임지라는 것으로 복지국가 이념과 반대이기도 하다. 다만 국가가 100% 책임지면 재정 부담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부정수급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에서는 부정급여라 하는데 연구자들은 부적정급여라고 한다. 부정급여라고 밝혀진 사례 중 상당수는 당사자가 아닌 행정의 책임이다. 물론 부정도 있기는 하다. 소득이 있는데 적게 신고하거나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소득을 많이 벌어서 급여를 타는 것이 줄어들 것 같으면 벌칙이 없는 경우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를테면 과거 조건부수급자는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수급자로 남기 위해 취업을 하지 않았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인데 그것을 밝혀내는 일은 행정의 책임이다.
 
경우에 따라 부정급여가 있기는 하지만 그 비율이 작고 금액이 크지 않다. 전국 기초생활수급자가 현재 174만명이다. 이 중 명의 도용 등 극단적인 사례가 0.001%도 되지 않는데 숫자로 보면 1000명 수준이다. 제도가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현장에서 복지 위기가구를 찾을 때 어려웠던 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전달체계가 부실하면 서비스가 적정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항상 인력이 부족했다. 2014년에 4명의 전담 공무원이 업무 과중으로 연달아 자살했다. 복지 업무가 너무 많아 복지 분야를 기피화는 경향이 많다. 예컨대 주민센터에서 한 사람이 근무하면 봐야 할 지침이 150여가지나 된다. 노인, 장애인, 차상위계층, 여성, 아동, 보육, 바우처, 기초노령연금 등. 그래서 담당공무원이 중앙 정부에서 어떤 사업이 진행되는지 다 모를 정도다. 문의 전화가 오면 즉시 응답을 못한다.
 
예전에는 기초생활보장 업무가 읍면동 전담 공무원 업무의 70%를 차지했다면 지금 30% 정도로 비율이 줄었다. 업무량이 줄어서가 아니라 다른 업무가 너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사회적 취약자를 위한 복지였다면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면서 전 주민이 다 대상자가 되고 있다.
 
공무원이 민원인이 오면 충실한 상담을 통해 어려움을 청취해 개별적인 욕구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데 업무가 너무 많다보니 돌려 보내기 바쁘다.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져 2011년부터 정부가 인력 증원을 하고 있다.
 
올해는 기초 생활보장제도 20년을 지나 30년으로 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과제를 꼽는다면.
 
기초생활보장제도만 이야기한다면 이는 선별적인 제도다. 그런데 빈곤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사회적 취약자 중심의 빈곤이었다면 근로빈곤층이나 차상위계층이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제도적인 유연성이 필요하고 부양의무자도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적정한 인력을 확충하고 대상자에게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달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 복지 행정은 저렴 행정이다. 이제는 나름대로 품격 있는 서비스로 나가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의무도 있다. 공짜 돈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성실한 소득 신고 등 걸맞는 의무를 져야 한다.
 
사각지대 얘기도 하고싶다. 송파 세모녀나 탈북 모자 사망은 틈새가 있어서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분들이 행정기관을 찾았을 때 충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 다행히 최근 사례관리도 등장하고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좀 더 케어할 수 있는 주민의 활동 모임도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읍면동마다 지역사회보장 협의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위기 가구를 발견하고 신고할 수 있는 체계들이 가동돼야 한다.
 
차오름 기자 ris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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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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