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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DLS 배상률 기대감 커졌지만…고민하는 금감원
은행들 분쟁조정 수용 방침에 기대감 확대
투자자 만족할지 미지수, 사태 장기화 가능성도
2019-10-20 20:00:00 2019-10-20 21:04:06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대규모 손실 사태를 초래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의 배상비율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당국이 고심에 빠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금융사 사기행위를 입증하면 100% 보상도 가능하다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금융사 불완전판매 사실만으로는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배상안을 끌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비난의 화살이 은행에서 당국으로 쏠릴 수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DLS·DLF 사태와 관련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DLF 손실 배상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감원 검사 결과만으로도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계약 취소와 원금 100%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이 손해배상 비율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배상안에 사실상 서명했지만, 금감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배상을 내놓지 못하면 비난의 화살이 금감원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가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역대 최대 배상안이 나온다거나 절반 이상의 투자금을 돌려받는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등 기대감이 너무 높다"며 "은행들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긴 했지만, 판매사와 투자자들 모두 만족하는 배상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DLS·DLF안건을 다음달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상정할 예정이다. 분조위는 불완전 판매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 배상비율을 결정한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은 투자에 대한 자기책임원칙도 감안되기 때문에 금융사의 이론적인 배상책임의 마지노선은 70%지만, 이 배상비율이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여기에 판매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소홀이나 내부통제 미흡 등 상황은 배상비율 가감요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F는 상품 자체가 위험성이 높은 사모펀드라 배상비율은 더 낮아진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2018년 증권사 파생상품 투자 손실 건에 대해 40%를, 2008년 파워인컴펀드에 20~50% 배상 책임을 부과한 바 있다. 위험상품에 대한 투자 경험과 투자자의 나이도 감안하는데, 통상 고령자일 수록 배상비율이 더 높아진다.
 
금감원 현장검사에서 불완전 판매 문제점이 발견된 만큼 40~50% 배상비율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배상안 역시 모든 DLF 투자자에게 일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상품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약관 문제 아니라 불완전판매가 있는지가 핵심이라 개별 투자자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물론, 상품 판매 자체가 사기로 결론이 나면 계약 자체가 취소되므로 투자자들은 전액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사기로 규정짓기 위해선 고의성과 기망 행위, 이로 인한 이익 행위 등 세 가지가 성립돼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아닌 사법기관에서 판단해야되는 문제다.
 
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 소비자를 속인 사기라고 보며 원금 전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공방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분조위 조정 결과에 대해선 은행뿐 아니라 고객도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즉, 배상 비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고객이 이를 소송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DLF·DLS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DLF(파생결합펀드) 사기판매 규탄 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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