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너절한', '들어내라'...말 거칠어진 김정은, 속셈은?
입력 : 2019-10-24 17:46:44 수정 : 2019-10-24 19:17:09
김정은 "금강산 사업 남 의존 잘못" 선 긋기
관광재개 진전 없어…합의 노린 불만 표출?
"남측과 합의 후 철거" 언급에 주목
유훈사업 이례적 바판…"매우 잘못된 의존 정책"
개발 방식 전환·제재완화 압박 의미도
금강산에 최선희 데려간 김정은, 대미 메시지 가능성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앵커]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 시설을 모두 들어내라고 어제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은 자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 관계가 각별하다고도 했습니다.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냉온전략을 펴고 있는 북한 상황을 취재기자와 함께 분석해드리겠습니다. 정치부 이성휘 기자 나왔습니다.
 
우선 김정은의 금강산의 남측 관광시설 철수 지시, 어떤 말을 했는지부터 봅시다.  
 
[기자]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23일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등의 단어가 좀 인상적이네요.
 
[기자]
 
김 위원장은 솔직한 화법을 구사합니다. 예전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가 좀 초라하다’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북한 매체의 현지지도 보도에서 “말이 안 나온다", "뻔뻔스러운 행태", "한심하다" 등의 단어를 구사하며 간부들을 질타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그 연장선상으로 보입니다. 실제 금강산 남측 시설의 경우 2008년 박왕자씨 총격사건 이후 10년 넘게 방치돼 있다보니 상당히 노후화됐다는 평가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지난 23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앵커]
 
그럼 이번 발언의 의도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기자]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 합니다. 하나는 김정은식 자력갱생 의지 강조로, 특히 관광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의지입니다. 2번째는 미국 눈치를 보며 남북경협에 소극적인 남측 정부에 대한 불만표시입니다. 3번째는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앵커]
  
김정은식 자력갱생 의지와 관광업 육성 정책은 무엇입니까.
 
[기자]
 
현지지도에서 김 위원장은 "국력이 여릴적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금광산 관광은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남북 경제협력사업입니다. 북한 체제 특성상 김정일의 결단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사업이죠. 
 
그런데 '선대의 유훈'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선친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남북경협에 연연하지 않고 자력갱생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관광업은 김 위원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김 위원장은 남측시설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새로운 시설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금강산과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관광지구 건립도 지시했는데, 이는 제주도보다 면적이 넓은 세계적 관광 특구를 만들겠다는 포부입니다.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남측에 대한 불만은 역시 경협에 소극적인 부분인가요?
 
[기자]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관광 정상화 문구'가 명시됐고,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남측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유로 1년 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남측 시설 철거'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금강산 관광은 국제사회 대북제재 대상이 아닙니다. 물론 현금의 대량 이전을 금지하고 관광사업에 필요한 각종 물자 반출이 제재 대상일 수 있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재개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북남 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금강산 관광일지. 사진/뉴시스
 
[앵커]
 
미국을 향한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요?
 
[기자]
 
김 위원장의 시찰 현장에는 북미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함께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관광업 자체는 대북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제대로 하려면 국제사회의 제재완화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미국은 지난 8월 미국인들의 북한여행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했고, 2011년 3월1일 이후 북한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으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미국 입국을 제한한다는 입장입니다. 
 
지금 북한은 미국에게 그동안의 자신들이 한 비핵화 노력의 대가를 일부라도 보여 달라는 입장인데, 그걸 관광분야 제재 완화로 우회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럼 향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광업은 외부의 손님이 없다면 절대 유지할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인근에 제주도보다 넓은 관광특구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개혁개방으로 외국자본을 받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남북관계는 일부 재정립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금강산관광은 남측에 준 일종의 특혜사업이었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또 다른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남측과 합의하라’고 지시한 것에 주목됩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남측을 압박하는 전략 차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지난해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에게 “‘내금강도 가져가시고, 백두산도 가져가시라. 백두산 관광까지 개발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미협상은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아침 과거 대미협상을 이끌었던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메시지를 내고 "미국이 이번 연말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기는 지 보고 싶다"며 대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김 고문은 또 최근 김 위원장을 만나 북미관계를 보고했으며, 이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와는 달리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가 냉전식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며, 대북적대시 정책의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치부 이성휘 기자였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 시찰하며 금강산관광지구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23일 서울 종로구 현대아산 로비에 현대아산 문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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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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