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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버티고’ 유태오 “이 영화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한국 멜로 영화 너무 좋아해…이런 장르 시나리오 너무 반가웠다”
“영화 속 진수, 서영 선택한 이유? 아마도 동질감 때문 아니었을까”
2019-10-29 00:00:00 2019-10-29 08:38:1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잘생긴 외모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영화 레토에서 옛 소련의 전설적인 록 보컬리스트이자 한국인의 피가 흐른 빅토르 최를 연기하면서 단 번에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도 낯선 얼굴이다. 그저 잘생긴 외모가 먼저 눈에 띌 뿐이다. 그럼에도 그가 낯설지 않은 것은 간간히 여러 작품에서 모습을 드러내 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판타지 사극 대작 아스달 연대기에서 뇌안탈 라가즈로 잠시 출연해 너무도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 바 있다. 참고로 그를 알고 있는 일부 팬들과 대중들은 교포 혹은 한국계 외국인으로 배우 유태오를 정의하려고 들기도 하고 그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참고로 그는 독일에서 태어났다. 파독 출신 광부인 아버지와 파독 출신 간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당연히 어머니 아버지 모두 한국인이기에 그도 한국인이다. 독일에서 태어났기에 독일계 교포가 아니냐고 단언할 수도 있다. 유태오는 지금까지 한 번도 국적: 한국을 버린 적이 없단다. 물론 한국말도 아주 능숙하다. 약간의 억양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국내에서 첫 번째 주연작으로 손꼽는 영화 버티고와 관련된 얘기를 나눴다.
 
배우 유태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내년 방송 예정인 드라마 머니게임촬영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워낙 기대감을 많이 갖고 임했던 작품이기에 스케줄을 쪼개서 영화 버티고의 흥보에 나섰다. 그는 버티고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을 잊을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데뷔 이후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첫 번째 영화다.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일 거에요. 영화에 등장하는 관우의 대사인 힘내요한 마디가 꼭 저한테 하는 말 같았어요. 그 장면에서 시나리오를 읽을 때 눈물이 났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울었어요(웃음). 두 번째는 사실 제가 멜로를 너무 좋아해요. ‘접속’ ‘약속’ ‘8월의 크리스마스등 진짜 최고의 멜로들이 많잖아요. 이런 장르의 시나리오가 너무 반가웠죠. 세 번째는 감독님이었어요.”
 
사실 가장 큰 이유가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 때문일 것 같다고 유태오 본인이 말한다. 전 감독과 유태오는 전 감독의 전작인 러브 픽션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러브 픽션에서 유태오는 단역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연이다. ‘러브 픽션은 무려 7년 전 연출작이다. 감독 입장에서 7년 만에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고, 그 장르가 국내에선 흥행성이 담보될 수 없는 저예산의 색다른 멜로였다.
 
배우 유태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그 점이었어요. 우선 배우는 감독이 다루는 악기라고 봐요. 감독의 비전과 주관이 뚜렷하면 그 악기(배우)는 멋진 소리를 낼 수 있죠. 즉 배우가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어요. 감독님이 이 영화의 기획을 무려 20년 전에 하셨대요.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는 러브 픽션을 선보이셨고. 도대체 20년 동안 하고 싶은 걸 어떻게 끌고 오셨지 싶었죠. 그 과정 속의 감정을 떠올리고 보니 뭔가 칼을 갈고 계시구나싶었죠. 믿음이 아니라 그냥 믿게 됐어요(웃음)”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인물은 완벽한 외모로 직장 내 모든 여성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진수 과장이다. 주인공 선영(천우희)의 연인이다. 물론 직장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비밀이다. 무엇보다 진수는 충격적인 비밀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점이 서영에겐 상처가 되고 또 진수를 나쁜 남자로 만들어 버린다. 유태오는 캐릭터를 세밀하게 분석하기로 유명하다. 그가 본 이진수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서영이 그러잖아요. ‘왜 나였어요라고. 물론 영화에서 대답은 안 나오고. 왜 서영이었을 거 같으세요(웃음). 그냥 동질감 아니었을까요. 감정인데 감정을 딱 뭐라고 표현할 수 있으세요. 전 없다고 단언해요. 그래서 서영이 물었지만 대답을 안 한 거죠. 이진수? 나쁜 남자? 전 그냥 갈등을 겪고 그 상황 속에서 진수도 힘들었는데 그의 눈에 힘들어 하는 서영이 보였고, 뭔가 두 사람이 동질감을 느꼈기에 영화 속의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유태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그는 자신의 출세작이자 이름을 알린 레토최근 출연작인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그리고 이번 버티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 항상 스스로가 하는 작업이 있단다. ‘?’. ‘?’를 다섯 번 이상은 짚고 넘어가면 그 인물에 접근하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거기서 그랬지. 그럼 왜 그런 거지. 그래서 왜 그걸 선택한 거지 등. 쉽게 말하면 인물의 이력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라고.
 
이건 제가 연기를 공부하면서 배운 거죠. 육하원칙에서 ‘Why?’ 를 연거푸 저 자신에게 질문을 해요. 그 인물이 왜? 그래서 왜? ? ? ?. 진수? 왜 하필 IT회사에 다닌 거지? 왜 하필 영어를 잘하는 거지? 왜 하필 그런 비밀을 지니게 된 거지. 이렇게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오더라고요. ‘아스달 연대기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질문 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봐요. “
 
그의 상대역인 천우희와는 이 작품 이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고.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이번 버티고로 첫 호흡을 맞춰봤다. 하지만 알고 지낸 시간은 꽤 오래됐단다. 그런데도 친분은 그리 두텁지 않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서로 오다가다인사만 하면서 안면을 트고 지냈던 사이라며 크게 웃었다. 각자 영화계 관련 뒷풀이 자리에서 연이어 만남을 이어가면서 서로에 대한 배우적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고.
 
배우 유태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다른 배우 분들이 출연한 영화의 뒷풀이 자리에서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한 뒤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인 건 알았죠. 그런데 이번에 함께 해 보니 정말 똑똑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연기적으로 아주 스마트한 배우에요. 저희가 첫 촬영이 키스신이었어요. 진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제 노하우라면 체력적으로 되게 많이 소비를 하면 긴장감이 많이 풀려요. 이날도 키스 순간 전에 영화에서 고기 굽고 운동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긴장도 많이 풀렸죠. 하하하.”
 
버티는 것에 대한 얘기를 담은 이번 영화를 소화한 유태오다. 사실 꽤 오랜 시간 동안 무명 생활을 겪었다. 지금도 인지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유태오는 급할 것 없다. 급하게 갈 생각도 없다. 독일에서 생활할 때도,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를 할 때도, 국내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얘기는 배우 유태오도 버티기 힘든 순간이 분명히 있었다라는 것이다.
 
배우 유태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당연히 있었죠. ‘버티기 힘든 상황이 왜 없었겠어요. 저도 정말 많았죠.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했는데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저를 엄청난 부잣집 금수저로 알고 계세요. 절대 아니에요. 아버지가 파독 광부셨고, 어머니가 파독 간호사셨어요. 그리 부유한 가정 환경은 절대 아니에요. 농구 선수 생활을 오래했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연기로 전향을 했고. 왜 고민이 없었겠어요. 제 연기 커리어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힘들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이 저한텐 숙성의 시간 이었던 것 같아요. 많이 배우고 또 많이 칼도 갈았고(웃음). 잘 버틴 거 같아요. 버티고 계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면 절대 떨어지지 않아요그러니 걱정 하지 마세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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