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제 2의 고향' 한국 품은 레이첼 야마가타
2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서 11번째 내한 공연
밴드 편성으로 극적 흐름…유쾌한 마음 위로의 시간
입력 : 2019-10-29 19:01:58 수정 : 2019-10-29 19:01:5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서울, 스탠드업(일어서요)!"
 
중절모를 하늘 높이 던진 그가 외치자 눈 앞에 거대한 파도가 솟구쳤다. 850여 관객 기립이 만들어 낸 '인간 파도'. 조용하던 객석이 그의 등장 1분 만에 하늘하늘 춤판이 됐다.
 
탬버린을 흔들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첫 곡('1963')부터 절창. 사랑에 빠진 감정을 1963년 히피적 자유에 빗댄 곡의 경쾌함은, 고독미 짙던 1년 전 무대 기억을 살짝쿵 걷어내고 말았다. [2018년 11월12일 뉴스토마토 기사 참조, (리뷰)레이첼 야마가타의 겨울 음표, 그 아늑함 속으로] 
 
2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레이첼 야마가타 단독 공연. 사진/에이아이엠
 
2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레이첼 야마가타(42)의 단독 공연. 드럼과 베이스, 전자기타, 건반 등 풀밴드를 대동한 이번 공연에서 그는 몇몇 곡들의 감미로운 선율을 발랄한 방식으로 풀어 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줬다.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레이첼은 감미로운 서정의 노래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국내에는 한 광고 음악에 삽입된 대표곡 '비 비 유어 러브(Be Be Your Love)'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OST, 사진가 김중만과의 인연 등으로 유명하다.
 
레이첼이 공연 차 한국 땅을 밟는 건 이번이 11번째. 스스로도 한국을 '제 2의 고향' 같다 할 정도다. 2009년 첫 내한했고 2011부턴 한 해(2017년)만 제외하고 해마다 한국을 찾았다. 2015년 내한 당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며 분단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2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레이첼 야마가타 단독 공연. 사진/에이아이엠
 
공연 때마다 한국 팬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로 유명하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 만의 짜릿한 에너지가 있다"며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생각에 첫 열 좌석에 뛰어들고 만다"고 했다. [2018년 10월19일 뉴스토마토 기사 참조, 레이첼 야마가타 “'연결'된 느낌 주는 한국, 음악 생활에 치유제”] 
 
실제로 지난해 공연 때도, 이날 공연 때도 레이첼은 무대 밑 객석을 뛰어다니며 하이파이브로 관객들과 교감했다. 서정적인 공연 분위기를 시종 밝고 털털한 유머로 전환시키는 것도 매력.
 
2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레이첼 야마가타 단독 공연. 사진/에이아이엠
 
사계의 순환을 지나 다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첫 곡 간주부터 밀린 안부를 쏟아냈다. 흡사 랩핑처럼 들리는 속사포 인사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서울! 어떻게 지냈나요? 아름다운 당신들, 정말 보고 싶었어요."
 
밴드 사운드에 맞춘 밀도 높은 악곡은 공연 흐름을 극화. 대체로 조용하고 서정적으로 시작되는 곡들은 점차 드럼과 베이스, 기타와 건반, 셰이커, 핑거스냅 소리가 쌓이는 '기승전결' 식으로 이어졌다. 원곡 정서가 한층 발랄해지거나, 아님 서정미가 오히려 깊어지는 식의 극적 전환들이 돋보였다. "오늘 이 아름다운 여러분 앞에서, 슬픈 노래와 행복한 노래를 왔다 갔다 할거예요."
 
2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레이첼 야마가타 단독 공연. 사진/에이아이엠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록스타처럼 연주하다가도('Worn Me Down'), 재즈 뮤지션처럼 웨이브춤을 추며 그루브를 타고('Saturday Morning'), 또 어느 때는 피아노 연주에 허스키 고음을 실어('Elephants')  겨울을 앞당겼다.
 
전자 기타가 터지듯 울리는 구간('Money Fame Thunder')이나 한음 한음을 찍어내리는 듯한 피아노 선율('Sunday Afternoon' )이 그의 서정미를 다채롭게 했다. 올해 결성 50주년을 맞은 '전설'의 밴드 플리트우드 맥의 대표곡('The Chain')을 따스한 화성과 허스키한 고음으로 들은 순간은, 이날의 음악 절경이었다. 
 
삶을 눌러 담은 그의 가사는 마음을 위로하는 한 편의 시다. 곧 숨을 거두려는 코끼리의 생에 사랑과 이별을 담고('Falling In Love Again'), 상처의 불길을 뚫길 주저하지 않는다.('You Won’t Let Me') 언어 하나, 하나 영혼 한 줌이 서린 것 같은 사랑과 삶의 이야기들. 
 
유쾌했던 라이브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앵콜('Sunday Afternoon')의 순간. 한국은 '제 2의 고향' 같다는 그가 고향 친구들을 따스한 말로 품었다.
 
"인생은 즐거울 때도 있지만, 외롭거나 슬플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이 노래를 기억해줘요. 내 소리로 널 돌볼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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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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