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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리듬)문 대통령 외교행보, 꼬인다 꼬여
2019-11-01 20:24:13 2019-11-01 20:24:1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앵커]
 
칠레가 다음 달로 예정된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전격 취소했습니다. 개막을 불과 17일 앞두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분석에서 자세히 브리핑 해드리겠습니다. 북한의 대형 방사포 발사 소식도 함께 전해드립니다. 정치부 이성휘 기자 나왔습니다.
 
우선 북한 문제부터 알아보죠. 어제 발사체 두발을 발사했죠?
 
[기자]
 
북한은 어제 오후 4시35분과 38분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습니다. 지난달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이후 29일 만의 도발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늘 오전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월 10일에도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했으나, 한 발은 내륙에 낙하해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번 실험은 당시의 실패원인을 분석해 개량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제는 문 대통령의 모친상 중이었습니다. 
 
[기자]
 
사실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하기 3시간 전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필 조의문을 보냈다고 공개했습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어제 고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보내왔다"면서 "조의문엔 고인에 대한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조의문은 다소 예상밖의 일이라 남북관계가 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조의문을 보내고 바로 다음 날 방사포 발사를 한 셈입니다. 결국 김 위원장의 조의는 최고지도자로서 예우를 표한 것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그럼 북한의 의도는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별 진척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초조함과 함께 남측의 역할을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이미 올해 연말을 대화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미국의 결단을 연일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미국 상황이 북한 문제에 신경 쓸 만큼 여유가 있지 않습니다. 당장 북미협상을 추동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 결의안이 바로 오늘 미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은 현재진행형이며, 미군의 시리아 철군 후폭풍도 여전합니다.
 
결국 북한 문제는 다른 현안에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미국은 시간에 쫓기며 무리하게 북미협상을 이어가기보다 당분간 현상유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하노이 노딜’을 통해 나쁜 딜보다 노딜을 선택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북한은 차근차근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며 미국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비핵화 협상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 측의 중재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앵커]
 
문 대통령의 주요 11월 외교일정이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기자]
 
문 대통령에게 11월은 ‘외교의 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장 3~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가 있습니다. 이어 13~19일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멕시코 정상회담이 있고, 25~27일에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한·메콩 정상회의 등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었습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조커 복장을 한 남성이 마푸체족 깃발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산티아고=AP/뉴시스)
 
[앵커]
 
그중 칠레 APEC이 취소된 것이죠?
 
[기자]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APEC 개최 취소를 선언했습니다. 개막을 불과 17일 남기고 내린 전격적인 결정으로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현재 칠레에서는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이 사회 불평등에 대한 분노로 번지면서 지난 18일부터 대규모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칠레 정부가 요금 인상 철회와 개각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곤 있지만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당초 칠레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국제회의는 개최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개최 취소를 발표했습니다. 참가국 정부들도 개최 취소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칠레 APEC 외교가 왜 중요했나요?
 
[기자]
 
APEC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는 북미 비핵화 협상, 한미 방위비 분담문제 등 논의해야 할 현안이 많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함께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침입 문제 등을 이야기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기한 만료를 앞둔 한일관계 문제도 복잡해졌습니다. 최근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의 태풍피해, 일왕 즉위, 문 대통령의 모친상 등과 관련해 '서신 외교'를 이어가며 분위기 개선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APEC이 취소되면서 지소미아 만료 전 한일 정상이 직접 만날 기회는 3일 태국 아세안 관련 회의가 유일해졌습니다. 본격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게 됐습니다.
 
[앵커]
 
그럼 대안이 있는 건가요? 청와대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기자]
 
너무 급작스런 발표라 APEC 정상회의 일정이 변경될지, 다른 장소에서 개최될지 등은 미정입니다. APEC 정도의 대형 국제회의의 경우 1년 전부터 준비하고 각 정상들의 일정도 조율하고 해야하는데, 불과 보름만에 이를 조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청와대 측도 "우리도 뉴스를 통해서 알았기 때문에 추후에 어떻게 일정들을 잡아갈지 아직 확정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모친상을 마치고 어제 청와대에 복귀했기 때문에, 오늘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APEC 계기로 성사된 멕시코 순방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이미 양국 간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한 상황에서 이를 번복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런데 멕시코와의 정상회담만을 위해 남미까지 가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고, 그렇다고 미국 등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을 조율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합니다. 일단 청와대 측은 상황을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멕시코는 2013년 유엔총회 계기로 우리나라가 주도해 결성한 중견국 간 협력체(MIKTA) 회원국입니다. 믹타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 5개국을 뜻합니다. 그런 관계의 국가인 만큼 순방을 취소하기보다 기존 1박2일에서 순방 날짜를 좀 늘린다든지, 미국이나 중남미 인근 국가 방문을 추가하는 식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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