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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 색깔 지우는 은성수…오락가락 정책에 혼란 가중
일자리창출 효과 측정·금융감독 혁신 등 재검토
당국 엄포에 긴장한 금융권 "어느 장단에 춤추나" 토로
2019-11-12 08:00:00 2019-11-12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와 금융감독 혁신 등에 대한 전임자가 내놓은 정책을 손보면서 오히려 금융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임기 중반을 지나면서 정책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같은 정권에서도 장관 교체를 계기로 금융정책을 뒤집히자 금융권에서는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야심차게 추진한 금융권 일자리 창출 효과는 처음 발표를 예고한 8월에서 석달이나 미뤄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자리 효과 측정이 채용 확대 압박이라는 오해가 있어 평가 부문별로 총량적인 수치로 접근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이달 중으로는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자리 효과 측정은 최종구 전임 금융위원장이 추진 한 것으로, 국내 은행의 12년치 직원 채용 자료를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여기에 더해 은행이 대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늘린 일자리 규모도 측정하겠다고 했다. 은행이 각 산업에 지원한 자금 규모와 고용유발계수를 활용해 대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 분석은 금융위원장이 교체되면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 전체의 일자리 증가 규모를 계량화한 자체기여도을 제외하고, 타 산업과 기업에 대출을 해줘 고용을 늘린 '간접 기여도'는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에 금융위는 최근 수년간 핀테크 확대에 따른 정보기술(IT) 인력 채용 규모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핀테크 활성화를 추진한 당국의 정책방향과 부합하면서도, 민간 일자리 채용 확대 압박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규 채용 규모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당국의 고용창출 기조에 역행할 수도 없어 일단 작년 수준의 채용 규모는 지키기로 한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효과 측정의 발표 범위나 지표에 대해서도 마땅히 전달받은 게 없는 상황이라 내년도 채용 규모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 혁신 차원에서 금융회사 등의 설문조사를 통해 금융감독원을 평가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감독과 검사, 제재를 받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금감원에 대한 만족도를 설문조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입찰공고에서는 금융기관이 느끼는 검사·제재절차 등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 '금감원 설문조사 주요항목(안)'까지 제시했었지만 '설문조사'라는 명칭을 뺐다. 금융위는 "설문조사를 실시할지, 한다면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얼마나 반영할지 등 모두 결정된게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등 금융소비자 이슈를 두고서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임자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그간 키코 사태에 대해 추가 대응이 불필요하다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최종구 전 위원장의 경우 "키코가 분쟁조정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발언하며, 키코 사태를 핵심 과제로 해결하겠다던 윤석헌 금감원장과 불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성수 위원장은 최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단독면담을 갖고 피해기업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원장이 키코 사태 이후 피해자 단체와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지난 2008년 사태 발생 이후 10여년만에 처음이다.
 
금융위원장이 키코 사태의 전면에 나서면서 손실배상 당사자인 은행들은 '비빌 언덕'이 없어진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키코 사태 관련 최대 고민은 당장 배상액이 아니라 정책 불투명성"이라며 "금융위원장까지 키코 사태를 들여다보겠다고 하니 업계에서는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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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6:00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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